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복지, 교육 사업으로 선교 박차
"통군정 그늘에서/압록강 굽어보며/옛꿈에 시달린다/제트기의 긴 꼬리//보아라/두꺼비 눈의/지혜가/부끄럽다"(리진 작 '통군정' 전문)
압록강 기슭 '통군정(統軍亭, 북한 보물 제12호)'에 올라서면 의주읍성이 환히 내려다보인다. 1957년 소련에 망명, 무국적자로 남은 북녘 작가 리진(77) 시인은 1951년 통군정에서 전쟁의 참화에 시달리는 국토를 애달파했다. 의주읍(비현본당 관할구역 제외)과 삭주군 전 지역을 관할한 의주본당 공동체는 의료와 사회복지, 교육을 통해 선교에 박차를 가햇다. 1919년 10월 7일 뮈텔 대주교 주례로 성당봉헌식을 마친 지 1개월 뒤인 11월 4일에는 성당 안에서 대한민국임시정부가 보내온 '천주교 동포에게'라는 문건이 일본 관헌에 발각 압수될 만큼 민족의식이 강했던 공동체이기도 했다. 그 역사의 숨결을 사진을 통해 만난다. 사진제공= 메리놀외방전교회 미국 뉴욕주 어씨닝 본원, 평양교구 설정 80주년 준비위원회
전대식 기자 jfaco510@pbc.co.kr
오세택기자 sebastiano@
[의주읍성]
1924년, 의주성당에서 바라본 의주읍성 전경. 멀리 압록강 기슭 삼각산 봉우리 능선에는 국경 수비를 위해 세워놓은 누정(樓亭)인 '통군정'이 희미하게 보인다. 읍성 내부인데도 그리 번화하지는 않다. 기와집과 초가가 드문드문 있고 그 사이에 농토가 있다.
[의주성당 수녀원 앞의 소녀]
의주성당 수녀원 현관 앞에 서 있는 어린 소녀. 두터운 포대기에 아기를 싸 업고 있는 게 엄마를 대신해 동생을 돌보는 듯하다. 1920년대 사진으로 보인다.
[의주본당 부설 양로원 어르신들]
1932년 의주본당 부설 양로원 풍경. '의주양로원'이라고 쓴 현판이 기둥에 걸려있고, 마루엔 한복을 입은 어르신들이 앉아 햇볕을 쬐고 있다. 오른쪽 마루엔 흰 머릿수건을 쓴 아낙네들이 앉아 있다. 1925년 당시 의주본당에 거주하던 요셉 캐시디 신부가 설립한 의주양로원은 평안도 지역 최초 자선사업기관으로, 수용인원이 31명이나 됐다.
[8대 주임 파디 신부]
1935년 전통 한옥에서 주민들과 함께한 제임스 파디 신부. 훗날 초대 청주교구장(1958~69) 주교에 임명돼 청주교구 초석을 놓는 파디 신부는 당시 의주본당 8대 주임으로 재임 중이었다. 1934년 2월부터 1941년 일제에 의해 강제추방되기까지 교회 사업 시설 확충에 힘을 쏟았다. 의주양로원을 50평 가량 증축, 오갈 데 없는 어르신들을 돌봤으며 고아도 17명이나 교우 가정에 맡겨 양육하고 그 비용은 자신이 부담했다. 또 해성야학을 꾸준히 운영하는 한편 해성학교 재개교를 위해 당국에 인가 신청도 했다.
[통군정에 나들이 나온 메리놀외방전교회 수녀들]
1928년 8월 24일, 의주의 보물 '통군정'에 나들이를 나온 메리놀외방전교회 수녀들. 드물게 사진을 찍은 날짜까지 남아 있는 이 사진은 통군정 실내를 어렴풋이 보여준다. 메리놀수녀회 수도자들은 1924년 10월에 6명, 이듬해 10월에 6명이 입국, 의주에 모여 교구 설정 준비를 돕고 우리말을 공부한 뒤 전교지로 나갔다. 1925년에 입국한 수도자 가운데에는 한국인 수녀 장정온(악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 수도회 초대 원장, 장면 총리의 여동생) 수녀도 포함돼 있었다.
[일제 강점기 장례식 모습]
일제 강점기 의주본당 장례식 풍경. 많은 만장 가운데 '고황주최공지구(故黃州崔公之柩)'라고 적혀 있는 것으로 미뤄 최 아무개씨 장례로 보인다. 메리놀회는 사진 뒤에 '의주 김 마리아씨 집안 장례식'이라고 기록했다. 가운데 부분 꽃상여 앞에는 캅파(Cappa, 특별한 예식 때 사제가 입는 소매가 없는 외투 형태의 긴 전례복)를 걸치고 사제각모(Biretum)를 쓴 사제가 서 있고, 삼베 상복에 굴건을 쓴 남자 유족들, 어린이들이 있다. 찍은 시기는 정확히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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