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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와 영성]/바오로서간해설

(3) 코린토 1서

by 세포네 2008. 1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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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린토 공동체의 일치와 단합 호소

죽은 이들 부활이 없다는 일각의 주장 일축
부활이야말로 복음의 핵심 메시지임을 강조

▲ 코린토 유적지. 뒤에 보이는 높은 언덕에는 환락과 매춘의 온상인 아프로디테 신전이 있었다.

 

  ◇코린토는
 기원전 1000년쯤에 세워져 상업과 문화 중심지로 번영하던 도시였으나 기원전 146년에 로마인들에게 점령당하면서 파괴돼 거의 폐허가 됐습니다. 약 100년 동안 방치되던 코린토는 기원전 44년 로마제국의 식민도시로 재건되기 시작했으며, 곧 제국의 속주 아카이아의 수도가 됐지요.
 코린토는 남북으로는 그리스 본토와 펠레폰네소스 반도를 잇는 교량 역할을, 동서로는 에게해와 아드리아해를 잇는 해상통로의 요충지 역할을 하면서 급성장했습니다. 국제적 상업과 문화 중심지로서 다인종, 다종교가 혼합된 개방적 도시로, 바오로가 복음을 전하던 당시 코린토 인구는 50만 명이 넘었다고 합니다.
 
 ◇바오로와 코린토
 바오로가 코린토에 복음을 전한 것은 2차 선교여행 때(50~52년쯤)입니다. 소아시아에서 그리스 본토로 건너온 바오로는 필리피, 테살로니카, 베로이아에서 복음을 전하다가 유다인들의 박해를 피해 아테네까지 내려옵니다. 거기에서 다시 코린토로 거처를 옮기지요. 50년쯤입니다.
 바오로는 자신이 코린토에 처음 왔을 때 약했고 무척 떨었다고 고백합니다(1코린2,3). 필리피, 테살로니카, 베로이아 등 가는 곳마다 유다인들에게 박해를 받아 몸을 피신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은 데다 아테네에서도 아레오파고 광장에서 복음을 전했지만 신통한 효과를 거두지 못한 여파인 것 같습니다.
 이런 외적 요인이 복음을 전하고자 하는 바오로의 결의를 꺾지는 못했지만 복음을 전하는 바오로 사도의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는 자극제 역할은 했을 것입니다. "여러분에게 갔을 때에 뛰어난 말이나 지혜로 하느님의 신비를 선포하려고 가지 않았습니다. 나는 여러분 가운데에 있으면서 예수 그리스도 곧 십자가에 못 박히신 분 외에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기로 결심했습니다"(1코린 2,2)라는 말에서 이를 엿볼 수 있습니다.
 바오로는 코린토에서 아퀼라라는 유다인을 만나는데 생업이 같아서 그와 함께 천막짜는 일을 하면서 코린토의 유다인들과 그리스인들에게 복음을 전합니다. 바오로가 테살로니카1서를 집필한 것도 이 시기입니다. 18개월 동안 코린토에서 지낸 바오로는 배를 타고 소아시아의 에페소로 건너갑니다. 그리고는 곧 다시 배를 타고 카이사리아에 가서 그곳에서 육로로 예루살렘에 올라가 예루살렘 교회에 인사한 후에 안티오키아로 내려갑니다. 이로써 바오로는 두 번째 선교여행을 마치게 됩니다.
 
 ◇집필 장소와 배경
 바오로 사도가 코린토1서를 집필한 곳은 에페소입니다. 그러나 집필 시기는 2차 선교여행 때가 아니라 3차 선교여행 때입니다. 바오로는 3차 선교여행(53~58년쯤) 중에 에페소에서 3년 가량 머물렀는데 그때에 코린토1서를 쓴 것이 확실하다고 합니다. 집필 시기는 54~55년으로 추정됩니다.
 바오로가 코린토1서를 쓰게 된 동기 또는 배경은 무엇일까요. 한편으로는 코린토 교회에서 여러 가지 당면한 문제에 대해 질의를 해왔고, 다른 한편으로는 코린토 교회에 대한 좋지 못한 소식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코린토는 국제적 상업도시요 문화 중심지여서 문물 교류가 잦았기에 새로운 사상이나 종교에 대해서도 그렇게 폐쇄적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바오로는 필립비나 테살로니카, 베로이아와 달리 코린토에서는 큰 어려움 없이 18개월이나 머물면서 복음을 전하고 코린토에 교회를 세울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코린토는 개방적이고 번화한 도시 답게 이교의 좋지 못한 사상이나 풍습에 대해서도 관대했습니다. 코린토의 아프로디테 신전에는 매춘부가 수천 명 있을 정도로 성 윤리가 문란했으며, 음란과 환락이 만연해 있었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코린토에 복음을 전하면서도 코린토의 그리스도인들이 여기에 쉽게 빠질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코린토1서를 집필하기 전에 별도로 써 보낸 편지에서 불륜을 저지르는 이들과 상종도 말라고 당부하기도 했습니다(1코린 5,9 참조).
 그런데도 코린토 교회에서 달갑지 않은 소식들이 들려왔습니다. 불륜이 계속 저질러지고 있을 뿐 아니라 공동체가 분열돼 있다는 것입니다. 교우들이 이방인 법정에서 소송을 하고 성찬례 때에 불미스러운 일이 생길 뿐 아니라 죽은 이들의 부활을 부인하는 교우들도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코린토 교회는 바오로에게 서신을 보내 당면한 문제에 대해 질의를 해왔습니다. 혼인 문제를 비롯해서 우상에게 바친 제물을 먹는 문제, 예루살렘 교회를 위한 모금 문제 등이었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이런 문제들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밝히거나 지침을 제시하는 편지를 코린토 신자들에게 써 보냅니다. 이것이 코린토1서입니다.
 
 ◇주요 내용
 바오로는 우선 코린토 교회의 분열과 관련한 문제에 편지의 상당 부분을 할애합니다(1~4장). 코린토 교회가 바오로파, 아폴로파, 케파파, 그리스도파 등으로 갈라져 분쟁을 일으키고 있는데 그래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같은 생각과 같은 뜻으로 하나가 되어야"(1,10) 한다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 바오로는 세상의 지혜와 하느님의 지혜를 대비시키면서 지혜롭기 위해서는 어리석은 이가 돼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세상의 지혜가 하느님에게는 어리석음이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지혜로운 자들을 부끄럽게 하시려고 이 세상의 어리석은 것, 곧 십자가를 선택하셨습니다. 바오로는 십자가에 달린 그리스도야말로 하느님의 지혜이고 하느님의 힘이라고 설파하면서 코린토 공동체의 일치와 단합을 호소합니다.
 바오로는 이어 불륜과 교우간의 송사 문제에 대해 언급합니다(5~6장). 불륜은 그리스도의 지체이자 성령의 성전이 된 몸을 욕되게 하는 것이며, 교우들간 송사는 교우들끼리 해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나아가 교우들끼리 서로 고소하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고 지적하지요.
 바오로는 코린코 교회가 질의한 혼인 문제와 관련해 자신의 의견을 자세히 밝히고 나서(7장), 우상에게 바쳤던 제물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이지에 대해서 원칙을 제시합니다(8~11장). 혼인과 관련해 주목할 부분은 '바오로 특전'에 관한 대목입니다(7,12-16). 또 음식 문제와 관련해서는 음식으로 인해 형제를 죄짓게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고는, "먹든지 마시든지 그리고 무슨 일을 하든지 모든 것을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 하십시오"(10,31)하고 당부합니다.
 주님 만찬과 관련해서 바오로는 두 가지를 강조합니다. 부당하게 주님의 몸인 빵을 받아 먹어서는 안 된다는 것과 만찬 때 가지고 온 음식을 혼자 먹음으로써 형제를 배고프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11장).
 이어 바오로는 한 분이신 성령과 성령의 다양한 은사에 대해 설명합니다. 모두가 한 성령 안에서 세례를 받아 한 몸이 되었지만, 성령께서 각 사람에게 주시는 은사는 다양하기에 서로가 이를 존중해 다양성 안에서 일치를 이루라고 당부합니다(12~14장). 그리고 모든 길 가운데서 으뜸인 사랑의 길에 대해서 설파합니다(13장).
 코린토1서의 마지막 부분은 부활에 관한 가르침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죽은 이들의 부활이 없다는 주장을 일축하면서 부활이야말로 복음의 핵심 메시지임을 강조합니다. "죽은 이들의 부활이 없다면 그리스도께서도 되살아나지 않으셨을 것입니다. 그리스도께서 되살아나지 않으셨다면 우리의 복음 선포도 헛되고 여러분의 믿음도 헛됩니다"(15,13-14).

코린토1서의 특징
 위에서 살펴본 주요 내용에서 파악할 수 있듯이 코린토1서는 그리스도 신자 생활과 관련한 여러 가지 원칙과 규범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규범은 머릿속에서 생각해 낸 피상적 규범이 아니라 실제 생활에서 파생되는 문제들과 관련됩니다. 이런 점에서 코린토1서에 나오는 바오로 사도의 신학은 사목적 성격이 강합니다. 법정 송사 문제, 파벌 문제, 혼인 문제, 공동체의 질서와 일치에 관한 문제 등이 특히 그러합니다. 구체적 문제에서 출발해 그리스도인들의 행동 원리 또는 생활 규범을 제시하고 있기에 훨씬 힘이 있어 보입니다.
 다른 한편으로 코린토1서는 교회사적으로 몇 가지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성체성사의 기원이 되는 최후 만찬 때에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11,24-25)과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에 관한 언급(15,3-5)입니다. 이 두 대목은 최후 만찬 및 예수님 부활과 관련한 신약성경 기록들 가운데서 가장 오래된 것이어서 그만큼 사료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고 합니다.
 이 밖에도 코린토1서는 교회론과 관련해서도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는 것이 학자들 견해입니다. 바오로는 한편으로 "여러분이 바로 하느님의 성전입니다"(3,17)이라며 "하느님의 성전"으로서의 교회상을 제시하고, 다른 한편으로 "여러분은 그리스도의 몸"(12,27)이라면서 그리스도의 몸으로서의 교회상을 제시합니다.
 '여러분은 하느님의 성전이므로 거룩해야 하며, 그리스도의 몸을 이루는 지체들로서 다양성 속에 일치를 드러내야 한다.' 이것이 바오로 사도가 코린토 신자들에게 전하는 메시지입니다. 코린토 교회만이 아니라 오늘을 사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여전히 힘있게 선포되는 메시지입니다.

※ '바오로의 서간과 신학 사상' 기사는 다음과 같은 자료를 참고하고 있습니다. 「바오로 서간과 신학」(바오로딸) 「서간에 담긴 보화」(생활성서) 「바오로에 대한 101가지 질문과 응답」 「바울로와 그의 서간들」(생활성서) 「바오로 스케치」(빅벨) 「바울로」(분도출판사) 「신약성서입문」 (분도출판사). 「한국 천주교회 200주년 신약성서」(분도출판사) 「신약성서 새번역」(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성서못자리 그룹공부 교재-나눔터」(기쁜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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