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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와 영성]/특집

[한국 천주교회사 특별 기획전] (1) 한국 천주교회의 유산–제1막 1800년 한양 변화를 꿈꾸다

by 세포네 2017. 7. 16.

한국 천주교 230년 역사, 바티칸에 펼쳐진다

 

한국 천주교회사 특별 기획전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한국 천주교회 230년 그리고 서울’이 9월 9일부터 11월 17일까지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 브라치오 디 카를로마뇨에서 개최된다. 
  

서울대교구와 서울역사박물관이 주관하고 서울특별시와 주교황청 대한민국대사관이 후원하는 이 전시회는 자생적 탄생부터 사회 참여 의식까지 한국 천주교회의 독창적 역사성을 소개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특히 복음 정신 안에서 그리스도교의 가치관이 우리 민족에게 어떻게 구현됐는지를 전시 유물을 통해 보편 교회에 생생하게 증언할 계획이다. 아울러 가톨릭 교회의 본산인 바티칸에서 역사 도시 서울의 위상을 소개하며 세계인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데 의의가 있다.
 

전시장은 ‘한국 천주교회의 유산’과 ‘순교자를 위무(慰撫)함’ 두 공간으로 꾸며진다. ‘한국 천주교회의 유산’은 1막 1800년 한양- 변화를 꿈꾸다, 2막 새로운 세상을 찾아-자생적 교회의 탄생, 3막 습속의 벽에 갇히다- 박해와 순교, 4막 벽을 넘어선 희망, 5막 바티칸과 조선 천주교회, 6막 신앙의 자유를 얻다, 7막 또 하나의 시련- 일제 강점기와 민족의 분단, 8막 인간을 위한 신앙- 인간성 회복과 내적 쇄신 등 8개 소주제로 구성된다. 200여 점의 유물이 전시되며 우리나라의 첨단 IT 기술을 활용해 연출할 계획이다. 한국 교회와 서울대교구가 바티칸에서 개최하는 전시회의 성공을 기원하며 지면으로 9회에 걸쳐 지상 중계 한다

 

전시를 열며

세계인의 눈에 한국은 어떻게 보일까. 전쟁의 폐허에서 한강의 기적을 일군 경제대국, 시민 혁명으로 독재 정권을 몰아내고 민주주의를 꽃피우고 있는 나라, K-POP과 IT 등 대중문화와 첨단 기술로 활발한 나라 등으로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 세계인은 한국이 가톨릭 교회사에서 특별한 의미를 가진 나라라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선교사 없이 가톨릭 신앙을 받아들인 나라이다. 평신도 그리스도인들이 수십 년에 걸쳐 교황청에 사제 파견을 요청했고, 100년이 넘는 박해를 목숨을 바쳐 이겨냈다. 독재의 폭정 아래 굴곡진 현대사에서 민주화와 인권을 앞장서서 외치며 실천했다. 한국 천주교회 230년의 역사는 하느님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질 수 있도록 증거한 구원의 역사였다.
 

1800년대 조선은 근세로 넘어가는 세계사의 격랑 속에 자리하고 있었다. 상업의 발달로 경제력을 지닌 신흥 상인 세력들이 등장하면서 귀족 중심의 전통 신분제에 대한 불만과 정치적 지배 계급에 대한 쇄신의 요구가 높아갔다. 유교를 숭상하는 사회 문화 속에서 중국을 세계의 중심으로 여겼던 조선인들은 가톨릭 교회 선교사들이 쓴 한역서학서를 통해 모든 이가 평등한 차별 없는 사회를 희망하게 됐다.
 

조선의 청년 지식인 몇몇은 동료 가운데 한 명을 뽑아 북경으로 보내 세례를 받게 하고 그를 통해 자신들도 세례를 받고 하느님 나라를 이 땅에 실현하기 위해 복음을 선포한다.
 

 

천하고금대총편람도(天下古今大摠便覽圖)

「천하고금대총편람도」는 1666년 조선 문신 김수홍(金壽弘, 1601~1681)이 편찬한 중국 중심의 전통적 세계지도이다.

이 지도는 ‘하늘은 둥글고 땅은 모나다’는 동아시아의 전통 우주론에 근거하여 중국을 지도의 중앙에 사각 형태로 매우 크고 상세히 나타내지만, 조선은 동북쪽에 지형을 그리지 않은 채 협소하고 간략하게 표현했다. 중국의 화이관(華夷觀)을 보여준다.
 

근대 이전까지 동아시아는 한자 문화를 중심으로 하나의 세계를 이루었다. 조선의 지식인은 중국을 통해 세계를 인식했다. 그러나 17세기 이후 조선 사회에 전래된 서구의 세계 지도들은 조선의 지식인들에게 충격을 안겨줬다. 그 결과 성리학과 함께 조선 왕조를 지탱하던 사상 체계인 중화관이 변화하게 됐다.
 

 

곤여만국전도(坤與萬國全圖)

「곤여만국전도」는 1602년 예수회 선교사 마테오 리치(Matteo Ricci, 1552~1610) 신부가 중국 선교를 목적으로 제작한 한문판 세계지도다. 이 전시 유물은 현재 전 세계에서 완전한 형태로 남아 있는 3점 가운데 한 점이다. 리치 신부는 중화사상을 고려해 지도의 중심에 중국을 배치했고 모든 지명을 한자로 표기했다. 유럽에서 제작된 세계지도들을 참고하되 동북아시아 지역 정보에 있어서는 중국에서 수집한 지도들을 참조했다. 
 

사신으로 세 차례 북경을 다녀온 이수광(李睟光, 1563∼1628)은 「지봉유설」에서 1603년 명나라 사신으로 갔던 이광정이 「곤여만국전도」를 조선에 들여왔다고 소개한다.
 

 

조선왕국전도(朝鮮王國全圖)

 

「조선왕국전도」는 1737년 서양에서 처음으로 제작한 한국전도로, 프랑스 왕실 수석 지리학자 당빌(J.B.B. D’Anville, 1697~1782)이 제작한 「신중국지도첩 Nouvel atlas de la Chine」에 들어 있다.
 

「조선왕국전도」에서는 조선·청나라 간 국경이 현재보다 훨씬 북쪽에 표시되어 간도와 만주 일대가 조선의 영토인 것처럼 보인다. 이는 당시 이민족의 이주를 막는 경계로 설치한 울타리를 유럽의 지도 제작자들이 국경으로 잘못 이해하고 표기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지도는 울릉도와 우산도(오늘날의 독도)를 조선의 고유 영토로 표기하고 있다.
 

16~17세기 예수회 신부들이 중국에서 제작한 동아시아 지도가 유럽에 전해지고 다시 지도첩으로 출간되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조선도 서양에 알려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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