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교구가 2000년 대희년을 맞아 6월 25일 최북단 비무장지대 남방한계선인 강원도 철원군 월정리역에서 봉헌한 ‘민족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전국대회 미사.
▶1997년부터 춘천교구가 북강원돕기 위해 펼친 ‘한솥밥 한식구 운동’의 결실인 감자를 북한으로 보내며 축복하고 있다.
▶춘천교구장 장익 주교
소공동체 생활화로 모두가 ‘좋은 이웃’
사목활성화 위해 교구관할지역 세분화
지역장 사제 중심으로 공동사목 노력
자생력과 자율성. 이 두 단어는 춘천교구를 한마디로 설명하는 단어다.
춘천교구에 있어 남에게 의지하는 모습은 어울리지 않는다. 말 그대로 자생력과 자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사목에 중점을 둔다.
이를 실행하기 위해 우선 교구의 구조를 체계화했다. 사제평의회와 사목평의회, 재무평의회, 양성위원회, 수녀연합회, 건축위원회, 자문위원회 등을 정립하는 ‘규정집’을 엮어 낸 것이다.
이는 사목자와 신자 모두가 자신의 정체성을 살려 본연의 목적에 더욱 충실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결과는 두 말하면 잔소리. 각종 신심·활동 단체들을 활성화해 교구 생활에 평신도들을 적극 참여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시골이라 이동거리로 인해 적극적인 사목이 어려울 것이라는 고정관념도 춘천교구에서는 먼 나라 이야기다.
교구는 사목의 활성화를 위해 그동안 3개 지구였던 교구 관할 구역을 5개 지역(춘천·중부·서부·영북·영동)으로 구분했다.
그리고 지역장 사제를 임명, 지역 안에서 일어나는 현안을 충분히 논의할 수 있도록 공동사목을 권장했다.
2003년 춘천지역을 2개 지역(춘천·남춘천)으로 세분하여 6개 지역으로 분할한 것도 보다 적극적인 지역 공동사목을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이 정도로 춘천교구의 힘이 다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기틀이 마련됐는데 과연 교구민들이 가만히 있을까?
교구민들은 본당사목이 교구의 밑바탕이 된다는 일념 하에 ‘춘천교구 본당 공동체 기본 구성’이라는 체계 하에 활동하고 있다.
본당 공동체 기본 구성은 주임사제를 기준으로 △사목평의회 △구역협의회 △평신도 단체협의회 △재무평의회 등 각 4개 의회로 나뉘며 이 의회는 신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사목 수행 활성화에 역점을 두고 있다.
이는 책임감 있는 본당 활동을 통해 보다 나은 교회의 모습을 이루기 위한 것으로, 현재 타 교구에서도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목 방식이다.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소공동체 활성화. 이미 춘천교구에서는 소공동체의 생활화가 이루어진지 오래다.
본당 공동체 기본 구성 중 하나인 구역협의회가 소공동체를 이끌어 나가는 구심점이다. 구역협의회는 공소를 포함, 본당일 경우 구역과 반으로 나누고 주소확인 냉담자 세대는 ‘좋은 이웃’ 모임으로 구분해 소공동체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교구는 ‘좋은 이웃’이라는 소책자를 제작해 소공동체에 배포하고 있다. 좋은 이웃은 모임순서, 말씀 그림, 말씀 묵상, 가족 기도, 전례 해설 등을 담아 교구민들을 참 복음의 길로 이끌고 있다.
대사회적 활동은 어떤가. 춘천교구는 없는 살림에도 불구하고 이미 수차례의 대북지원을 통해 북한 복음화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씨감자보내기와 씨감자 품종 제공, 결핵예방지원, 연어 부화장 등 북한 주민의 삶에 직접적 도움이 되는 나눔을 지속적으로 펼쳐왔다.
‘춘천교구의 힘’은 이 정도가 끝이 아니다. 백두대간의 허리인 강원도. 그 안에서 복음을 산소처럼 내뿜는 춘천교구. 시간 나면 강원도 쪽으로 숨을 들이셔보자. 복음의 향기가 진하게 불어올 것이다.
■민족화해를 위한 꾸준한 발걸음
‘고기를 주기’보다 ‘고기잡는 법’ 알려줘
춘천교구는 분단을 몸으로 겪고 있는 교구이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으로 인해 그간 춘천교구는 북녘 동포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벌어왔다.
지난 1997년 북녘동포 돕기 급한 식량과 희망의 씨앗 보내기로 시작한 ‘한솥밥 한식구’ 운동은 대북지원사업의 모체다.
교구는 이 운동을 기반으로 매년 성탄 자정미사 봉헌금과 구유헌금을 기금으로 모아 감자 300톤 보내기, 슈퍼 옥수수 개발기금 후원, 어린이 백신접종 차량 지원, 연탄 40만장 전달 등 북한 주민의 자립을 돕는 사업을 꾸준히 펼치고 있다.
또 남북적십자사가 합의한 지정기탁제를 활용해 교회내에서는 처음으로 북한의 특정 지역인 북강원도를 지원해왔다.
2003년 조성된 ‘연어부화장’은 춘천교구가 북한 주민들의 경제적 도움뿐만 아니라 자립심을 키우기 위해 강원도와 공동 추진한 남북교류협력사업이다.
부지 6천평, 건평 700평 규모로 부화동, 사무동, 시설지원동, 고가수조, 심정동, 경기동 등을 갖추고 있으며 연간 500만 마리의 연어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현재는 북한 자체에서 연어를 부화, 생산할 수 있는 단계에 거의 근접한 상태로 성장했다.
말 그대로 모든 지원이 북녘 동포의 삶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들이다.
없는 교구 살림에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체제와 이념을 넘어 민족 화해가 우선돼야 한다는 교구 구성원 모두의 생각이 지금껏 조건 없는 대북 지원을 가능하게 한 원동력이다.
함흥교구장 서리이기도 한 장익 주교는 “이념 문제가 아닌 그저 어려움을 겪는 북녘 동포들을 위해 도움을 주는 것 뿐”이라며 “나누는 것이야 말로 생명이고 보람”이라고 강조했다.
"초기교회의 삶 따르는 소공동체 꼭 필요하죠”
■인터뷰/교구장 장익 주교
“괜찮으세요?”
반팔 상의를 입은 장익 주교의 모습에 대뜸 물었다.
“날이 따뜻하지 않습니까?”
일교차가 커 아직 쌀쌀한데라는 생각이 들 때쯤 장주교가 말했다.
“요즘 본당 사목 방문으로 인해 무척 바쁩니다.” 그랬다. 장주교는 요즘 눈코 뜰 새가 없다. 일반적인 사목방문이 아닌 본당에서 운영되는 본당 공동체 기본 구성 관계자들과 직접적으로 만나 대화하는, 발로 뛰고 귀를 여는 사목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이야기는 소공동체로 이어졌다. “초기 교회는 공소 생활이었습니다. 당시 공소 신자들의 삶은 복음을 증언하는 삶 자체였습니다. 핵가족화 되고 각박해지는 현대사회에 소공동체는 필수불가결한 사안입니다.”
강경했다. 그래서인지 교구에는 소공동체 형식을 띄는 활동이 많다. 평신도 성서모임, 교리교육과 전교를 위한 모임 ‘명도학당’, ‘좋은 이웃’, 게다가 교구 사제들까지 한달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는다.
말 그대로 교구민들의 자생력을 키워 개개인이 찰떡같이 뭉쳐 끈기 있게 교구를 이끌어 가려는 것이다.
최근 새롭게 개편된 홈페이지도 찰떡을 만들어가려는 재료다. “거리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지역별 교육을 신설했지만 부족하다고 느꼈습니다.”
장주교는 해결책으로 교구민 모두가 클릭 한번이면 교회와 교구 소식을 알 수 있도록 홈페이지를 개편했다고 말했다. 아직 개설 단계지만 거의 포털사이트 수준이다.
모든 일에는 단계가 있다는 장주교는 북한 복음화와 대북 지원에 관해서도 뼈있는 말을 내놓았다.
“북한 주민들의 삶에 직접적으로 보탬이 되는 도움이 있어야 합니다. 일회적인 이벤트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습니다. 자연스럽고 직접적인 도움이 민족화해의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장주교는 마지막으로 교구민들에게 애정어린 말을 남겼다.
“혼란한 현대 사회에 필요한 것은 인본주의입니다. 사람이 근본이 되는 삶이야 말로 복음을 증언하는 삶입니다. 교구민 여러분 모두 근본을 살리는 삶을 살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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