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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정원]/묵상글

심장의 사랑

by 세포네 2009. 6. 19.


 

 


 

      언젠가 수녀원에 가서 성탄 미사를 봉헌하였습니다.
      수녀님들 말고도 몇 가족이 있어서 미사를 드리고
      같이 축하 다과를 하였는데 그 중 한 아이가 저에게
      “거룩하시다가 무슨 뜻이에요?”하고 느닷없이 묻는 것이었습니다.
      갑작스런 질문에 대답을 하느라 끙끙댔던 기억이 납니다.

      그 뒤에 정리한 생각은 이렇습니다.
      거룩한 것은 수평적 차원과 수직적 차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우선 수평적 차원에서 거룩한 것을 얘기하면
      거룩한 것은 ‘남다른’ 것입니다.
      여느 것들과는 다른 것이어야 합니다.
      그러나 그 남다름이 요즘 젊은 사람들처럼 그저 튀기 위함이 아닙니다.
      만일 그러한 남다름이라면 그 또한 속된 것입니다.

      그러므로 거룩한 것은 신적인 면에서 남다른 것입니다.
      이것이 거룩함의 수직적 차원입니다.
      사실은 하느님만이 거룩하신데,
      그래서 거룩함은 모두 하느님과 관련이 있습니다.
      성가는 하느님께 노래하고 하느님을 노래합니다.
      성당은 하느님만을 위해 쓰이는 공간입니다.
      성작은 하느님께 제사를 드릴 때만 쓰이는 잔입니다.

      그렇다면 거룩한 마음은 어떤 마음입니까?
      당연히 하느님의 마음,

      예수님의 마음이고
      그 예수님의 마음을 닮은

      우리들의 마음입니다.
      한 마디로 얘기하면

      사랑의 마음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랑의 마음일지라도 여느 사랑과 다릅니다.

      그것은 근심하는 사랑,
      그것은 무거운 짐을 대신 지는 사랑,
      그것은 영악하지 않고 알고도 져주는 바보 사랑,
      그것은 자기의 상처로 다른 이의 상처를 낫게 하는 사랑,
      그것은 한 마디로 십자가 위에서 창검에 찔린 심장의 사랑입니다.
      머리의 사랑이 아니고,
      감성의 사랑이 아니고,
      심장의 사랑입니다.

      그리고
      이 사랑은 서로의 사랑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이 사랑은 지상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이 사랑은 하늘을 향합니다.

      이 사랑은 하느님의 사랑을 같이 바라보고
      이 사랑은 하느님의 사랑을 같이 흠모하고
      이 사랑은 하느님의 사랑을 향해 같이 나아갑니다.

      서로를 바라보고 연모하던 풋사랑의 연인들이 부부가 되어
      온갖 풍상을 같이 맞고
      서로의 짐을 나눠 지고
      마침내 같이 하느님을 바라보고
      같이 하느님께로 향해 가는 것,
      이것이 성심의 사랑이 아닐까,
      이 새벽 묵상해봅니다.

       

       

                  - 김찬선 레오나르도 신부 (작은 형제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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