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 얼마 전 발렌타인 데이가 지났습니다. 또 이 달 14일은 화이트 데이라고 합니다. 우연히 신문에서 발렌타인 데이는 가톨릭과
관계된 날이라고 들었습니다. 발렌다인 데이와 화이트 데이의 정확한 유래를 알고 싶습니다. 이윤희(소피아, 42) 경기도
수원시.
우리나라엔 불교의식에서 유래한 민속놀이로 ‘탑돌이’가 있다. 탑돌이의 형식과 내용에는 많은 종류가 있지만 그 중에는
여자들이 탑을 돌 때 남자들이 눈을 맞추는 형식의 사랑고백 의식도 있다.
삼국유사에 보면 ‘금현’이란 남자가 이 탑돌이에서 사랑을
맺은 것으로 나와 있다. 또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조선 세조때 원각사(지금의 파고다공원)의 탑돌이가 너무 문란하다 하여 조정에서까지 문제되기도
했다. 이밖에도 견우 직녀가 만나는 칠월칠석날, 총각이 처녀가 있는 집의 담을 넘어가는 풍속이 있어 머슴이 몽둥이를 들고 지켰다는 기록도
있다.
서양의 탑돌이, ‘발렌타인 데이’, 2월14일은 가톨릭교회 성인 발렌티노 사제의 축일이다. 원정하는 병사의 결혼을 금지한
로마 황제 클라우디우스 2세에 반대하다가 발렌티노 성인이 순교한 날이기도 하다. 그것이 270년의 일이다.
이에 앞서 고대 로마에선
풍작을 기원하는 제사(2월 중순)때 여자가 사랑의 편지를 써서 항아리에 넣고, 편지를 받는 남자가 그 여자에게 데이트를 청하는 관습이 있었다.
서양에선 또 오래 전부터 ‘2월 중순경부터 새들이 발정(發情)을 시작한다’는 속설이 있다. 발렌티노 성인의 축일, 로마의 관습, 서양의 속설
등이 결합해 생겨난 것이 오늘날의 ‘발렌타인 데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서 발렌타인 데이 때 여성이 남성에게 초콜릿을 선물하는
것은 그 유래를 찾을 수 없는 국적불명의 풍습이다. 다만 1960년 일본의 어떤 초콜릿회사가 연인의 편지를 대신하여 초콜릿을 보내도록 만든
상업전략에 의해 시작된 것이라고 알려져 있을 뿐이다.
유래가 있는 발렌타인 데이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남성이 여성에게 사탕을
선물한다는 화이트 데이는 어디에서도 그 유래를 찾아 볼 수 없다.
일생 동안 사랑을 실천하다 순교한 발렌티노 성인의 뜻을 기리는
날. 순수하고 아름다운 이 날의 참된 의미가 상업적 의도에 의해 왜곡돼선 안 될 것이다. 2월14일의 의미는 회복돼야 한다.
<자문=서울대교구 교회법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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