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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정원]/마음가는대로

최초로 공개된 10 .26 당시 연회장

by 세포네 2005. 6. 5.

심수봉 “김재규, 미리 계획했는지 무섭게 경직돼 있었다”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이 사형당한지 25주년을 맞아 그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져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10·26이 김재규의 우발적 범행이 아니라 사전에 치밀한 계획 속에 이루어졌다는 증언이 당시 현장에 있던 심수봉 씨로부터 나왔다.

MBC ‘이제는 말할 수 있다’ 팀은 29일 ‘10· 26 궁정동 사람들’ 방영에 앞서 25일 기자시사회를 열고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사진 및 사건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을 인터뷰한 기록을 공개했다.

이날 공개된 방송에서 심수봉 씨는 과거 합동수사부에서 “(김재규와 차지철이) 다투는 소리를 들었다고 한 나의 당시 진술은 강요된 것이었다”고 폭로했다. 

그는 이어 “(대기실 분위기는) 굉장히 한가하게, TV도 조그맣게 틀어놓고 대기하고 있었는데 거기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내가 있었던 방에서는 그런 느낌이 없었다”고 새로운 사실을 말했다. 

심 씨는 이어 “(김재규 부장은) 아마 (미리) 계획이 있었는지 정말 무서울 정도로 경직돼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사실은 10· 26 사건이 발생한 직후 다음날 새벽 5시 사건현장에 제일 먼저 도착한 지장현 씨(당시 육군과학수사연구소 총기감식팀 팀장)의 증언에 의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는 “(연회장 2층 집무실에) 캐비넷이 있었고, 거기서 총을 발견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한편 ‘이제는...’ 팀은 김재규의 거사가 가능했던 이유로 궁정동 안가 내부의 엄격한 규율을 들었다.

당시 궁정동 안가 경비원이었던 노수길 씨는 “(김재규가) 나한테 그런 지시를 내렸다고 하면 거절할 수 없었을 것 같다”고 심정을 토로했다.

당일 김재규가 사용한 총을 묻은 죄로 3년형을 구형 받은 궁정동 안가 나동 정문 경비원 유석술 씨는 “(김재규에 대해) 절대복종해야했다. 못한다면 그만둬야해. 시키는 대로 안하면...”이라고 당시 정황을 설명했다.

‘이제는...’ 팀은 또한 김재규가 범행 이후 남산으로 가지 않고 육군참모부로 갔던 사실을 두고 ‘당황한 나머지 호랑이 굴로 들어갔다’는 일반적인 인식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날 방송에서 유석문 전 중정부장 운전담당 사무관은 “남산 들어갔다고 뭐가 되겠나. 군을 움직여야하는데, 군 조직이란 게 남산(중앙정보부)에서 장악할 수는 없지 않나”고 반문했다. 

이날 '이제는...' 팀은 이제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10· 26 직후의 생생한 정황을 담은 사진을 공개했다. 

특히 최초로 공개된 연회장 내부 사진은 김재규에 의한 박정희 전 대통령 저격 직후의 상황이 그대로 담겨져 있다. 

당시 대통령 경호관이었던 김용섭과 운전기사였던 김용태가 숨져있는 주방 사진은 당시 참혹했던 현장을 그대로 보여준다.

당시 김재규의 수행비서였던 박흥주 대령이 사형장으로 가는 사진도 공개됐다. 박 씨는 당시 사건 관련자중 유일한 현역 군인으로 거사에 참여했던 인물.

‘이제는...’에 따르면 그는 거사 직전까지도 고민하면서 망설였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재판정에서 김재규의 범행에 가담한 박선호 중앙정보부 의전과장 녹취록엔 “(‘자네들 각오는 돼 있지? 했을 때 피고인은 뭐라고 했나?) 각오가 돼 있다고 했습니다. (박흥주는?) 대답이 없었다. (고개를 끄덕였지요?) (침통한 얼굴로) 그랬습니다”고 언급돼 있다.

10· 26 사태를 재조명한 ‘이제는...’의 장형원 CP는 “궁정동 안가라는 곳의 사정을 모르고서는 10· 26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없다”고 이번 프로그램의 기획의도를 밝혔다.

이어 “당시 안가 내부의 엄격한 규율은 오히려 박 대통령을 쉽게 살해할 수 있는 배경이 됐다”면서 “지금도 알려지지 않은 10· 26과 관련한 인물을 계속 인터뷰해 나갈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MBC '이제는 말할 수 있다'에서 최초로 공개된 10 .26 사건 직후 사건 현장에 방치된 차지철 경호실장의 시신

 

10 .26 사건 직후 궁정동 연회장 식당. 대통령 경호관 김용섭씨와 운전기사 김용태씨가 쓰러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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