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덕전군도 굴업도 공소에 세워진 새 십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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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굴업도 동섬 연평산 정상 아래에서 내려다본 굴업도 전경. 건축가 김원씨를 비롯한 굴업도를 사랑하는 문화 예술인 모임 회원들은 9월 22~23일 굴업도를 답사하며 공소 십자가 축복식에 참여했다. |
배에서 내리는 순간 백사장을 중심으로 펼쳐진 아름다운 섬 모습에 숨이 멎는다. 파란 하늘과 흰 모래, 연녹색의 파스텔로 그린 듯한 소담스러운 산등성이, 그리고 쪽빛 바다….
2009년 산림청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숲으로 선정한 곳. 소사나무 숲이 군락을 이루고 있고, 산등성이 초지에는 사슴들이 뛰어논다. 주상절리의 해안가 절벽에는 송골매가 유유히 날갯짓을 한다. 사람이 자연 속에서 자연과 하나가 돼 자연의 아름다움을 음미하고 창조주의 위대하심을 되새기기에 '참으로 좋은 곳.' 인천에서 서남쪽으로 90km 떨어진, 서해 덕적군도 가장 서쪽의 작은 섬 굴업도 정경이다. 이창훈 기자 changhl@pbc.co.kr
▲ 굴업도 서섬 끝자락 거북이언덕 부근에서 본 낭개머리 앞 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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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질녘 동섬 해변에서 공연하는 첼리스트 최윤희씨와 박명숙 무용단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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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기철 신부가 굴업도 공소에서 십자가 축복 예식을 집전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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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굴업도 공소 현관 밖 나무 십자가에 설치된 십자고상. |
마을 주민이라고 해야 10여 명에 불과한 이 섬에는 33㎡(10평) 남짓한 작은 공소가 있다. 1966년 덕적본당의 초대주임으로 부임한 최분도(Benedict Zweber, 메리놀 외방전교회, 1932~2001) 신부 때 세워진 공소로 알려지고 있다. 최 신부의 헌신적인 활동으로 당시 60~70가구에 이르던 굴업도 주민은 거의 신자가 됐다. 하지만 최 신부가 떠나면서 공소는 차츰 쇠락했다. 주민들도 더 큰 섬으로, 혹은 뭍으로 떠나가 마을은 현재와 같이 변했다. 현재 굴업도 신자는 마을(행정 지명은 인천광역시 옹진군 덕적면 굴업리) 이장이기도 한 김정현(안젤라 메리치)씨가 유일하다.
2007년부터 굴업도에서 정착해 살고 있다는 김씨는 "당시 공소 건물은 창고로 사용되고 있었는데, 본당(덕적도)신부님의 도움으로 수리를 해서 다시 공소로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시간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탓인지 공소 현관 지붕의 나무 십자가는 비바람에 떨어져 나가 버렸다. 공소 내벽도 곳곳에 페인트칠이 벗겨져 찾는 사람들을 안타깝게 한다.
그런데 이 공소 현관 지붕에 새 십자가가 세워졌다. 굴업도를 사랑하는 문화 예술인 모임(대표 김원 안드레아)이 새 십자가를 가져와 세운 것이다. 한국순교성인 대축일 경축 이동축일인 9월 23일 공소에서 대축일 미사 후 한기철(성 바오로 수도회) 신부 주례로 축복식을 가진 십자가에는 김춘만(크리스티나)씨가 제작한 십자고상이 걸렸다.
두 손과 두 발이 굵은 대못에 박힌 채 마을을 내려다보고 있는 작은 십자고상은 굴업도가 직면해 있는 또 다른 현실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는 듯하다. 천혜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 굴업도가 최근 몇 년 사이에 다시 진통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CJ그룹이 굴업도 부지 대부분을 매입한 후 대규모 골프장을 비롯한 관광단지개발을 추진한 것이 발단이다. 대규모 개발이 굴업도의 자연환경을 크게 훼손할 것을 우려한 뜻 있는 이들이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나서면서 주민들 사이에서도 개발 찬성과 반대 입장으로 나뉘어 분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십자가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화해다. 하느님과 화해하고 인간과 화해하고 자연과 화해하는 것이다. 예수께서는 화해를 위해 십자가를 졌다. 그것은 또한 하느님 아버지, 창조주의 뜻을 이루는 것이다. 굴업도 공소의 십자가는 굴업도에 사는 이들에게, 굴업도를 향하는 이들에게 이렇게 메시지를 던진다. 진정 창조주의 뜻을 따르는 것은 무엇일까. 참으로 화해하려면, 창조주와 화해하고 사람들과 화해하고 자연과 화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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