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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감상실]/교향곡 100선

교향곡 100선 [97] 시벨리우스 / 교향곡 1번

by 세포네 2023. 11. 17.

  

       Symphony No.1 in E minor, Op.39
           시벨리우스 / 교향곡 1번 
           Jean Sibelius 1865∼1957  




남성적인 북구의 서정
시벨리우스의 교향곡은 북구의 서정이 물씬 풍기는 좋은 곡들입니다. 차이코프스키나 라흐마니노프의 정서와 다른 것은 뭐랄까 좀더 남성적인 맛이 나는 것 같다. 마치 하얀 눈이 덮인 세상에 어느 정도 간격을 두고 연기나는 굴뚝집을 보는 따스한 느낌에서 거대한 빙하를 보기도 하고, 그런 가운데 침엽수가 우거진 산을 보는 그런 느낌 들이다. 물론 심각한 얼굴을 한 젊은이의 얼굴을 보거나 눈을 지그시 감고 평온한 얼굴을 하고 있는 사람들도 만날 수 있다.
시벨리우스의 교향곡은 우수에 젖은 단아함과 깊은 사색의 분위기 때문에 좋다. 차이코프스키 5번이 시벨리우스의 1번과 2번보다 더 따사롭기는 하지만 우울하지 않게 분위기를 잡는데에는 시벨리우스가 한 수 위이다. 1907년 말러와 시벨리우스 사이에 오간 "교향곡은 무엇이고 또 어떠해야 하는가"에 관한 얘기는 음악사에서 굉장히 유명하다. 그 때 시벨리우스는 당연히 말러와 정반대되는 입장을 취했고 바로 그 점이 고스란히 (덜 구조적이기는 하지만) 제 1 & 2번 교향곡에 녹아 들어 있어 특히 좋다. <글출처: 참마음 참이웃>

1악장 Andante ma non troppo allergro energico
1악장은 Andante, ma non troppo의 서주로 시작하는데 이는 팀파니의 롤위에 클라리넷의 모놀로그로 구성되어있다. 이 모놀로그가 피날레 서두에 부풀려져 연주되는 기법은 마치 차이코프스키 5번 교향곡을 연상케도 하는데 그만큼 이 주제는 1악장과 피날레를 연결시키고 전곡에 조금이나마 통일성을 부여한다. Allegro energico의 호방한 제1주제는 G장조인지 e단조인지 다소 애매한 성격을 지니고 있으나 언제 들어도 멋지다. 그리고 트럼펫으로 제1주제가 크게 부풀려지는 부분에는 금관도 제법 뜨겁게 불을 뿜기 때문에 시벨리우스의 음악이 다소 억제되어있고 느끼는 분에게는 전혀 새로운 느낌을 전달하리라 본다. 바이올린과 비올라의 트레몰로 그리고 하프의 반주 음형위에 흐르는 목관의 스타카토성 경과구를 거쳐 Tranquillo의 애수띤 제2주제로 돌입한다. 제2주제군은 5도음의 긴 페달 포인트를 두고 있으며 전체가 하나의 크레셴도와 아첼레란도로 구성되어 있다.

2악장 Andante
Andante (ma non troppo lento)의 2악장에서 약음기를 낀 바이올린과 첼로의 옥타빙으로 제시되는 1주제는 참으로 아름답다. 시벨리우스라기 보다는 차이코프스키나 라흐마니노프에 더 가까운 감각이라 하겠는데 그래도 아주 싸구려로 흐르지 않으며 특유의 깊이가 있는 것이 놀랍다. 이러한 대중성이야 말로 시벨리우스 1번의 묘한 매력이 아닐까 싶다. 중간에 같은 선율을 바이올린의 D선의 하이포지션으로 (아주 달콤한 음색이다. 세헤라자데 3악장 도입을 생각하면 될 듯) 소토 보체로 반복하는 것은 시벨리우스의 탁월한 센스이다.

3악장 Scherzo allegro
스케르초의 3악장은 베토벤 9번 2악장이나 말러 7번 피날레처럼 팀파니가 마스코트라 할 수 있는데 팀파니가 주요주제를 자주 독주로 연주하기 때문이다. Allegro의 주요주제는 선율이라기 보다는 리듬적 요소가 강하고 일종의 리듬적 음세포라 할 수 있다. 혹자는 3악장을 거친 전원무곡이라고도 하는데 필자에게는 ‘약간 순화된 바르톡’ 같은 느낌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3악장은 강박과 약박이 뒤바뀐 부분과 헤미올라 (2박과 3박의 교차)가 많이 존재하여 듣기보다는 리듬 타기가 쉽지 않게 되어있다. 주부 후반부에는 푸가토도 삽입되어 약간 아카데미적인 모습도 엿볼 수 있다.

4악장 Finale
Quasi una Fantasia(환상곡 풍으로)라는 부제가 달린 피날레는 교향곡의 결론으로서 논리적 설득력이 다소 부족한 듯하지만 그 아름다운 곡상은 일품이며 환상곡이란 부제가 잘 어울리는 것이다. 물론 서두에는 Andante의 템포로 앞서 말한 1악장의 클라리넷 모놀로그가 현으로 연주되는 장면이 있다. 템포는 Allegro molto로 바뀌고 리듬적인 모티브의 연속으로 이루어진 제1주제가 제시된다. 마구 할퀴는 듯한 현의 경과구 이후 Andante assai의 제2주제가 바이올린으로 G선으로만 연주된다. 이 주제는 긴 호흡의 칸타빌레로 말러 1번 교향곡 피날레의 제2주제와도 비슷하며 다소 탐미적인 곡상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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