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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정원]/마음가는대로

촛불 켜는 아침 / 이해인

by 세포네 2009. 1. 25.

 

 


          촛불 켜는 아침

                                  - 이해인

           

           
          밭은 기침 콜록이며
          겨울을 앓고 있는 너를 위해
          하얀 팔목의 나무처럼
          나도 일어섰다

           

          대신 울어 줄 수 없는
          이웃의 낯선 슬픔까지도
          일제히 불러 모아
          나를 흔들어 깨우던
          저 바람소리

           

          새로이 태어나는 아침마다
          나는 왜 이리 목이 아픈가
          살아 갈수록 나의 기도는
          왜 이리 무력한가

           

          사랑할 시간마저
          내 탓으로 잃어버린
          어제의 어둠을 울며
          하늘 위에 촛불 켜는 아침

           

          너를 위한 나의 매일은
          근심 중에서도
          신년 축제의 노래와 같기를
          그래서 나는
          눈부신 언어를 날개에 단
          아침 새가 되고 싶었다

           

          햇빛을 끌어내려
          젖은 어둠을 말리는 나무 위에
          희망의 둥지를 트는
          새가 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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