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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정원]/묵상글

우리의 사랑이 주님을 통하면

by 세포네 2020. 6.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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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저는 주님을 제 지붕 아래로 모실 자격이 없습니다.

그저 한 말씀만 해 주십시오. 그러면 제 종이 나을 것입니다."

 

오늘 백인 대장의 말 중에서 <한 말씀만>이 오늘 유독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손가락 하나'와 '물 한 방울' 이런 표현들과 연결이 되며

그 의미가 더욱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손가락 하나로도 우리를 구해주실 수 있는 주님의 힘,

물 한 방울로도 우리 갈증을 채우기에 충분한 주님의 사랑,

주님의 <한 말씀>은 바로 이런 표현들과 맥을 같이 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손가락 하나, 물 한 방울, 한 말씀으로도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필요를 충분히 채우시고도 남습니다.

 

문제는 이런 하느님께 대한 우리 자세와 우리 믿음입니다.

손가락 하나로도 우리를 구해주실 수 있는 힘이 주님께 있다는 믿음,

물 한 방울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여기는 주님 사랑에 대한 우리의 가난,

여러 말 할 것 없이 주님의 말씀 한마디에 즉각 따르는 자세 말입니다.

 

어제 강론에서 저는 주님께서 많은 사람을 치유해주셨지만

모든 사람을 치유해주신 것은 아니라는 얘기를 이미 한 바 있습니다.

그렇다면 주님께서 치유해주시는 사람은 누구이고,

치유햊지 않으시는 사람은 누구입니까?

   

치유를 받는 사람 중의 하나의 예가 바로 오늘 백인 대장입니다.

주님께서 고쳐 주신 다음 매번 네 믿음이 너를 살렸다고 하시듯

백인 대장의 훌륭한 믿음이 그의 종의 병까지 고쳐 주시게 한 것입니다.

 

믿음이란 하나의 의탁이고 개방입니다.

믿는 사람에게 자기의 모든 것을 맡기고

믿는 사람에게는 문을 활짝 열어주듯이

주님을 믿는 사람은 주님께 자기의 모든 것을 맡기고,

주님 치유의 힘이 내 안에 온전히 들어오도록 자신을 완전히 개방합니다.

 

이는 물속에 병이 있는데

뚜껑을 닫으면 아무리 물속에 있어도 물이 들어올 수 없고, 

반대로 뚜껑을 열면 열자마자 물이 이내 병 안으로 밀고 들어오듯

하느님 치유의 힘도 믿는 이에겐 그런 거지요.

 

 

백인 대장은 주님을 모시기에 자기 집이 너무 누추하여

몸소 와 주십사고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한 말씀으로도 충분히 치유하실 수 있는 분이기에

오실 필요까지는 없다고 하는데 주님의 말씀 한마디에

모든 것을 맡길 정도로 그는 대단한 믿음을 지닌 것입니다.

 

그는 군인이기에 상관의 명령 하나에

즉각 복종하는 자세가 되어 있는데

그 어떠한 병도 자신처럼 주님의 말씀 한 마디에

그대로 될 거라고 믿었던 겁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백인 대장은 지극히 겸손하고

또 종에 대한 사랑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니 이렇게 겸손하고 종까지 사랑하는 사람을

주님께서 사랑치 않을 수 있으시겠습니까?

 

여기서 저를 반성케 됩니다.

백인 대장의 그 겸손과 사랑으로 종의 병이 치유케 되었는데

저는 제 주위의 많은 병자를 위해 기도하는데도

아직도 고통 중에 있는 분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어제도 한 자매님의 전화를 받았는데 몇 년을 암으로 고통받는 분입니다.

그리고 저도 몇 년을 기도했는데 아직도 낫지 않는 것이

저의 사랑이 부족해서 아직 낫지 않은 것이 아닌가 반성이 되는 겁니다.

 

아무튼 우리의 사랑이 한 사람을 낫게 할 수는 없지만

우리의 사랑이 주님을 통하면 낫게 할 수 있음을 묵상하는 오늘입니다.

 

                 - 김찬선(레오나르도)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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