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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와 영성]/성서의인물(구약)

[38] 불행한 최초의 왕 사울

by 세포네 2005. 6.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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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한 최초의 왕, 사울 사무엘은 백성들의 요구에 따라 이스라엘 최초의 왕을 물색했다. 선택된 인물이 사울이었다. 사울은 베냐민 지파의 혈통을 이어받은 사람으로 장사였다.

사무엘은 이스라엘 온 지파를 내세우고 제비를 뽑았다. 그 결과 베냐민 지파가 뽑혔고, 다시 베냐민 지파를 놓고 제비를 뽑자 키스의 아들 사울이 왕으로 뽑혔던 것이다.

사무엘이 외쳤다.

“자, 야훼께서 뽑으신 이를 보아라. 이 나라에는 이만한 인물이 없다.”

그러자 온 백성이 “우리 임금 만세!”하고 소리질러 환호했다. 그런데 군중 가운데에는 “어떻게 저 친구가 우리 민족을 구할 수 있겠어!”하며 얕잡아 보고 그를 따르지 않는 자들도 있었다.

사울은 반대자들의 멸시를 모른 체하고 침묵을 지키며 때가 오기를 기다렸다.

그러던 중 사울이 왕으로서 자질을 인정받는 사건이 발생했다. 암몬 사람들이 쳐들어 왔을 때 사울은 온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겨릿소 한쌍을 끌어다 각을 떠서 각각 보냈다.

“누구든지 사무엘과 사울을 따라 적과 싸우지 않고 꽁무니를 빼는 자는 저 소처럼 될테니 알아서 하시오!”

결국 사울은 암몬군을 크게 무찔렀다. 산 자들도 뿔뿔이 흩어져 줄행랑을 쳤다.

이번엔 백성들이 사무엘에게 몰려와 요구했다. “사울이 왕으로 뽑혔을 때 빈정거리며 거부했던 자들이 있습니다. 그들을 죽이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그런 인간들은 싹을 도려내야 합니다.”

그러자 사울이 펄쩍 뛰었다. “안됩니다. 야훼께서 이스라엘에 승리를 안겨주신 날 피를 흘리다니… 당치도 않소.”

사울은 큰 포용력을 가지고 자신의 정적들을 감싸안았다. 그는 통이 컸던 인물이었다.

사무엘은 장엄한 예식을 통해 드디어 사울을 이스라엘 최초의 왕으로 책봉했다. 그리고 온 백성과 함께 하느님께 친교제를 드렸다.


그때부터 사울은 이스라엘을 다스렸고 백성들은 사울을 하느님이 보내주신 임금으로 섬겼다.

사울이 왕이 된 지 2년이 지나 블레셋의 침략으로 전쟁이 일어났다. 그런데 블레셋군의 병력이 워낙 막강하여 이스라엘군은 사기가 몹시 떨어져 있었다. 사울을 따르는 군대는 적군의 위세에 눌려 모두 떨고 있었고 병사들도 하나 둘씩 도망쳤다.

전세가 급박하게 돌아가는 7일 동안 사울은 사무엘을 기다렸으나 그는 나타나지 않았다.

사울은 기다리다 못해 번제물과 친교제물을 가져오라 해서 자신이 제사를 지냈다. 그때 바로 사무엘이 나타났다.

“아니, 이게 도대체 어찌된 일이오.” 사무엘은 사울을 꾸짖었다.

“선생님은 아니 오시고, 군사들은 겁에 질려 하나 둘 도망쳤습니다. 블레셋군이 곧 쳐들어올 기세라 그만 제가 부득이 제사를 드렸습니다.”

그러자 사무엘은 사울에게 더 큰 소리로 꾸짖었다.

“그대는 아주 어리석은 짓을 했소. 야훼께서 시키는대로 했어야 하는데 당신은 지키지 않았소. 결국 하느님의 말씀에 순종하지 않은 셈이오. 그대가 야훼의 말씀에 순종치 않았으니, 야훼께서 마음에 드는 이에게 이스라엘을 다시 맡기실 것이오.”

사무엘은 그 길로 사울을 떠나 산으로 올라갔다. 사울은 전쟁에서 다행히 승리를 거두었다. 그러나 신앙의 공동체 이스라엘의 지도자로서는 결함을 드러냈다.

사울은 후에도 하느님의 말씀을 따르지 않는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범하고 말았다.



아말렉과의 전쟁때 남녀노소와 가축들 모두를 전멸시키라는 사무엘 예언자의 말을 듣지 않았다. 그는 양과 소 중에서 기름지고 탐스러운 것들을 없애기가 아까워 살려두고 쓸모없고 하찮은 것들만 없애버렸다.

사울은 전승 후에도 하느님께 제사를 드리기보다는 전승비를 세우는 등 인간적인 욕심에만 빠졌다.

결국 야훼 하느님께서 사무엘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솔직히 사울을 왕으로 삼은 것을 후회한다. 그는 나에게 등을 돌렸고 내 말을 따르지 않았다. 나는 그를 버리겠다.”

사무엘은 야훼의 말씀에 애가 타서 밤새도록 울부짖었다. 자신이 기름을 부어 등극시킨 사울왕이 추락하는 것이 못내 아쉽고 가슴 아팠던 것이다.

하느님의 버림을 받은 사울은 더욱더 궁지에 몰렸다. 골리앗을 죽인 다윗이 만민의 인기를 독차지하자 질투와 시기심으로 몹시 고통스러웠다. 결국 민심이 떠나고, 가장으로서도 가족들의 냉대를 받고, 스승 사무엘에게도 버림을 받았다.

하느님도 자신을 버렸다 생각하니 도저히 살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는 다윗에 대한 시기와 질투로 가득찬 만년을 보내게 된다.

왕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지만 백성들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 그는 어떤 의미에서 고독한 사람이었다. 그의 마음은 더욱 더 악의로 가득차 다윗을 전쟁에서 죽이려고 계획을 세웠으나 수포로 돌아갔다.

사울은 이스라엘 역사에서 전쟁의 영웅이었고 큰 승리를 얻은 용사였지만, 신앙적으로 실패한 인물이었다. 그의 최후는 더욱 비참했다.

블레셋군과의 전쟁중에 길보아 산에서 그의 세 아들과 함께 자결했다. 그는 적군에게 포로로 잡혀 수모를 당하는 것보다 자결을 택한 용사였던 것이다.

능력이 출중했던 사울왕이 민심을 잃고 하느님의 징벌을 받는 등 추락하는 그의 삶의 과정은 오늘날의 지도자들에게도 큰 교훈을 준다고 본다.

사울왕의 실패는 우리 삶에 또다른 가르침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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