나 오늘 여기에서
/ 신 영
한낮
내리쬐는 태양빛은
높이 솟은 나뭇가지 끝에 머물러 선다
금방이라도 꽃이 될 듯
나뭇잎들이 붉은 웃음을 만든다
오늘도 그렇게 붉어가고 있다
숲의 나무들은
하늘 닿은 가지 끝부터
물들어 가는데
나는 어떤 모습으로
나를 물들이고 있는 것일까
오늘도 내 가슴은 불이어라
이 뜨거움으로 내 가슴속 나뭇잎만
물들일 수는 없다
그래 나무가 불타서 숯이 되고
그 숯이 오랜 세월 열 받으면
보석도 된다지
오늘 나도 숯이 되고
먼 훗날 나를 비추는 빛이 될 수 있다면
나 오늘 여기에서
나를 태워 숯이 되리라
2003년 가을을 맞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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