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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정원]/묵상글

재의 수요일 아침에...

by 세포네 2010. 2. 17.


 

 

 

 


          재의 수요일 아침에

           

          "사람은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십시오"

           

          이마에 재를 얹어 주는 사제의 목소리도

          잿빛으로 가라앉은 재의 수요일 아침

          꽃 한 송이 없는 제단 앞에서 눈을 감으면

          삶은 하나의 시장기임이 문득 새롭습니다.

           

          죽어 가는 이들을 가까이 지켜보면서도

          자기의 죽음은 너무 멀리 있다고만 생각하는

          많은 사람들 속에 나도 숨어 있습니다.

           

          아름다움의 발견에 차츰 무디어 가는

          내 마음을 위해서도

          오늘은 맑게 울어야겠습니다.

           

          먼지 낀 마음의 유리창을

          오랜만에 닦아 내며

          하늘을 바라보는 겸허한 아침

          하늘을 자주 바라봄으로써

          땅도 사람도 가까워질 수 있음을

          새롭게 배웁니다.

           

          사랑 없으면 더욱 짐이 되는 일상의 무게와

          나에 대한 사람들의 무관심조차

          담담히 받아들이는 일

          이 또한 기도의 시작임을 깨닫는

          재의 수요일 아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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