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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정원]/묵상글

동행

by 세포네 2010. 4. 7.


 

 


 

        엠마오로 가는 제자들에게 나타나신

        예수님의 얘기를 묵상하다보니
        언젠가 들은 얘기가 생각납니다.

        서로 지극히 사랑하는 한 부부가 있었는데
        언제부터 아내가 차츰 시력이 떨어지더니
        마침내 완전히 볼 수 없는 처지가 되어버렸습니다.
        아내는 실의에 빠져 집에만 칩거하였습니다.
        그렇게 얼마간을 보내고 아내가

        어느 정도 현실을 받아들일 즈음
        남편은 아내에게 시각 장애인 교육을 받기를 권하였고,
        그래서 아내는 매일 장애인 교육을 받으러 다니게 되었습니다.
        남편은 하루도 빠지지 않고 아내를 동반하였습니다.
        그렇게 얼마를 다니던 남편은 어느 날 아내에게 말했습니다.
        “언제까지 내가 당신과 같이 다닐 수는 없지 않소?
        그러니 이제부터 혼자 교육을 받으러 다니세요.”
        아내는 그 말이 맞다고 생각하면서도
        섭섭하다는 생각도 들고

        남편 없이 다니는 것이 두렵기도 했습니다.
        역시 남편 없이 다니는 것은

        너무도 큰 어려움의 연속이었습니다.
        장애가 있다는 것은 온갖 장애물을 만난다는 것.
        그래서 그는 수없이 많은 장애물을 만나고
        당연히 수없이 넘어지고 수없이 다치곤 하였습니다.
        전에는 남편이 알아서 다 해주던 것을

        이제는 스스로 해야 했으며,
        모르는 사람들에게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하고
        도움을 받아야 했으며 거절과 냉대를 받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하여 어느 정도 혼자 다닐 수 있게 되었을 때
        남편은 아내에게 얘기해주었습니다.
        “그동안 당신이 혼자 교육 받으러 다닐 때
        사실은 나도 몇 발자국 뒤에서

        늘 당신과 함께 다니며 지켜보았소.
        그동안 많이 서운했지요?
        그러나 그렇게 해야지만

        스스로 설 수 있기에 어쩔 수 없었소.”

        우리의 주님도 늘 우리와 동반하십니다.
        아무도 동반해주는 사람이 없고
        주님마저 나를 떠나고 없다고 느낄 때에도
        주님께서는 우리와 동반하십니다.
        이렇게 믿는 것이 우리의 믿음입니다.
        볼 수 있고 감각되어지는 동행과

        사랑은 아이들에게는 필수적입니다.
        그러나 어른에게는 어른다운

        동행과 사랑이 필요합니다.
        동행을 받는 사람에게나

        동행을 하는 사람에게나 마찬가지로
        어른다운 동행이 필요하고

        적절한 동행이 필요합니다.
        우리의 주님께서는 이런 면에서

        가장 적절하게 동행해주십니다.

         

                   - 김찬선(레오나르도)신부 작은형제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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