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몬 베드로와 안드레아 형제는 호수에서 고기를 잡으며 살아가는 어부였다. 겐네사렛 호숫가에서 두 형제가 예수님의 말씀에 따라 그물을 내리니 뜻밖에도 찢어지기 일보 직전으로 그물에 고기가 가득 잡혔다. 베드로는 호숫가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그들은 잡은 고기들로 두 배를 가득 채웠다. 이탈리아 르네상스 미술의 3대 거장이라 일컬어지는 라파엘로(Raffaello Sanzio. 1483-1520)는 이러한 <고기잡이 기적>을 마치 성경을 읽어 나가는 것과 같이 자세히 그려놓고 있다.
큰 호숫가의 두 척의 배 위에는 각각 세 사람씩 타고 있다. 왼쪽 배에는 이미 물고기가 가득 차서 넘치고 있고, 오른쪽 배 위에 사람들은 그물에 가득한 물고기를 온 힘을 다해 끌어 올리고 있다. 왼쪽 맨 앞에는 예수님께서 앉아 계신다. 처음부터 예수님께서는 어부인 베드로와 안드레아 형제를 제자로 삼겠다고 계획하고 오신 것처럼 아무런 주저함도 없이 단호하게 “나를 따라오너라.”하고 말씀하신다. 두 형제는 예수님을 따르는 삶이 무엇인지 깨닫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시몬 베드로는 예수님 앞에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으고 무엇인가 간곡히 청하는 모습이나, 그의 표정에는 두려움이 보인다. 베드로 뒤에 양팔을 벌린 안드레아 역시 몹시 놀란 얼굴이다. 예수님의 제자라는 자리는 예수님께 보고 듣고 배운 대로 예수님의 뒤를 따라야 한다. 그러나 시몬 베드로는 자신이 너무 부족한 사람이라 생각했는지, 예수님께 자신은 죄 많은 사람이니 자기에게서 떠나 달라고 말한다. 그의 간청의 목소리는 그림에서 그대로 나타난다. 하지만 예수님은 시몬 베드로에게 사람 낚는 어부로 만들겠다고 약속하신다. 이에 시몬과 안드레아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예수님의 뒤를 따른다.
오른쪽 배에는 제베대오가 배를 부리고 그의 두 아들 야고보와 요한은 그물을 올리고 있다. 요한과 야고보 형제도 예수님의 부르심에 아버지를 혼자 버려두고 즉각 응답한다. 그림에서 제베대오 가족은 여전히 한 마리의 물고기라도 더 담긴 그물을 끌어올리려는데 여념이 없다. 그러나 두 형제도 예수님의 뒤를 따르기 위해 바로 곁에 있는 아버지조차 버려두고 떠난다. 등장인물 외에 눈에 띄는 것은 그림 앞에 위치한 정수리가 빨간 두루미들이다. 정수리에 빨간 관을 쓴 것과 같다고 해서 단정학(丹頂鶴)이라 하는데, 교황의 품위를 드러내는 모자를 상기시키기에 교황권을 상징한다. 또한, 두루미는 충성의 상징으로, 한번 인연을 맺으면 짝을 바꾸지 않는다고 한다. 두루미들이 제자가 될 어부들 앞에 자리한 것은 예수님의 부르심에 응답한 이들이 충실한 믿음과 교회의 반석으로 예수님과 여정을 함께 나누는 공동체를 형성할 것을 암시한다. 선택된 어부들은 하느님의 자녀로 혈육을 나눈 형제에서 예수님의 가족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될 것이다. 이와는 달리, 두루미들 옆에는 뒷걸음질 치는 가재가 있다. 옆걸음질 또는 뒷걸음질 치는 가재의 걸음 형태에서 우왕좌왕하는 나약한 믿음이 연상된다.
예수님께서는 시몬 베드로를 전혀 예상치 않은 곳에서 사랑으로 부르시고, 그의 죄를 씻어 주시고, 항상 도우실 것이라는 확신을 심어주신다. 베드로는 겸손하게 그가 수행해야 할 사명을 받아들인다.
“제가 있지 않습니까? 저를 보내십시오.” (이사 6,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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