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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정원]/묵상글

삭정이는 아닌지 돌아보는 오늘

by 세포네 2020. 5.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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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주님께서는 당신을 포도나무라고 하시며

우리는 당신의 가지라고 하십니다.

이것은 바오로 사도의 그리스도 신비체 교리와 맥을 같이 합니다.

우리는 그분 지체들로서 그분과 일치하여 한 몸을 이룬다는 교리 말입니다.

 

이 가르침이 맞다고 우리가 인정한다면 우리가 그분에게서 떨어지면

곧 죽게 된다는 것은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너희가 나 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는 말씀은

그래도 거부감이 있을 수 있겠습니다.

 

왜냐면 너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이 요즘 추세인데,

주님께서는 제자들의 품위를 높이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깎으시고, 

스스로는 아무것도 못 한다고 기죽이시는 것이 아닌가요?

 

예를 들어 마음씨 좋은 사장이라면 자신의 밑에서 정비기술을 배운 사람이

이제 배울 것 다 배웠으니 나가서 혼자 자신의 가게를 내도록 하는데 비해

마음씨 고약한 사장은 계속 자기 밑에서 자기에게 의존해 살도록

기술을 다 가르쳐주지 않는데 주님도 그러시는 것이 아닌가요?

 

이 지점에서 우리의 믿음이 필요할 것입니다.

주님은 그런 분이 아니고 이 말씀도 사랑의 충고라고 믿는 믿음 말입니다.

 

그것은 오늘 복음에 이어지는 내일 복음에서

제자들을 더 이상 종이라 부르지 않고

친구라고 부르겠다고 말씀하신 것을 봐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말씀의 뜻은 진정 무엇입니까?

 

제 생각에 그것은 첫째로 나라는 존재, 아니 인간이라는 존재가

어떤 존재인지 엄밀히 보고 하느님 안에서 무엇이든 하라는 것입니다.

 

우리 인간은 사랑이신 하느님께서 창조하셨기에

사랑의 존재이지만 하느님처럼 전능하지는 않기에

하느님 사랑에 연결되어 있어야 하는 존재이고, 

그래야 하느님 사랑 안에서 열매를 맺는다는 겁니다.

 

지혜서 11장을 보면 "당신께서는 모든 것을 하실 수 있기에

모든 사람에게 자비하시고 모든 것을 사랑하신다."라고 함으로써

전능하심이 사랑의 원천임을 탁월하게 갈파하는데

이것을 뒤집으면 우리는 전능하지 않기에

비록 사랑에서 태어난 존재이고 사랑을 지향하는 존재이지만

독자적인 사랑으로 사랑의 열매를 맺지 못합니다.

 

그러므로 오늘 당신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말씀하신 것은

당신 없이는 우리가 아무 열매를 맺지 못한다는 말씀과 같은 뜻이고,

하느님 사랑에 연결된 우리의 사랑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는 뜻일 텐데

그렇다면 이제 우리가 봐야 할 것은 사랑의 열매란 무엇인지 그것입니다.

 

제 생각에 사랑의 열매란 선의 창조입니다.

삼위일체 사랑이신 하느님이 모든 선을 창조하시고,

사랑하는 남녀가 자녀를 생산하듯이 주님 사랑에 연결된 사랑은

여러 가지 좋은 결과를 낳는데 말하자면 사랑에 보람이 있는 것입니다.

 

우선 사랑을 했는데 내가 기쁘지도 않고 행복하지도 않다면

아무 열매가 없는 거라고 할 수 있는데 나는 지금 사랑의 기쁨이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많은 사랑이 나는 사랑한다고 했는데

그에게는 사랑이 못 되는 경우가 많은데

나의 사랑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으로 받아 들여져 그도 기쁘고 행복합니다.

 

그런데 나의 사랑을 이렇게 받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라 많습니다.

그렇다면 나의 사랑은 그만큼 더 많은 열매를 맺는 것입니다.

 

내가 지금 살아있긴 하는데 생기도 기쁨도 없고,

그래서 그리 행복하지도 않습니다.

그렇다면 주님께 붙어 있긴 하지만 아마 삭정이일 것입니다.

내가 혹시 삭정이로 주님께 붙어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겠습니다.

 

                     - 김찬선(레오나르도)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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