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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정원]/묵상글

연어처럼

by 세포네 2010. 2. 14.


 

 


 

        언젠가 고향으로 돌아가는

        긴 자동차 행렬을 보면서
        저는 연어들의 회귀가 연상되었습니다.
        연어는 자기가 태어나고 자란 하천을 떠나
        북태평양 베링해까지 가서 지내다
        3-4년이 지나면 자기가 태어난 곳으로

        새끼를 낳기 위해 돌아옵니다.
        그 여행의 거리가 4만 Km라고 하는데
        거리도 거리지만 강을 거스르는

        그 치열함이 대단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제 어미가 죽으며

        자기를 태어나게 한 하천으로 돌아가
        제 어미처럼 새끼를 낳고는 죽습니다.
        태어난 곳이 죽을 곳이고
        떠난 곳이 돌아갈 곳이고
        시작한 곳이 끝맺을 곳인 셈입니다.

        그런데 제가 참으로 신기하게 생각하는 것은
        그렇게 힘든 여정을 무릎 쓰고
        제가 태어난 곳으로 돌아가려고 하고
        또 어떻게 그 먼 여정을

        기억했다가 돌아가는가 하는 점입니다.
        연어의 이 회귀 본능과 능력이 하도 신기하여
        학자들이 연구하지만 그

        럴듯한 답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 본능과 능력이

        바로 하느님의 세뇌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우리 인간도

        이 하느님의 세뇌를 받은 것 같습니다.
        나이를 먹으면 외국에 나가 살다가도
        고국으로 돌아 가 고국에 묻히고 싶고
        같은 대한민국 안에서도 이북이 고향인 사람은
        나이를 먹으면 고향이 그리워 눈물로 지샙니다.
        특히 설날이면 조금이라도 고향 가까이 가고 싶어
        임진각을 찾아가 고향을 향해 절을 하고 소원을 빕니다.
        오늘도 새터민들은 점심을 먹고 난 뒤
        단체로 그 임진각을 방문하고 돌아올 계획인데
        거기에 보면 소원 쪽지가

        철조망에 빼곡하게 걸려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지내는 설날은 연어의 회귀처럼
        처음과 끝을 같이 생각하는 날인 것 같습니다.
        그동안 먹고 사느라
        잊었던 것들과 잃었던 것들,
        우리의 근원을 되찾고
        우리의 목적을 되찾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의 영원한 근원인 사랑을 되찾습니다.

        우리는 사랑에서 나와서
        사랑 찾아 헤매다
        비로소 사랑 찾아 돌아갑니다.

        어미의 사랑에서 태어나
        연인의 사랑을 찾아 고향 떠나 돌아다녔지만
        다시 고향인 어미의 사랑으로 회귀합니다.

        하느님 사랑에서 태어나
        연어처럼 이 세상을 유영하며 사랑을 찾았지만
        다시 영원한 고향인 하느님 사랑으로 회귀합니다.

        오늘 설날은
        우리의 시작이요 마침인 그 근원을 생각하고,
        근원에로의 회귀를 꿈꾸는 날입니다.

         

                 김찬선(레오나르도)신부 작은형제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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