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순시기를 어떻게 보낼지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어제는 더 구체적으로 생각을 해봤습니다.
단식을 할까?
사실 며칠 전서부터 사순시기를
어떻게 지낼지 생각하게 된 것은
제가 사순시기를 잘 지내려는 열망이
남달리 강해서가 아니었습니다.
저의 어머니께서 전화를 하셔서는
이제 나이도 먹었으니
제발 단식 같은 것은 하지 말라고 하시니
어떻게 지낼지 자연
생각지 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사순시기에는
단식을 할까 말까 생각을 했습니다.
아니 고민을 했습니다.
전에는 단식하는 것이 그리 힘들지 않았는데
이제는 단식하는 것이
그렇게 녹록치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어떤 식으로든
단식을 하긴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사순시기에 내가
무엇을 했다는 만족을 위한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나에게 원하는 단식이 무엇일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어제 낮기도 전 묵상을 하는데 단식을 하되
사랑을 위한 단식을 하라는 말씀을
주님께서 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희생, 금욕, 단식, 이런 것들을
얼마든지 자기만족을 위해서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주님께서 나에게 원하시는 것은
사랑에서 비롯되고
사랑을 위한
희생,
금욕,
단식입니다.
주님께서는 더 나아가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이번 사순시기,
네가 제일 사랑하기 힘든 사람을 사랑하라.”
너의 사랑이 제일 필요한 사람을 사랑하는 것도 좋지만
그것도 너의 만족일 수 있으니
네가 제일 사랑하고 싶지 않은 사람,
어쩌면 네가 제일 싫어하는
그 사람을 사랑하라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더 생각을 해봤습니다.
내가 누구를 싫어하는가?
제일 싫어하는 사람이 누구인가?
몇 사람이 떠올랐지만
제가 그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단지 어떤 때 어떤 행위가 싫을 뿐이지
그 사람 자체를 싫어하고
그래서 사랑 못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니 제가 제일 싫어하는 사람을 사랑하라는 것은
나 중심적으로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을 극복하여,
“아, 나 저거 참 싫다!”고 느껴지는 그 순간,
좋고 싫음을 사랑으로 바꾸라는 말씀입니다.
이것이 이번 사순시기 제가 매순간 해야 할 회개이고
매순간 제가 해야 할 단식이요 자선입니다.
오늘 우리의 전례는
사순시기의 우리의 회개에 대해서 말하면서
단식하고 기도하고 자선하라고 권고합니다.
회개에서 비롯된 단식, 기도, 자선이 되어야 하고
회개에 이바지 하는
단식, 기도, 자선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회개가 무엇입니까?
회개란 나의 만족이 아니라
사랑을 구하는 것이니
사랑에서 비롯되고
사랑에 이바지하는
단식,
기도,
자선을
이 사순시기 실천해야겠습니다.
- 김찬선(레오나르도)신부 작은형제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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