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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과 교리]/가톨릭 소식들

종교, 문명 충돌 더 이상은 안돼

by 세포네 2006. 2. 15.

마호메트 풍자 만화로 일어난 서방, 이슬람 갈등,,, 교황청, "서로 존중 갈등 해결 노력" 촉구

◀ 이탈리아 로마 요한 라테라노 대성전에서 10일 열린 안드레아 산토로 신부 장례식에 앞서 사제들이 산토로 신부 관을 대성전으로 운구하고 있다. 로마(이탈리아)=CNS

 

 

 

 마호메트 풍자만화가 일으킨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악화일로 속에 터키에서 사제피살 사건이 발생, 온건한 이슬람 국가였던 터키마저 광신적 이슬람주의의 새로운 중심지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까지 일고 있다. 이번 사건 전말과 이에 대한 교황청 입장과 대응을 살펴봤다.
 
 ◆갈등의 시초
 지난해 9월 덴마크 일간지가 폭탄을 머리에 두르고 있는 마호메트를 마치 테러리스트처럼 묘사한 풍자 만화를 실은 것에 이어 노르웨이 한 잡지도 1월 초 풍자만화를 게재한 것이 갈등의 발단이 됐다. 촌철살인의 재치와 유머로 어떤 인물이나 사건을 비판하는 일은 서방 신문의 풍자만화에서는 자주 있는 일이지만 이슬람에서는 유일신 알라와 마호메트에 대한 어떤 묘사도 금지하고 있다. 묘사하는 것 자체가 신성모독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덴마크에서 처음 만화가 공개됐을 때 항위시위가 있었지만 당시에는 큰 논란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에 대해 덴마크 정부가 안일하게 대처했고, 더욱이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언론들이 무슬림의 반발에 대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대응하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게 됐다.

 결국 이 만화는 이슬람권 지역에서 덴마크 제품 불매 운동을 불러일으킨 데 이어 시리아, 레바논 등지에서는 덴마크와 노르웨이 대사관과 영사관에 시위대가 침입, 방화하는 등 폭력사태를 촉발하면서 서방과 이슬람권의 충돌로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사제 피살사건
 이 혼란한 시기에 이슬람 국가 터키에서 5일 이탈리아 출신 사제 한명이 피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항구 도시 트라브존의 산타 마리아성당의 안드레아 산토로(60) 신부가 주일미사 후 17살 소년에 의해 피살된 것이다.

 이 사건이 일어나자 언론은 풍자만화에 기인한 피살사건이 아니냐는 의심을 증폭시켰지만 터키 정부는 이와 관련 최대한 언급을 회피하고 사태가 진정되기를 바라면서, 코란은 하느님 사람을 죽이는 것을 허락지 않는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 사제 피살이 마호메트 풍자 만화와 관련한 분노와 폭동에 기인한 것인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이 피살 소식에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6일 산토레 신부가 소속돼 있는 로마교구장 까밀로 루이니 추기경에 보낸 전문을 통해 "그가 흘린 피가 사람들 사이에 진정한 형제애의 씨앗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청 입장과 대처  
 서구와 이슬람권 갈등이 증폭되면서 지난 4일 교황청 공보실은 공식 성명을 발표해 표현의 자유를 빌어 종교적 신앙을 무시한 서방 언론과 또 폭력적으로 대응한 이슬람, 양측이 모두 잘못했음을 지적하고 서로 존중함으로써 갈등을 해소할 것을 촉구했다.

 무엇보다 교황청 관계자들과 터키 정부는 피살이 이번 갈등 사태와 분리돼 있음을 강조하면서, 광신주의가 발을 디디지 못하게 최대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지난 9일 터키 주교들은 이번 사건과 관련 소수 가톨릭 공동체 현황을 논의하기 위해 이스탄불에서 모임을 갖고 동시에 산토로 신부 안식을 기원하는 미사를 봉헌했다. 이 자리에는 연대의 표시로 정교회와 이슬람 종교 지도자들도 함께 참석했다.

 같은 날 교황청은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오는 11월 터키를 방문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교황청은 무엇보다 이번 사건이 문명 충돌로 인한 비극적 사건으로 비춰지기를 원치 않기에, 교황은 터키를 방문해서 산토로 신부를 세계적 문화 종교 전쟁에서 희생된 영웅이 아니라 충실한 복음의 증거자로 기억할 것이다.

조은일 기자
【바티칸시티, 이스탄불(터키)   =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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