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체스코 디 안토니오, <더러운 영을 쫒아내시는 그리스도와 유다의 배반>,
425-26년경, 목판에 템페라, 115x106cm, 존슨 컬렉션, 필라델피아 미술관.
프란체스코 디 안토니오(Francesco d?Antonio, 1393-1433)는 피렌체 출신의 화가라는 것 이외에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 그의 작품에서는 초기 르네상스 회화에서 선보이기 시작한 원근법을 통해 공간의 깊이를 나타내고 있다.
이 그림에는 예수님께서 악령 들린 사람을 자유롭게 하고, 예수님을 배반하는 유다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이야기가 전개되는 공간은 화면 전체를 지배하는 웅장한 성당 건축물이다.
예수님께서 더러운 영을 쫓아내신 장소는 갈릴래아 호수 북동쪽 기슭에 위치한 가파르나움 고을의 회당이었다. 그러나 이 그림에서 회당은 당시 화가가 활동하고 있던 피렌체의 대성당 산타마리아 델 피오레(Santa Maria del Fiore)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피렌체 대성당의 돔은 르네상스 건축의 탄생을 알리는 역할을 했다.
최초의 르네상스 건축가로 불리는 브루넬레스키는 고대 로마의 판테온 신전의 건축공법을 사용하여 지붕을 이루는 각 부분이 제각기 밀고 떠받치면서 서로 지탱하도록 고안했다. 고대인들이 가장 이상적인 건축미를 인체의 비례에 비유한 것처럼 건축 전체와 부분 사이의 관계를 잘 어울리도록 했다.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성당의 규모를 이상적인 인체의 비례를 기준으로 장중한 공간을 살린 르네상스 건축이 시작된 것이다. 왼쪽에는 열두 제자 가운데 하나인 유다 이스카리옷이 예수님을 수석 사제들에게 팔아넘기는 장면이다.
예수님을 넘길 적당한 기회를 노렸던 유다는 드디어 수석 사제들에게 약속받은 돈을 넘겨받고 있다. 루카 복음서에는 “사탄이 열두 제자 가운데 하나로 이스카리옷이라고 하는 유다에게 들어갔다”고 기록하고 있다. 유다는 예수님께 각별한 사랑을 받은 열두 제자 중 한 명이었다. 수많은 사람 가운데 열두 제자 중 한 명으로 선택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그는 예수님께서 그의 탁월함을 인정하시고 열두 제자 가운데에도 총무 역할을 맡기셨다.
유다는 예수님의 사랑을 받으며 은총 속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그런 그가 스승을 팔아넘기고 있다. 유다 속에 들어가서 그를 지배하는 사탄이 활동하는 중이다. 오른쪽의 예수님은 열 한 명의 제자와 함께 계신다. 예수님은 회당에서 더러운 영이 들어간 사람을 자유롭게 만드신다. 예수님의 바로 앞에는 반나체의 사람이 무릎을 꿇고 있다. 남자의 얼굴 아래에는 사람 형상의 악령이 바닥에 널브러져 있다. 남자에게 들어가 있던 악령(더러운 영)은 많은 사람이 보는 앞에서 나왔다. 악령은 사람의 영혼뿐 아니라 몸마저 소유하고 있었던 것이다. 남자는 더러운 영의 옷을 벗고 새로운 옷을 갈아입을 준비로 반나체를 하고 있다. 반나체의 모습은 세례성사 장면에서 자주 그려진다. 이는 세례성사를 통해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는 의미와 성체성사를 통해 악령을 물리칠 것이라는 확신의 표현이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제자들과 다른 사람들은 예수님의 권위 있는 가르침에 몹시 놀란 듯 웅성거리고 있다. 예수님은 가파르나움에 가시어, 아침에 회당에서 가르치셨고, 정오에 시몬의 집에서 식사하시고, 저녁이 되고 해 질 무렵 안식일이 끝나자 아픈 이들을 치유하신다. 예수님은 남자와 여자를 회복시키고 그들 각자가 해야 할 본래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게 해 주셨다.
“주님, 당신께서 하신 일로 저를 기쁘게 하셨으니 당신 손의 업적에 제가 환호합니다.” (시편 9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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