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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와 영성]/교회의 보물창고

(30) 오스트리아 ‘빈 미술사 박물관’

by 세포네 2017. 7.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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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어난 성화들 내적 정화 도와… 휴식공간 역할도

    



빈 미술사 박물관 외부 전경과 마리아 테레지아 광장.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은 ‘예술의 도시’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도시 곳곳에는 아름다운 성당과 건물, 미술관과 박물관, 음악당과 정원이 자리해 지친 사람들에게 휴식처를 제공해준다. 그 가운데서도 ‘빈 미술사 박물관’(Kunsthistorisches Museum Wien)은 문화 예술의 ‘전당’으로 꼽힌다. 이 박물관의 규모는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크며 소장품의 가치도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빈 미술사 박물관에는 합스부르크 왕가와 후대에 사람들이 수집한 14~18세기 회화, 이집트와 그리스를 비롯한 유럽 각국의 예술품이 전시돼 있다. 특히 구스타프 클림트(Gustav Klimt·1862~1918년)를 비롯한 오스트리아 출신 화가들의 작품이 눈길을 끈다.

박물관에서는 회화 작품 뿐 아니라 고고학 유물과 장식 예술품 등의 다양한 예술 작품을 볼 수 있다. 박물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곳의 작품을 통해서는 미술사 전체의 흐름을 살펴볼 수 있다.

1872년에 독일인 건축가 코트프리트 젬퍼(Gottfried Semper·1803~1879년)가 르네상스 양식으로 설계한 미술사 박물관은 마리아 테레지아 광장(Maria-Theresien-Platz)에 우뚝 서 있다. 건물이 완성되고 내부 장식과 전시를 한 후인 1891년에 박물관으로 개관해 사람들을 맞이해왔다. 광장 중앙에는 합스부르크 왕가의 유일한 여성 통치자였던 마리아 테레지아 황후의 동상이 있다. 박물관 맞은편에는 쌍둥이 건물처럼 보이는 자연사 박물관이 있고, 주변에도 여러 미술관과 박물관이 있어 사람들은 편리하게 문화 활동을 할 수 있다.



빈 미술사 박물관의 중앙홀 휴식 공간.


이 박물관에서는 작품의 전시 뿐 아니라 방문자들을 위한 휴식공간을 제공하는 데에도 많은 신경을 쓴다. 커다란 지붕 아래에 위치한 중앙 홀은 아름다운 휴식공간으로 꾸며, 사람들이 언제든지 쉴 수 있도록 했다. 흰색 바탕에 검은색으로 장식된 대리석 바닥을 위에서 내려다보면, 이 공간 또한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우아하게 보인다. 덕분에 그곳에서 다과를 즐기는 사람들조차도 소중한 예술품처럼 돋보인다.



구에르치노의 ‘돌아온 탕자’.


특히 빈 미술사 박물관에는 그리스도교와 관련된 미술 작품이 많이 소장돼 한 번 둘러보면 마치 성경을 읽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성경의 주요 장면을 소재로 한 작품들은 사람들로 하여금 성경의 세계에 한 걸음 더 들어가게 도와준다. 빼어난 성화는 아무런 말이 없지만 그 앞에 있는 사람의 마음을 정화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여러 성화 가운데서 눈길을 끄는 것은 구에르치노(Guercino·1591~1666년)가 그린 ‘돌아온 탕자’(1619년경)다. 탕자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은 바로크 시대에 많이 그려졌는데, 이 작품도 그 가운데 한 점이다. 이 작품에는 아버지와 두 아들만 등장시키고 배경을 어둡게 처리해 인물들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아버지는 손을 내밀어 큰아들이 가져온 옷을 쥐고 있으며, 큰아들 역시 손을 뻗어 신발을 건네준다. 탕자는 구멍이 뚫려 해어진 옷을 막 벗고 있다. 탕자의 등을 감싼 아버지의 투박한 손에는 변함없는 사랑이 담겨 있는 듯하다. 탕자가 낡은 옷을 벗고 새 옷으로 갈아입는 동작은 그가 이제 새로운 인간으로 다시 태어났다는 것을 알려준다.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포함한 유럽의 오래된 건물이 세월의 흐름 속에서도 잘 유지되는 것은 늘 세심하게 보호, 관리하기 때문이다. 박물관은 평상시에도 관람자에게 크게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내·외부 보수나 보완 작업을 자주 한다. 박물관 마당에 있는 나무 한 그루조차도 유물 못지않게 정성을 다해 보살피고 다듬으면서, 사람들이 그 주변을 거닐며 쉴 수 있도록 한다. 그 결과 건물과 정원 등 모든 것이 원형을 잘 유지하며 보존될 수 있다.

우리의 성당이나 교회 건물, 마당이나 정원은 이처럼 세심하게 관리되는 경우가 많지 않다. 평소에는 그것들을 잘 돌보지 않다가 큰 이상이나 문제가 발생하면 크게 손을 대는 경우가 많다. 우리 자신의 몸을 늘 관찰하며 건강에 신경을 쓰듯이, 건물도 생명체와 같아 평소에 늘 살피고 손질하며 가꾸어야 한다. 그럴 때 건물 자체가 지닌 생명력이 오랫동안 잘 유지돼 우리의 후손들에게도 전해줄 수 있다.

빈 미술사 박물관과 광장이 오늘날까지 아름다운 모습을 간직할 수 있는 것은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 한결같은 보살핌 때문일 것이다. 우리 주변의 성당이나 교회 건축물, 마당이나 정원이 사람들의 보살핌으로 더욱 아름답고 빛나게 되기를 바란다.

정웅모 신부 (서울대교구 주교좌성당 유물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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