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 바오로 탄생 2000주년 기념 크루즈 성지순례
'사도 바오로, 그 위대한 여정을 따라 '1 "
한 배를 탔다. 5일부터 10박 11일간 사도 바오로의 선교 영성을 따르고자 일상을 접은 307명의 순례자들이 같은 방주 안에 올랐다. 순례자들이 오른 2만6000톤급 '크리스탈호'는 에게해 연안을 오가는 성지순례용 크루즈 선박 중 가장 큰 배다.
한국인 순례자들이 승선을 끝마친 크리스탈호는 단순한 유람선이 아니었다.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과 10명의 사제단, 그리고 300여 명의 신자들. 선상에서 매일같이 행해지는 미사와 성경특강, 각종 행사들…. 크리스탈호는 한국천주교회를 옮겨놓은 교회였으며, '구원의 방주'였다.
승선을 마친 순례자들은 첫 크루즈 여행, 아니 크루즈 순례라는 긴장 탓인지 다소 굳어 있었다. 물론 주최 측인 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국장 허영엽 신부)과 평화방송ㆍ평화신문 실무자들도 이번 순례를 위해 지난 3월 이미 한 차례 답사를 했다. 그러나 대규모 인원의 안전과 선박 및 기항지 사정에 따라 급박하게 바뀌는 상황에 신속히 대처하느라 매 순간이 긴장의 연속이었다.
순례자들에게 첫 승선의 긴장을 풀어준 이는 바로 정 추기경이었다. 승선 첫 행사로 봉헌된 미사에서 정 추기경은 순례자들의 환호를 따뜻한 미소로 화답하면서 "모든 것이 낯설지만 복음을 선포하려고 험란한 길도 마다 않았던 바오로 사도를 따르는 마음으로 순례를 시작하자"고 격려했다.
크루즈 순례는 사도 바오로의 제2ㆍ3차 전도 여행 중 특히 뱃길 전도의 발자취를 따라 진행됐다. 순례자들은 사도행전에 나오는 사도 바오로의 발자취를 역순으로 코린토에서 아테네, 테살로니카, 필리피, 에페소 등지를 순례했다. 그리고 사도 요한의 유배지였던 파트모스 섬과 묵시록에 등장하는 초대 소아시아 7대 교회터를 순례했다. 사도 바오로와 사도 요한 그리고 성모 마리아의 삶의 흔적들이 배어있는 순례지 곳곳은 순례자들에겐 그대로 감동의 현장이 됐다.
순례 일정이 하루하루 지나면서 크리스탈호는 구원의 방주로서 제 모습을 확연히 갖췄다. 사제들 숙소는 물론 기항지마다 한적한 장소는 고해소가 되고 신앙상담소가 됐다. 적지않은 신자들이 몇 십분, 몇 시간 동안 총고해를 하고 하느님과 화해했다. 사제들도 헌신적이었다. 시차를 극복하지 못한 피곤함 속에서도 모든 순례자들이 전대사를 받을 수 있도록 고해성사를 주고, 상담에 응했다. 또 매일 미사 강론을 하고, 힘들어하는 신자들을 위로하며 분위기를 돋구었다. 9개 조로 나뉜 순례자들은 매일 조원들의 생일과 축일, 결혼기념일 등을 축하해주고, 자녀의 기일을 맞은 부부를 위해 다함께 연도를 바치기도 했다.
이번 크루즈 순례는 첫 시도였지만 선상 생활의 장점을 십분 활용한 의미깊은 순례였다. 다음 순례지로 이동하는 동안 매일 밤 선상에선 정 추기경 말씀과 허영엽ㆍ허영민 신부의 성경 특강, 신달자 시인의 신앙고백, 성경 골든벨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제공됐다.
매일 미사와 기항지 순례, 그리고 매 시간마다 서로 아끼며 격려하고 진지하게 자기 신앙을 돌아보는 한국 순례자들의 모습을 지켜본 그리스인 승무원들은 "한국인들은 늘 미소를 머금고 친절하게 대해준다"면서 "선상 분위기를 너무나 밝게해줘 감사하다"는 말을 아끼지 않았다.
이번 순례를 총괄한 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허영엽 신부는 "이번 순례는 무엇보다 사도 바오로 탄생 2000주년을 기념하는 '바오로의 해'에 그분의 발자취를 따라, 성인의 모범을 따르고자 한데에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순례는 특히 "교회 선교의 중요성에 대해 되짚어보고 우리의 신앙을 깊이 성찰하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는 허 신부는 "교구장님을 중심으로 하나의 신앙 공동체를 이루는 순례가 된 것도 큰 감동이었다"면서 그러나 "진정한 순례는 각자의 자리로 돌아온 지금 이 순간부터 시작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 리길재 기자 teotokos@ 사진=전대식 기자jfaco@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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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는 차지도 않고 뜨겁지도 않다. 네가 차든지 뜨겁든지 하면 좋으련만!"(묵시 4,15-16). 사도 요한이 하느님의 계시로 편지를 보낸 초대 7대 교회 중 하나인 터키 라오디케이아 유적지에서 정진석 추기경과 사제단이 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거대한 도시가 지금은 돌덩이만 남았지만 당시 물질의 노예가 된 라오디케이아 지역 신자들을 향해 하느님께서는 책망과 징계를 내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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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이 사랑이 있는 세상을 더 사랍답게 사는 세상으로 보는 까닭은 그 안에 창조의 원리이자 생명의 원천이 있기 때문이다. 순례단 중 가장 막내인 박진호(티모테오,7)군과 그의 부모인 박계열(바오로) 진숙(크리스티나)씨가 에페소 성모 마리아의 집에서 봉헌된 미사에서 한 목소리로 성가를 정성껏 부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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