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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정원]/마음가는대로

인연 잎사귀 / 이해인

by 세포네 2006. 9. 22.

 

 

 

 

 

 

인연 잎사귀   / 이해인


 

 


        수첩을 새로 샀다.
        원래 수첩에 적혀있던 것들을
        새 수첩에 옮겨 적으며 난 조금씩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다.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취할 것인가.
        어느 이름은 지우고
        어느 이름은 남겨둘 것인가.
        그러다가 또 그대 생각을 했다.

        살아가면서 많은 것이
        묻혀지고 잊혀진다 하더라도
        그대 이름만은
        내 가슴에 남아 있기를 바라는 것은
        언젠가 내가 바람 편에라도
        그대를 만나보고 싶은 까닭이다.

        살아가면서 덮어두고
        지워야 할 일이 많이 있겠지만
        그대와의 사랑, 그 추억만은
        지워지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그것이 바로 내가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되는 까닭이다.

        두고두고 떠 올리며
        소식 알고 픈 단 하나의 사람.
        내 삶에 흔들리는 잎사귀 하나 남겨준 사람.

        슬픔에서 벗어나야
        슬픔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듯 그대에게 벗어나
        나 이제 그대 사람이었다는 것을 아네.

        처음부터 많이도 달랐지만 많이도 같았던
        차마 잊지 못할
        내 소중한 인연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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