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양양성당은 6·25 전쟁 때 북한군이 퇴각하면서 불을 지르는 바람에 잿더미가 됐다. 현 성당은 1954년 공소 신자들까지 팔을 걷어부치고 공사에 나서 완공한 것이다. 성당 구석구석에 82년 역사의 흔적이 남아 있다.
2. 순교자 이광재(디모테오) 신부의 업적과 정신을 기리기 위해 세운 순교각. 기념비에 "착한 목자는 양들을 위하여 자기 목숨을 바칩니다"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옹기촌에 뿌리 둔 영동지방 신앙 '모태'
남설악을 병풍처럼 휘두르고 있는 강원도 양양군 양양성당(주임 정원일 신부)도 그 같은 정취가 남아 있는 언덕 위의 성당이다.
양양군청 옆에 있는 성당 입구에 들어서면 현대식 2층 건물 '디모테오 어린이 집'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성당 올라가는 진입로 중간에 기와 지붕을 얹은 순교각(殉敎閣)이 세워져 있다. 순교비에는 "착한 목자는 양들을 위하여 자기 목숨을 바친니다"라는 문구가 씌어 있다.
그리고 그 옆에 있는 옛 수녀원 건물에 '이광재 신부 기념관'이 자리잡고 있다. 본당 공동체의 전체적 분위기가 1940년대 후반 공산치하에서 핍박받던 사제와 수도자들을 38선 이남으로 남하시키고 6·25 전쟁때 순교한 이광재(디모테오) 신부에게 쏠려 있음을 금방 느낄 수 있다.
양양본당은 영동 지방 신앙의 모태(母胎) 같은 믿음의 고향이다. 영동지방은 백두대간이 동서를 가로막고 있는 지형 탓에 타 지방에 비해 복음이 꽤 늦게 전파됐다. 마지막이자 가장 혹독한 박해인 병인박해(1866년) 당시 더 숨을 곳이 없던 경기도와 충청도 지방 신자들은 백두대간을 넘었다.
그때 형성된 '범뱅이골'(양양), '싸리재'(속초) 등의 교우촌에 뿌리를 두고 1921년 설립된 본당이 양양본당이다. 인근 홍천군에 5개, 인제군에 4개 본당이 있지만 양양군에는 아직까지도 양양본당이 유일하다. 양양은 지금도 모든 면에서 외진 곳이다.
◀ 3. 정원일(왼쪽) 주임신부가 김두한 전 사목회장과 함께 이광재 신부 기념관 운영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 속의 주인공이 순교자 이광재 신부.
그렇기 때문에 본당은 예나 지금이나 굴곡없이 평온하게 신앙을 영위했을 것 같다. 그러나 군(郡)의 유일한 성당이라서 그랬던지 우리 민족과 교회가 겪은 수난과 고통을 단 한번도 비껴가지 못했다.
초기에 밭 한 뙤기 없이 옹기장이 신자들은 흙과 나무를 찾아 떠돌아다니면서 생계를 잇느라 가난의 설움이 컸다. 공소 마을은 대부분 옹기마을이었고, 본당신부가 봄가을 판공성사 시기에 방문을 해도 공소 한 칸이 없어 교우집에서 성사와 미사를 거행했다.
이때 많은 성직자와 수도자들이 핍박을 견디다 못해 월남할 생각으로 38선 부근까지 내려왔으나 이미 길은 막혀 버렸다. 특히 1948년부터는 경비가 한층 강화돼 목숨을 걸지 않고는 월남을 감행할 수가 없었다.
공산당의 탄압을 피해 월남(越南)을 결심한 성직자와 수도자들은 38선과 가장 가까운 양양성당으로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연길·함흥·원산 등지에서 활동하던 사목자들이었다.
삼엄한 감시를 따돌리고 이들을 남으로 내려보내는 일은 목숨을 건 모험이었다. 하지만 양양본당 이광재 신부는 "나보다 훌륭한 성직자와 수도자가 한명이라도 더 내려가는 것이 남한에서 하느님 영광을 드러내는 길"이라며 탈출을 도왔다.
당시 이 신부 부탁으로 38선을 넘나들면서 성직자와 수도자들을 탈출시킨 김봉만(보니파시오, 85) 할아버지는 "밤이 되면 신부님과 수녀님들을 모시고 외진 산등성이를 타고 가서 넘겨주고 날이 새기 전에 돌아왔다"며 "특히 1948년부터는 38보안대 경비가 강화돼 숨이 멎을 정도로 위태로웠던 순간이 한두번이 아니었다"고 회고했다.
수녀들은 남양리에 사는 김성녀(서울대교구 김홍진 신부 조모, 58년 작고)씨가 주로 맡았다. 김씨는 수녀들에게 치마를 입히고 비녀를 꽂아 박물장수로 변장시켜 감시를 따돌렸다.
그러나 정작 이 신부는 끝까지 남아 성당을 지키다 6.25전쟁 발발 하루 전날 원산 와우동 형무소에 투옥됐다. 그리고 그해 가을 밤 움푹 패인 방공호에서 다른 수감자들과 엉켜 인민군의 총에 숨을 거뒀다.
"박해시절 옹기골에서 시작된 신앙 역사와 이 신부의 순교혼이 잘 보존돼 있다"며 "동해안을 찾는 피서객들이 많이 찾아와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양양성당: 033-671-8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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