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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여행이야기

그 섬에 가고싶다

by 세포네 2007. 7.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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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섬에 가고싶다




바다의 끝에서 너를 만나다

‘섬’

한 글자만으로도 설렌다.

어디를 둘러봐도 청록의 바다가 끝없이 펼쳐지고, 수평선이 밀어낸 파도는 하얗게 부서진다. 드넓고 고요한 모래사장과 떠 있는 듯 떠다니는 듯 옹기종기 모여 앉은 이름 모를 작은 돌섬들. 가끔 흰 돛단배 한 척이 환영으로 나타났다 사라진다.

누구나 한번쯤 그려보는 풍경이다. 그려지기 때문에 보고 싶고, 보고 싶기 때문에 더욱 가보고 싶다. 그래서일까? 수많은 시와 소설, 영화와 드라마가 섬을 이야기하고 섬을 그린다.

섬은 바다에 갇혀있지만 갇혀 있지 않다. 엉뚱한 이야기는 아니다. 지금 우리를 보자. 침대, 창문, 자동차, 빌딩, 책상, 컴퓨터…. 온통 네모난 공간에 사로잡혀 있는 우리에 비하면 섬은 자유롭다.

섬사람들도 새삼 부럽다. 평생을 자연과 싸우며 섬을 지켜 온 사람들. 몸은 늙고 피부는 새까맣게 그을렸어도 그들은 자유롭다. 그런데 우리가 싸우는 건 고작 우리가 만들어낸 공해와 먼지뿐이다.

자유롭고 싶다. 자연을 벗 삼고 싶다. 올 여름에는 바다위에 떠 있는 또 하나의 육지,

‘그 섬에 가고 싶다.’

장마전선이 오르내리며 변덕스런 비를 뿌렸던 7월 첫 주. 본지 기자 네 명이 ‘그 곳’에 가 닿았다.

바다보다 더 깊은 분단 장벽에 막혀 더 이상 올라갈 곳 없는 최북단 백령도를 만났고, 한반도를 건너 뛰어 동쪽 끝 한 점 울릉도에 다다랐다. 남으로 발길을 돌려 제주도와 한반도 사이 추자도에 내딛었다. 800여 개의 섬이 오밀조밀 모인 신안 앞바다에서 이제는 다리가 놓여 한 섬이 된 자은도와 암태도, 팔금도와 안좌도를 눈에 담았다.

섬, 그리고 그 섬에 사는 사람들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한국의 섬은?

한국은 필리핀 일본과 더불어 아시아의 ‘섬 왕국’ 가운데 하나로 손꼽힌다. 한국해운조합에 따르면 국내의 섬은 유인도 444개, 무인도 2726개 등 총 3170개(일부 조사에서는 3200여개로 추정)에 이른다.

대개의 큰 섬들은 부속 섬들을 보유하고 있다. 가장 큰 섬인 제주도만 해도 우도, 가파도, 마라도, 추자군도 등의 유인도를 비롯, 차귀도 등 많은 무인도를 거느렸다.

섬들이 불규칙적으로 모인 것은 군도, 한 줄로 늘어선 것을 열도라고 칭한다. 전라북도의 고군산군도, 충청남도의 격렬비열도 등이 그렇다. 섬의 크기를 면적으로 따져 베스트 7위까지 보면 1위는 제주도. 뒤로 거제도, 진도, 강화도, 남해도, 안면도, 완도 순이다.

◎ [창조의 아름다움 간직한 '백령도']

발닿는 곳곳에 자연의 축복 넘치네

교통체증도 없다. 찌는 듯한 열기, 매연과도 잠시 이별. 푸르른 바다와 시원한 바람이 온종일 동행할 뿐이다. 바로 ‘섬’을 향한 여정의 시작이다.

서해 최북단, 인천에서는 228km 거리지만 북한의 황해도 장연군과는 10km 거리에 위치한 섬 ‘백령도’는 그야말로 매력이 넘치는 곳이다. 흔히 실향민들의 제2의 고향 또는 유명 효도관광지 정도로만 알려진 점이 아쉬울 따름이다.

이곳에는 뭍에도, 또다른 섬에도 볼 수 없는 것이 있다. 모래도 돌도 꽃도 나무도 하늘 위 새도, 물속 동물도 각각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희귀한 창조물들이다. 피서지로서 뿐 아니라 자녀들의 최고 생태학습지로 그만이다.

인천 연안부두에서 출발한 배는 백령도 용기포항에 닻을 내린다. 이곳에서 곧바로 등대해안을 돌아볼 수 있다. 이후 발걸음은 대개 망설임이 없이 연화리 두무진에 가 닿는다. 금강산의 해금강을 옮겨놓은 듯 하다고 해서 ‘서해 해금강’으로 불리는 곳. 50여m 높이의 기암괴석이 4km 이상 이어진다. 수천만년 세월 파도에 깎인 독특한 형상의 바위들도 즐비하다. 선대암, 용트림·코끼리·말·형제·장군·병풍·촛대바위….

용기포항에서 4km 가량 거리에 위치한 남포리 콩돌해안은 규암이 깎여 만들어진 콩알 크기의 자갈로 그득하다. 맨발로 지압효과를 누리기에 그만이다. 이 자갈들은 천연기념물이므로 그 모습에 반해 한웅큼 쥐어올 생각일랑 결코 하지말자.

비행기가 내려앉을 만큼 단단한 천연비행장으로 유명한 사곶해변으로 이동해보자. 천연기념물인 이 해변은 지금은 드라이브 코스로 각광받는다. 또 누구든 바지락을 줍는 기쁨도 덤으로 누릴 수 있다. 이 해변 끄트머리까지 내려갔다면 역시나 천연기념물인 감람암포획현무암분포지 바위틈에서 퐁퐁 솟는 차가운 암반수 샘물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심청전’에 등장하는 실제 인당수가 바라다 보이는 곳도 백령도다. 면소재지에 있는 심청각에서는 북한의 장산곶을 가장 잘 볼 수 있다. 또 백령도 곳곳에 자리잡은 야트막한 산에는 등산로가 다양하게 조성돼 산책삼아 나서기도 좋다.

평화로운 농촌과 산촌, 어촌의 풍경을 한꺼번에 품고 있는 백령도. 이곳에서는 일몰과 일출 또한 한꺼번에 감상할 수 있는 축복이 주어진다.

특히 백령본당을 통하면 성당 관리장 김남석(안토니오)씨의 백령도 탐방 특별 안내를 받을 수 있다. 백령도 토박이인 김씨는 섬의 볼거리와 먹거리, 역사와 삶은 물론 사진작가들이 탐내는 숨겨진 비경까지 한꺼번에 꿰고 있는 백령도 전문가이다.

선교사들의 '바닷길 나들목'

1839년, 박해 과정에서 조선으로 들어오는 선교사들의 밀입국 육지길이 탄로났다. 김대건 신부가 육지길 대신 선택한 바닷길의 입국 거점은 바로 백령도. 1846년 김신부는 앞으로 선교사들은 백령도를 통해 입국하라는 서한을 중국선원에게 전달한 후 관헌에게 체포됐다. 이로 인해 김신부는 순교했지만, 백령도를 통해 리델·뮈텔주교를 비롯한 17명의 프랑스 선교사들이 들어왔고, 그중 6명이 103위 순교성인에 포함됐다.

이렇듯 백령도는 한국교회 시작과 깊은 인연을 맺은 교회사 현장이다. 특히 선교 초기에는 이곳을 통해 선교사들이 들어왔지만, 앞으로는 도리어 중국과 북한 등을 향한 북방선교를 뻗쳐낼 거점으로도 눈여겨볼 곳이다.

이곳 섬사람들의 신앙 구심점은 50여 년 역사를 바라보는 백령본당(주임 김대선 신부)이다. 지난 1959년 설립된 본당은 백령도 내 병원과 고아원, 양로원, 유치원 등을 운영하며 주민들의 일상 곳곳에서 따뜻한 손길을 펼쳐왔다. 한때 섬의 복음화율은 95%를 훌쩍 넘겼었다. 현재도 주민의 25% 가량이 천주교신자이다. 총 12개 마을에는 10개의 공소가 자리잡고 있다.

■ 교통·먹거리

인천 연안부두에서 4시간여 거리. 3종의 쾌속선이 하루 1회씩 왕복한다.

콩돌해변에서 맛보는 자연산 홍합탕과 백령도 특산 메밀냉면, 메밀칼국수, 묵은지와 굴, 홍합만으로 맛을 낸 짠지떡을 맛보지 않으면 후회할 듯. 특히 저렴한 가격, 푸짐한 양, 자연 그대로의 담백한 맛에 세 번 놀란다.

■ 머물 곳과 미사시간

백령성당은 쾌속선이 오가는 용기포항에서 5분 거리에 위치. 북한 장산곶과 하늬바다 풍광이 그림처럼 펼쳐지는 마당에 자리잡은 성당 교육관의 1박 비용은 1만원으로 저렴하다. 신자 및 공소 민박 주선도 가능. 단 현재 본당에서 주관하는 순회피정 혹은 관광 프로그램은 없으니, 비정상적이 광고로 인한 피해에 주의하자. 주일미사는 오전 6시와 11시, 토요특전미사는 오후 4시와 8시에 봉헌된다. ※문의 032-836-1221
주정아 기자 stella@catholictimes.org


◎ [無 3高 5多 그리고 2聖堂 '울릉도']

울렁대는 가슴안고 울릉도로 떠나보자

우리나라에서 일곱 번째로 큰 섬이자, 3개의 유인도와 41개의 무인도로 구성된 울릉도는 섬 전체가 자연의 보고이자 관광의 천국이다. 2500만년 전 쯤 화산 폭발로 생겨났고, 포항에서 217km, 묵호에서 161km 떨어져 있다.

한 해의 맑은 날은 50일 남짓. 연 강수량만 1500mm가 훌쩍 넘는다. 툭하면 배가 결항하기 일쑤. 그러나 이 같은 이유 때문에 울릉도는 아직도 태고적 자연 환경을 간직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예로부터 울릉도의 특징을 설명할 때 한마디로 ‘3무3고5다(3無3高5多)’라고 한다. 도둑, 공해, 뱀이 없고(3무), 산, 파도, 물가가 높으며(3고), 물, 바람, 미인, 돌, 향나무가 많다(5다)는 뜻이다.

울릉도는 섬 전역이 가파른 절벽과 평균 경사 25도의 비탈진 언덕으로 돼있다. 울릉도 전체를 한 바퀴 도는 것은 대략 54km. 해안일주도로를 따라 차를 타고 둘러볼 수 있는 길은 50km. 나머지 4km는 능선을 따라 등산로가 마련돼 있다. 쉬운 길은 아니지만 탁 트인 바다를 보며 자연과 호흡해 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다. 성인봉(984m) 등정과 도동항 좌측해안을 따라 이어진 행남해안 산책로도 울릉도 여행의 백미.

이 밖에도 섬에서 유일한 평지지역인 나리분지, 여름에도 찬바람이 부는 풍혈(風穴), 성인봉과 봉래폭포, 성하신당, 등 가봐야 할 곳이 줄을 잇는다. 가는 곳마다 그곳에 얽힌 전설을 들어보는 것도 재미있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약수공원 내 망향봉의 독도전망케이블카에서 독도를 관찰할 수도 있다. 울릉도엔 특별히 해수욕장이 갖추어져 있지 않다. 그러나 사동, 남양, 태하 해변 일대는 수심이 얕아 해수욕하기 좋다.

▧ 울릉도와 천주교회

울릉도에 가톨릭교회가 처음 전해진 것은 1952년 평북에서 온 한 피난민 신부에 의해서였다. 당시는 한국전쟁 직후라서 섬사람들의 생활 형편이 이루 말할 수 없을 때. 마침 그때 많은 원조가 이 외딴 섬에 쏟아져 들어왔고, 배고픈 주민들은 그것을 얻기 위해 너도 나도 성당 문을 두드리게 됐다.

옥수수나 밀가루 한 포를 얻기 위해 성당을 나오는 실정이 되고 만 것. 그렇게 해서 1958년 첫 영세자를 배출한 이래 2300여 명이 세례를 받았고, 이는 울릉도 천주교회의 초석이 됐다.

현재 대구대교구 제4대리구 관할 구역인 울릉도에는 도동성당(주임 김태한 신부·사진)과 천부성당(주임 최광득 신부) 두 개의 성당이 있다. 신자 수는 두 본당 합쳐 약 500명 내외. 1만여 명이 살고 있는 울릉도에 이들은 워낙 적은 인원이라 서로가 친형제처럼 의지하면서 살아간다. 천주교인 수가 타종교 신자 수에 비해 열세인 점도 이들의 우애를 더욱 두텁게 해주는 비결인지도 모른다.

흥미로운 건 정윤열(모세) 울릉군수를 비롯해 각 단체장 및 행정 관료의 대부분이 가톨릭 신자라는 점.

전 대구대교구장 이문희 대주교는 울릉도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1976년부터 3~5년마다 울릉도에서 미사를 봉헌했으며, 최근에는 3년 전인 2004년에 9번째로 울릉도를 찾았다. 울릉도에는 이대주교의 부친인 고(故) 이효상 전 국회의장의 아호를 딴 한솔폭포가 저동3리에 있고, 그 곳에는 기념비문도 서 있다.

▧ 여행정보

◆교통편- 강원도 동해 묵호항(033-532-1001)에서 쾌속선이 평일 오전 10시에 출발한다. 7월 16일~8월 15일 성수기에는 오전 9시와 오후 5시30분 두 차례 운항. 2시간 30분 소요. 경상북도 포항항(054-242-5111)에선 오전 10시, 주말과 성수기 때는 오전 10시와 오후 7시 두 차례 운항한다. 3시간 소요. 서울의 대아여행사(02-514-6766)를 통해서도 선편을 알아볼 수 있다. 전화 예약은 필수.

◆숙박시설- 도동항에는 울릉비치호텔 등 관광호텔을 비롯해 천일펜션(박팔수 암브로시오, 791-3246), 한일모텔(조장선 루치아, 791-5515), 미영이네민박(강영화 리디아, 791-3447), 울릉민박(홍영혜 모니카, 791-2161), 천일민박(김순련 데레사, 791-3246) 등 신자가 운영하는 모텔과 펜션, 민박집이 밀집해 있다.

◆별미집-울릉도의 별미 홍합밥은 두꺼비식당(김남희 요셉, 791-1312), 따개비칼국수는 안젤라칼국수(허미애 안젤라, 791-7977)가 잘한다. 나리분지의 산채정식, 씨앗술도 놓칠 수 없는 별미.

◆미사 시간- 도동성당 : 평일 월 수 금 오전 6시, 화 목 오후 7시30분. 토요일 특전 오후 7시30분. 주일 오전 10시 30분. ※문의 054-791-2047 도동성당 사무실. 천부성당 : 평일 월~금 오전 8시. 토요일 특전 오후 8시. 주일 오전 10시30분. ※문의 054-791-6047 천부성당 사무실

◆여행 팁- 울릉도 여행의 숨은 묘미나 이색적인 여정에 대해 자세한 정보를 원한다면, 도동성당 장윤태(알퐁소) 사무장에게 도움을 청해보는 것도 좋다. 울릉도에서 나고 자라 이곳저곳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친절하고 상세히 가이드 해준다.
곽승한 기자 paulo@catholictimes.org


◎ [섬 넷, 일곱 공동체-자은·암태·팔금·안좌도]

저 바다에 누워 休~ 즐겨볼까

누군가 목포 서쪽 앞바다에 떠있는 섬들을 일컬어 ‘다이아몬드 제도’라는 이름을 붙였다. 크고 작은 섬들이 모여 ‘◇’ 모양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은도, 암태도, 팔금도, 안좌도는 다이아몬드 안에 사이좋게 모여 있다. 게다가 모두 다리로 연결돼 한 섬이나 다름없다.

■ 섬 넷, 가볼만한 곳

네 섬 중 가장 북쪽에 자리한 자은도는 우리나라에서 열두 번째로 큰 섬답게 도로 옆이 드넓은 논밭이다. 하지만 조금만 눈길을 돌리면 사방에서 바다를 본다. 이정표를 따라 백길해수욕장에 닿으면 광활한 모래밭이 한 눈에 들어온다. 3km가 넘는 해안선을 따라 끝없이 펼쳐지는 고운 모래사장은 우리나라인지 싶을 정도로 이국적이다.

남으로 발길을 돌려 다리를 건너면 돌이 많이 흩어져 있고 바위가 병풍처럼 둘러싸여져 있다고 이름 붙여진 암태도다. 암태도 수곡리와 서쪽 작은 섬 추포도를 잇는 제방도로에서 바라보는 갯벌은 장관이다. 고려시대 ‘팔금삼층석탑’이 있는 팔금도를 뒤로하고 다시 다리를 건너면 안좌도다. 저수지인 신촌지와 부속섬인 사치도는 낚시 명소다.

자은도에서 남쪽 끝 안좌도까지는 승용차로 40여분. 하루를 둘러봐도 시간이 남는다. 푸른 마늘 밭과 따가운 볕 아래서 땀 흘리며 농사를 짓는 사람들의 모습, 끝없이 펼쳐진 바다와 점점이 떠 있는 고깃배들을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감상해보자.

■ 일곱 공동체가 한 울타리에 - 광주대교구 인덕본당

하나같은 네 섬에 특별한 본당이 있다. 고장, 구영, 단고, 대율, 신석, 안창, 읍동 등 일곱 공동체(공소)가 한데 모인 광주대교구 인덕본당(주임 안호석 신부)이다.

주일미사 참례자가 300명이 되지 않지만 공동체는 일곱 이나 있다. 공소마다 성당도 하나씩 있고 매주 주일미사가 있으니 어린이·청소년 미사까지 합쳐 여덟 번 주일미사가 봉헌되는 셈이다.

신앙이 전래된 것은 박해가 극심했던 1866년. 구전에 따르면 자은도 한운리에 사는 신자 성덕원의 집에서 첫 전례가 시작됐다고 한다.

변화는 섬 네 곳을 잇는 다리가 놓이고 차로 어느 섬이든 갈 수 있게 되면서 찾아왔다. 일곱 공소는, 다리로 인해 하나가 된 네 섬처럼, 2004년 9월 인덕본당의 울타리 안에 모였다. 본당이 설립되고 신부가 부임했지만 일곱 공소는 이름만 공동체로 바꿨을 뿐 그대로 남았다. 공동체별로 매 주일 미사가 봉헌되는 것은 다리가 놓이기 전부터 이어 온 공동체만의 전통을 살리고, 말씀 전례에만 젖어 있던 신자들에게 미사의 참뜻과 은혜로움을 느끼게 하기 위해서다. 때문에 본당 주임 안호석 신부는 토요일과 주일이면 섬을 동분서주한다. 토요일 주일학교 미사를 시작으로 주일 오후 8시까지 일곱 성당에서 미사를 집전한다. 안 신부가 주일날 운전하는 거리는 200km가 넘는다.

그게 무슨 한 본당이냐고 되물을 만하다. 하지만 평일미사에는 일곱 공동체 신자 모두가 참례한다. 평일미사 참석 인원은 60여 명. 일곱 공동체 신자가 일주일에 네 번 만나 평화의 인사를 나누는 셈이다. 하루 종일 일하고 저녁식사도 거른 채 미사에 오는 신자가 많다고 선교사는 귀띔한다. 신앙심은 누구 못지않다는 이야기다.

본당은 대율과 암태, 신석, 구영공동체에 교육관을 마련했다. 공동체 신자간 친교를 나누고 도시 신자들과 섬 신자들 간 교류의 장을 만들기 위해서다. 많은 도시 신자들이 이곳을 찾아 섬 공동체의 신앙생활을 체험하고 더불어 여름을 즐겁게 날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 공동체 사람들의 바람이다.

■ 찾아가는 길

배는 목포 여객선터미널이나 목포 북항에서 하루 10회 이상 운항하며 1시간 30분 걸린다. 섬마다 선착장이 있어 배가 시간마다 다른 선착장에 도착하지만 섬이 모두 연결돼 있고 선착장간 거리도 가까워 불편은 없다.

다만 섬 내 교통편이 부족해 자동차를 배에 싣고 와 여행하는 것이 편하다. 섬 사이를 오가는 군내 버스나 부름(콜) 택시도 있다.

※문의 061-243-0116~7 목포항여객선터미널, 061-244-0005 대흥상사

■묵을 곳 & 미사시간

인덕본당의 일곱 공동체 중 대율, 암태, 신석, 구영 등 네 곳에 숙식 가능한 교육관이 마련돼 있다.

깨끗하고 넓은 공간에 식재료만 준비하면 직접 식사를 해결할 수 있어 편리하다. 면 소재지와 백길·분계해수욕장에는 민박과 여관도 있다.

주일 한차례 정도 미사가 봉헌되는 휴양지 본당과 달리 본당의 미사는 토요일과 주일 총 여덟 차례 공동체별로 봉헌된다. 성당이 섬 곳곳에 자리하고 있어 주일 어느 때든 미사를 봉헌할 수 있는 것이 이곳만의 장점이다.

※ 문의 061-271-8383 구영공동체, 061-271-8565 대율공동체
이승환 기자 swingle@catholictimes.org


◎ [신앙 선조들의 숨결 살아있는 '추자도']

역경 이겨내고 신앙의 날개 펴다

■바다 낚시터, 추자10경

추자도는 제주항에서 북쪽으로 약 45km 떨어진 섬으로 상·하추자, 추포, 횡간도 등 4개의 유인도와 38개의 무인도로 이루어져 있다.

1271년(고려 원종 13년)까지 후풍도(候風島)라고 불렀으며, 그 후 전라남도 영암군에 속하면서 추자도로 개칭하고, 1910년 제주에 딸리게 되었다.

다금바리를 제외한 모든 어종이 풍부한 지역이며, 일본까지 소문난 바다 낚시터로 많은 낚시인들이 찾는다.

현재 인구는 2800여 명 정도이며 주업은 수산업, 특히 멸치잡이로 유명하다. 우두일출(牛頭日出, 속칭 소머리섬), 신양 포구의 해변인 장작평사(長作平沙) 등 ‘추자 10경’이 있어 볼거리 면에서는 어느 관광지 못지않다.

■신앙의 뿌리를 내리다

1801년은 추자도의 신앙이 싹을 틔운 시기다. 신앙의 거름을 준 이들은 황사영(알렉시오)·정난주(마리아) 부부.

1801년 신유박해로 인해 황경한의 가족은 뿔뿔이 흩어지게 된다. 황사영은 순교했고 어머니 이윤혜는 거제도, 정난주는 제주도로 유배를 가게 됐다.

아들이 평생 죄인으로 살아갈 것을 걱정한 정난주는 제주도로 가기 전 아들 경한을 추자도의 갯바위(속칭 황새바위)에 남겨놓았다.

아들 경한은 그의 울음소리를 듣고 찾아온 어부 오씨에 의해 키워졌으며 성장한 뒤에 혼인, 두 아들을 낳았다. 갯바위에서 울던 경한은 생을 다한 후 하추자도 예초리 남쪽 산의 중간 산등성이에 묻혔다. 이후 그의 후손들이 하추자도에서 거주하기 시작했으며 추자도에서는 황씨와 오씨가 결혼하지 않는 풍습이 생겨났다고 한다.

상추자도에는 제주교구 서문본당(주임 양명현 신부) 추자공소가 위치해있다. 이곳 신자들의 신앙은 무척이나 뿌리 깊다.

추자공소의 신자수는 약 30여 명. 매주일 오전 11시에 공소예절을 하며, 미사는 기후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1달에 1번 서문본당 주임 또는 보좌 신부가 방문해 미사 집전을 한다.

신자들은 마땅한 전례서가 없어 가톨릭교회교리서를 바탕으로 예절을 하고 육지로 나가는 사람들이 늘어나 다양한 활동을 펼치지 못하고 있다.

또 이들이 아쉬워하는 가장 큰 부분은 육지 신자라면 매일 영할 수 있는 성체를 1달에 1번, 그것도 기후가 좋을 때만 영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신자들은 이러한 어려운 상황에도 신앙생활을 잘 해나가고 있었다. 전례력에 따른 기도생활과 성체조배도 열심히 했다. 이와함께 명절 때면 황경한 묘역 벌초를 통해 신앙 후손으로서의 의지를 다지는 것에도 소홀히 하지 않고 있다.

추자도 가는 길

추자도는 목포와 제주에서 배편을 이용해 갈 수 있다.

목포에서 출발할 경우 목포항에서 오전 9시10분 또는 9시30분 배를 타고 들어가면 된다. 7월 20일부터 8월 15일까지는 특별수송기간으로 10% 할인 요금이 적용된다.

제주는 제주공항에서 출발할 경우 공항좌석 100번 버스를 이용(약 10분 간격), 종점인 제주항여객선터미널에서 하차. 약 30분 소요된다.

배편은 오전 10시에 출발해 1시간 정도 걸리는 쾌속선과 오전 11시에 출발해 2시간30분 정도 걸리는 배, 두 편이 있다. 현재는 비성수기라 따로 예약이 필요없다.

저렴한 가격의 숙소를 원한다면 추자공소를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공소에는 20여 명 수용 가능한 방이 있으며 식당이 있어 자체적으로 취사를 해결할 수 있다. 세면시설도 있으며 이용료는 무료.

※문의 064-742-3777 추자공소, island.haewoon.co.kr 제주여객터미널, www.seaferry.co.kr 씨월드 고속훼리(주)

두 달 만의 공소 미사

추자공소 신자들

7월 2일 오후 5시. 공소로 신자들이 하나 둘 씩 모여들었다. 이날은 두 달 만에 사제가 집전하는 미사를 봉헌하는 날이었다.

제주교구 서문본당 주임 양명현 신부는 공소에 도착하자마자 신자들을 반갑게 맞았다.

“신부님 잘 지내수꽈” “어이구~ 얼굴 좋아졌네” 양신부와 신자들은 2달 만에 재회(?)한 기쁨을 한껏 나타냈다. 미사에 참석한 신자는 25명 정도. 이정도 수치면 신자 대부분이 나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사 후 모두가 식당으로 모였다. 삼치·조기 구이, 광어회 등 지역특산물이 그대로 상위로 올라왔다.

“신부님 우리 식당 문에 붙일 모기장 좀 갈아줘요” “광어 좀 드세요. 이게 5~6월 밖에 안 잡히는 거예요”

이태재(미카엘·53)씨는 “신부님이 오시는 날에는 공소 신자 대부분이 모여 신부님과 음식을 나누고 살아가는 이야기도 나눈다”고 귀띔했다.

한 자매님이 기자의 어깨를 치며 말했다. “기자 양반, 내 술 한잔 받아요. 이럴 때 아니면 언제 보겠어요?” 쓰디쓴 술의 맛은 없었다. 그저 마음속에 따뜻한 정(情)만이 한껏 피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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