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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정원]/마음가는대로

바람소리 / 이성선

by 세포네 2008. 6. 24.

 

 


바람소리

                                / 이성선

 

         

        바람소리로 몸을 닦습니다.
        하늘을 스쳐온 바람소리
        별을 스쳐온 바람소리

        바람소리로 몸을 닦습니다.
        마음 가난할 때만 오는 소리
        영혼이 아플 때만 오는 소리

        바람소리는 이 몸에 와서
        영혼의 신음소리를 듣습니다.
        바람소리는 이 몸에 와서
        흐느끼며 타오르는 불꽃을 봅니다.

        바람소리가 오면
        오, 바람소리가 오면
        이 몸은 빈 구멍마다 열어놓고
        당신을 맞습니다.
        당신 모습으로 온 세상의 신음소리를 맞습니다.

        당신의 신음소리와 나의 신음소리가
        이 몸 안에서 만납니다.
        하늘의 신음소리와 땅의 신음소리가
        이 몸 안에서 만납니다.

        하늘과 땅 사이 이 몸은 한 자루 피리
        아름다운 영혼을 기다리며 우는 한 자루 피리

        바람소리로 이 몸을 닦습니다.
        별의 말씀으로 이 몸을 닦습니다.
        하늘의 말씀으로 이 몸을 닦습니다.


        시집, '나의 나무가 너의 나무에게'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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