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토(Giotto, 1267-1337), <가나의 혼인 잔치>, 1305년경, 프레스코 벽화(부분), 파도바의 아레나 경당, 이탈리아
카나에서 혼인 잔치가 있었다.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와 예수님, 제자들이 잔치에 초대받았다. 한창 잔치가 흥겨운 중에 포도주가 떨어졌다. 마리아는 아직 잔치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포도주가 부족한 것을 눈치챘고, 그 사실을 예수님께 알렸다. 향연중인 식탁의 왼쪽에는 예수님과 신랑이, 중앙에는 왕비처럼 위엄 있는 신부가, 그 옆에는 마리아가 앉아 있다. 잔치에 쓸 포도주가 떨어지자 마리아는 아들에게 혼주를 도와 달라고 요청한다. 비록 예수님은 아직 자신의 때가 이르지 않았지만, 마리아는 “무엇이든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 하고 하인들에게 이른다. 예수님은 마리아의 극진한 믿음의 힘으로 포도주가 떨어진 혼인 잔치에서 첫 기적을 보인다. 믿음이 물을 포도주로 변화시키는 기적을 만든 것이다. ‘도와줄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었다. 성모의 얼굴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그녀의 표정은 믿음으로 가득하다. 왼쪽에서 예수님은 물 항아리를 향해 손을 들어 축복하는 동작을 취하고 있다. 이는 마치 하느님께서 세상을 창조하실 때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하느님은 많은 사람들이 모인 잔치에서 당신 아들인 예수님이 성자이며 구세주로 이 땅에 왔음을 증거하고 계신다. 신부는 그림의 중앙에 마치 황후처럼 앉아 있고, 신랑은 예수님의 옆쪽에 깍지를 낀 채 신부와 떨어져 앉아 있다. 하지만 그는 멀리서라도 신부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신부에 대한 각오를 다짐하는 듯한 인상이다. 신랑과 신부의 신성한 결합이 부각되고 있다.
그림의 오른쪽 앞부분에 자리한 흰옷을 입은 하인은 예수님께서 명하신대로 항아리에 물을 채우고 있다. 그 뒤에 불룩한 배에 붉은 옷을 입고 서 있는 사람은 “지금까지 좋은 포도주를 남겨 두셨군요.” 라고 하며 포도주 맛에 감복했는지 술잔을 내려놓지 못하고 바라보고 있다. 정결례에 필요한 물을 담기 위해 준비된 여섯 개의 항아리는 원근법적으로 앞줄과 뒷줄의 크기 차이를 통해 공간의 깊이를 나타낸다. 여기서 ‘6’이란 숫자는 메시아가 오기 전의 여섯 시기를 상징한다. 아담에서 노아, 노아에서 아브라함, 아브라함에서 다윗, 다윗에서 바빌론 유배, 바빌론 유배에서 요한 세례자, 요한 세례자에서 세상 끝날까지를 말한다. 그리고 일곱 번째, 즉 완전한 수를 상징하는 시기는 메시아의 도래를 뜻한다.
성 베르나르도는 ‘아가에 대한 강론’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신랑으로, 교회를 신부로 비유하여 그리스도와 인간의 사랑을 설명했다. 그는 그리스도와 교회의 혼인 관계는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는 것, 즉 우리 영혼이 그리스도의 신부가 되는 ‘영적 혼인’으로 봤다. 아가서의 신랑과 신부의 입맞춤(아가 1, 1-4)은 성령을 불어넣는 입맞춤으로, 그리스도와 하나 되기를 원하는 열망이다. 그리스도와 교회(마리아)와의 혼인 축가로 생각했다. 교회와 마리아는 동정의 성격과 동시에 하느님을 신랑으로 모시는 혼인 관계를 가진다. ‘신랑-신부’가 있고, ‘예수님-마리아’가 있다. 카나의 혼인 잔치는 강생의 신비로, 하느님께서 당신의 아들이신 예수의 육화를 통해 우리와 친히 결합하려는 것이다. 하느님과 인간 사이의 혼인의 신비에 관해 말한다.
“당신의 영광을 드러내셨다.” (요한 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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