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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정원]/묵상글

제자는 아무나 되나!

by 세포네 2009. 11. 4.


 


 

 

        제가 양성을 하면서 성소 책임도 잠시 겸할 때입니다.
        수도원에 들어오려는 사람들을 쉽게 받아주지 않았습니다.
        마음으로는 수도원에 들어오겠다는 것이 반갑고
        그를 덥석 받아들이고 싶지만 오히려 담금질을 합니다.
        들어오려는 너의 의도는 순수하냐?
        네가 들어와서 잘 살 수 있다고 생각 하냐?
        네가 이 삶을 살 자격이 있다고 생각 하냐?
        이렇게 자존심을 건드리는 얘기를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입회를 유보시킵니다.

        전술상 그렇게 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저는 사실 저희의 삶을 대단하게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서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닙니다.
        하느님께서 부르시고 뽑으신 사람만이 하는 것이며,
        그에 합당한 준비와 자세가 되어 있는 사람,
        즉 자격이 있는 사람만이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자격은 명문 대학을 나오면 갖출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이러저러한 자격증을 많이 가진 것이 아님은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 자격이란 무엇보다도 자기 성취가 아니라
        주님을 따르고자 하는 마음과 자세를 가지고 있느냐의 문제입니다.
        참으로 많은 제자들이
        염불에는 관심이 없고 잿밥에만 관심이 있습니다.
        사제, 수도자가 되는 이유가 주님의 발자취를 따름이 아니라
        영광과 환호를 받으려는 것이고,
        신자들로부터 존경을 받으려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입성하심은
        십자가를 지고 못 박히시기 위함인데
        제자들은 영광스런 왼 자리와 오른 자리를 차지하려 함과 같습니다.
        그러므로 첫 번째 자격은 주님을 따르려는 목적의 순수성과
        십자가를 지려는 자세입니다.
        오늘 주님의 말씀처럼 주님을 따르려는 사람은
        다른 무엇이 아닌 예수님 그분 자신이 따르는 이유의 전부가 되어
        다른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려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주님을 따르는 것이 이런 것이고
        그 목적이 이런 것이라면
        이제 복음에서 주님이 비유를 드신 것처럼
        먼저 앉아서 잘 계산을 해봐야 할 것입니다.
        나의 자세가 제대로 된 자세인지 따져야 함은 물론이고,
        주님을 따라 십자가를 지려고 한다 해도
        정말 나는 주님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릴 수 있는지,
        정말 그 십자가를 질 수 있겠는지,
        어떻게 그 십자가를 질 것인지 따져봐야 합니다.
        내가 마시려는 잔을 너희도 마실 수 있겠느냐고 주님께서 물으시자
        마실 수 있다고 대답을 하지만
        결국은 도망친 그런 제자처럼 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 김찬선(레오나르도)신부 작은형제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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