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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감상실]/실내악 100선

실내악 100선 [5] 차이코프스키 / 피아노 삼중주 A단조 `어느 위대한 예술가의 추억`

by 세포네 2012. 6. 27.


            Trio for Piano, Violin and Cello in A minor, Op.50
                    'In Memory of the Great Artist'
                 차이코프스키 / 피아노 삼중주  '어느 위대한 예술가의 추억'
                 Pyotr Il'ich Tchaikovskii (1840∼1893) 
 




이 작품에서 '어느 위대한 예술가' 란 다름아닌 니콜라이 루빈스타인(Nikolai Grigor'evich Rubinstein, 1831~1881) 이다. 모스크바 음악원의 초대 원장이기도 했던 그는 차이코프스키를 이 학교에 불러 교편을 잡도록 주선한 장본인 이기도 하고, 간간이 혹평을 아끼지 않았던 스승이었다. 1881년 루빈스타인의 작고 소식을 들은 차이코프스키는 그때까지 한 번도 쓰지 않았던 피아노 3중주의 형식을 빌려 스승을 추모하기로 결심한다.

1. Pezzo elegiaco
2. Tema con Variazioni

이 작품에는 "어느 위대한 예술가를 기념하기 위하여" 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여기에서의 위대한 예술가란 모스크바 음악원의 설립자이며 뛰어난 피아니스트였던 니콜라이 루빈스타인을 가리키는 것으로 차이코프스키는 한 때 그의 밑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적도 있다. 일찍이 니콜라이 루빈스타인은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제1번 B단조 작품23에 대하여 혹평을 가해 내성적인 차이코프스키를 대단히 격분시킨 일도 있다.
그러나 그후 이 협주곡은 붤러를 비롯한 명 피아니스트들이 연주하여 호평을 받았고, 또 차이코프스키의 작품활동이 뛰어난 재질을 보였으므로 마침내 루빈스타인도 후배인 차이코프스키에게 사과를 하게 되었다. 한편 차이코프스키도 존경할만한 선배에 대해 품어왔던 오해를 풀고 나중에는 오히려 존경심마저 지니게 되었던 것이다. 더구나 1878년 루빈스타인이 파리에서 피아노협주곡 제1번을 연주하자 그의 탁월한 연주는 대단한 호평을 받았다. 따라서 그는 이 곡을 가장 잘 연주할 수 있는 피아니스트로 불리우게 되었다.
이처럼 차이코프스키와는 여러 인연을 맺었던 루빈스타인이 파리에서 숨을 거둔 것은 1881년 3월 23일이었다. 모스크바 음악원 초대 교장이었던 그의 후임에 차이코프스키가 물망에 올랐으나, 그는 이를 사양하고 그해 11월 로마로 떠나 그곳에 머무는 동안 선배의 죽음을 애도하며 그를 추모하기 위해 이 삼중주곡의 작곡에 착수, 다음해 1월 완성했다.
곡은 단 2악장으로 되어있으나 변주곡인 제2악장이 2개의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어 3악장 형식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즉, 마지막의 변주와 코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하나의 부분을 이루는 대규모의 것으로 악상은 이미 모두 나왔던 것이기는 하지만 실질적으로 제3악장으로 볼 수 있다.
존경하는 선배의 죽음을 애도하여 작곡된 만큼 그렇지 않아도 특유의 감상(感傷)으로 채색되고 있는 그의 음악은 이 곡에서 더욱 더 구슬픈 정서를 나타내고 있다. 더구나 치밀한 작곡기교를 구사한 점에 있어서는 그의 실내악 작품 중 가장 뛰어난 것으로 손꼽을 수 있다. 특히 피아노 파트가 웅장하고 화려하게 작곡되어 있는데, 이는 당시에 유명했던 피아니스트를 기억하는 것인 만큼 당연한 귀결일 것이다. 작품이 완성된 해인, 1882년 3월 루빈스타인의 1주기를 맞아 피아노에 타네예프(Sergey Ivanovich Taneyev), 바이올린에 그리말리, 첼로에 피첸하겐(Wilhelm Fitzenhagen)의 연주로 비공개로 초연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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