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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정원]/묵상글

스승에서 주님으로..

by 세포네 2009. 9. 3.


 

 


 

        베드로 사도가 부르심을 받는 얘기를 하는 오늘 루카 복음은
        다른 공관 복음, 마태오, 마르코와 다를뿐더러
        함의가 너무 풍부하고 의미도 깊어 할 얘기가 참으로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 그중 한 가지에만 집중을 하겠습니다.

        스승님에서 주님에로의 변화.

        “스승님, 저희가 밤새도록 애썼지만 한 마리도 잡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스승님의 말씀대로 제가 그물을 내리겠습니다.”
        “주님, 저에게서 떠나 주십시오.
        저는 죄 많은 사람입니다.”

        그물을 쳐 고기를 잡기 전 베드로에게 예수님은 스승님이었습니다.
        누구를 스승으로 삼는다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겸손입니다.
        왜냐면 저는 스승으로 삼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학교 다닐 때 의례적으로 갖게 된 스승이 아니라
        제가 마음으로 존경하고 그 가르침을 따르는 스승 말입니다.
        20대 때까지만 해도 저에게 영향을 준 사상이나 가르침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20대 후반 이후
        그들도 다 저와 마찬가지로 사람에 불과하게 되었기에
        깨달음을 위해 누구의 책도 읽지 않습니다.
        성경과 성 프란치스코의 글들 외에는 읽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때 이후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저에 대해
        Self educated person, 독학생이라고 합니다.
        이는 제가 교만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기도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여러 교설에 휘둘리지 않고
        예수님만을 스승 삼기 위해서이고
        실제로 예수님만이 저의 스승이기 때문입니다.
        저에게는 한 때 프란치스코가 예수님을 제치고
        더 스승이었던 적이 있었으니
        예수님만이 저의 스승이라는 말은 이런 뜻입니다.
        그러므로 누군가가 입에 발린 스승이 아니라
        진정 내가 존경하고 그 가르침을 따르는 스승이라면
        그는 내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소중한 분입니다.

        그럴지라도 스승은 주님만큼은 아닙니다.
        스승은 그 가르침을 따르는 분이지만
        주님은 그 존재를 따르는 분입니다.
        스승은 나에게 도움이 되는 분이지만
        주님은 나를 좌우하는 분입니다.
        그래서
        스승께는 자기 존재 영역을 포기할 필요가 없으나
        주님께는 자기 존재 영역을 포기해야 합니다.
        그래서
        주님이라고 고백하는 순간
        베드로는 모든 것을 버리고 주님을 따릅니다.

         

                              - 김찬선(레오나르도) 신부 작은형제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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