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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와 영성]/바오로서간해설

(7) 로마서

by 세포네 2008. 1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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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방문 계획 번번히 무산되자 편지로 충고 

 

 
▲ 이방인의 사도라고 자부하는 바오로는 이방인 세계의 중심지 로마에서도 복음을 전하고 싶었지만 로마에는 이미 신자들의 공동체, 곧 교회가 형성돼 있었다. 사진은 로마성 밖에 있는 성전 바오로 대성전 전경


 로마서는 바오로 서간 13편 가운데서 가장 길 뿐 아니라 내용도 풍부하고 바오로 사도의 신학 사상도 가장 짜임새 있게 펼쳐보이고 있습니다. 바오로 사도의 친서가 확실하다고 여겨지는 서간 7편 가운데서 가장 늦게 쓰여진 것이기도 합니다. 학자들이 바오로 서간 가운데서 로마서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는 이유가 이런 데에 있습니다.

인간의 죄와
하느님의 진노
그리고 하느님의
의로운 심판에 대해
얘기하면서
인간은 율법 실천이 아닌
하느님께 대한
믿음을 통해서
의롭게 됨을 강조

 
 ◇로마 공동체
 이 난을 통해서 지금까지 살펴본 바오로 서간들은 모두가 바오로 사도가 직접 방문해서 복음을 전한 공동체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에 비해 로마는 바오로 사도가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입니다. 더욱이 바오로가 로마서를 썼을 때는 로마에 그리스도인 공동체가 형성돼 있었을 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로마 교회에 대해 알고 있었습니다. "여러분의 믿음이 온 세상에 알려지고 있다"(로마 1,7)는 바오로 사도 글에서 확인할 수 있지요.
 그렇다면 로마에는 언제부터 신자 공동체가 형성됐을까요? 사도행전 2장에서는 성령강림 때에 베드로의 설교를 듣고 신자가 된 사람이 그날 하루만 3000명이 됐다고 하는데 그중에는 로마에서 온 이들도 있었을 것입니다. 이들이 돌아가서 신자 공동체를 이뤘을 가능성이 크지요.
 로마 역사에 관한 한 기록에 따르면, 클라우디우스 황제(재위 41~54)는 49년에 로마에 있던 유다인들을 추방했습니다. 이들이 끊임없이 소란을 피우고 있다는 이유에서인데 이 소란은 예수를 그리스도 곧 메시아로 믿는 유다계 그리스도인들과 그렇지 않은 유다인들 간의 소란이었으리라는 게 학자들 견해입니다.
 따라서 로마에는 적어도 바오로 사도가 선교 여행을 시작할 당시에는 이미 그리스도인 신자 공동체가 있었을 것입니다. 로마 교회는 유다계 그리스도인들과 이방계 그리스도인이 함께 있었고, 바오로 사도가 편지를 써보냈을 때 이들은 율법을 지키는 문제로 서로 갈등하고 있었습니다.
 
 ◇집필 배경과 시기, 장소
 바오로 사도는 어떤 동기에서 로마 신자들에게 보내는 서간을 썼을까요? 로마는 제국의 수도입니다. 이방인의 사도라고 자부하는 바오로는 이방인 세계의 중심지 로마에서도 복음을 전하고 싶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로마에는 이미 신자들의 공동체 곧 교회가 형성돼 있었습니다.
 이제 바오로는 로마를 방문해 이방인의 사도로서 자신이 선포해온 그 복음을 그들에게도 전하며 서로 믿음을 나누는 가운데 함께 격려를 받고자 했습니다. 나아가 제국의 수도 서쪽 변방 지역인 에스파냐(오늘날 스페인)에도 복음을 전하고 싶었고, 그 여정에 로마를 방문해 로마 신자들의 지원도 받고 싶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계획은 번번히 무산되고 말았습니다(1,10;15,22). 그래서 복음에 관해 나누고 싶었던 자신의 생각을 편지로 써서 로마 신자들에게 보내게 된 것입니다. 이 편지에는 당연히 자신이 전해들은 로마 교회 문제와 관련해 충고 또는 권고하는 내용도 담았을 것입니다. 이른바 유다계 그리스도인과 이방계 그리스도인들 간의 갈등도 로마 교회가 안고 있는 문제 가운데 하나였겠지요.
 학자들은 로마서에서 바오로가 밝힌 내용과 그 밖에 바오로의 서간 등을 토대로 바오로가 로마서를 코린토에서 썼을 것이라고 봅니다. 실제로 로마서 16장 1절 "캥크레애 교회"의 캥크레애는 코린토에 있는 항구 이름이며, 16장 23절의 "나와 온 교회의 집주인 가이오스"에서 바오로가 코린토에서 직접 세례를 준 인물 이름과 동일합니다(1코린 1,14 참조).
 편지를 쓴 시기는 언제쯤일까요. 바오로는 3차 선교여행(53~58)을 마치면서 코린토에서 약 3개월 정도 머물렀는데(사도 20,3 참조) 이때 가이오스 집에 머물면서 로마서를 집필했다는 게 학자들의 일반적 견해입니다. 집필 연도는 57~58년쯤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주요 내용과 특징
 로마서는 앞뒤 인사말을 제외하면 두 부분으로 이뤄져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교리에 관한 부분(1-11장)과 권고 또는 훈계하는 부분(12-15장)입니다.
 자신의 다른 서간들에서와 마찬가지로 바오로는 로마서를 인사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로마를 방문하려고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음을 전하면서 방문 목적을 설명합니다. 로마 신자들에게 자신이 선포해온 복음을 전하고 믿음을 통해 서로 격려를 받기 위함이라는 것이지요(1,1-16).
 이어 바오로는 자신이 전하는 복음이 무엇인지를 제시합니다. 우선 인간의 죄와 하느님의 진노, 그리고 하느님의 의로운 심판에 대해 얘기하면서 인간은 율법의 실천을 통해서가 아니라 하느님께 대한 믿음을 통해서 의롭게 됨을 강조합니다(1,18-3,31).
 바오로는 계속해서 아브라함이 믿음을 통해서 의롭다고 인정받은 것처럼 예수님을 죽인이들 가운데서 살리신 분을 믿는 그리스도인들도 하느님께 의롭다고 인정받을 것이라고 역설합니다(4,1-25). 나아가 바오로는 아담의 불순종과 그리스도의 순종을 죄와 은총의 관계로 멋지게 대비시킵니다. 아담의 불순종으로 모든 사람이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그리스도의 순종으로 모든 사람이 의롭게 되어 생명을 받은 것처럼, 죄가 많은 곳에는 은총도 풍성히 내렸다는 놀라운 역설을 제시합니다(5장).
 6장부터 8장까지는 세례로 그리스도와 하나가 된 그리스도인의 삶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리스도인은 죄와 율법의 종살이에서 해방된 이들로서 성령께서 주시는 생명으로 살아가는 이들입니다. 곧 그리스도인은 하느님의 사랑 안에 살아가는 이들이기에 어떤 환난이나 역경도 그리스도 예수님에게서 드러나는 하느님의 사랑에서 떼어놓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바오로는 이어서 이스라엘의 불신앙과 이방 민족들의 구원이 지니는 상관 관계를 설명합니다. 이스라엘의 잘못으로 다른 민족들이 구원을 받게 됐지만 결국에는 모든 민족이 구원을 받으리라는 것입니다(9-11장). 바오로는 이렇게 오묘한 하느님의 신비를 찬미하는 것으로 교리 부분을 마무리 짓습니다.
 바오로는 후반부에서 그리스도인의 새 생활이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 권고합니다. 자신을 하느님 마음에 드는 거룩한 산 제물로 바쳐 하느님께서 베푸신 은총에 따라 합당하게 살아야 하고, 형제애로 서로 아끼며 악을 악으로 갚지 말고 선으로 악을 굴복시키라는 것입니다. 권위에 복종하고, 형제를 심판하거나 형제에게 장애물이 되게 하지 말고 오히려 공동체의 일치를 위해 노력하라는 것입니다(12,1-15,13).
 이런 권고는 그리스도인들의 일반적 생활 규범이기도 하지만 바오로가 로마 교회가 안고 있는 문제, 곧 유다계 그리스도인들과 이방계 그리스도인들의 갈등에 대해 믿음 안에서 서로 화합하고 하나가 되라고 당부하는 메시지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바오로는 편지 끝 부분에서 이방인을 위한 자신의 사도직에 대해 설명하면서 자신이 예루살렘과 로마 그리고 에스파냐를 방문할 계획임을 밝힙니다. 그리고 인사와 찬양으로 편지를 마무리합니다(15, 14-16,23).
 
 대강 살펴본 내용을 통해서 보면 로마서는 갈라티아서와 흡사하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율법과 믿음, 죄와 구원, 성령 안의 삶 같은 교리적 주제들은 물론이고 그리스도 안에서 누리는 새 생활에 대한 권고 부분까지도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다만 갈라티아서에서는 상당히 격한 어조가 곳곳에 보이는 반면에 로마서를 통해서는 차분하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그래서 로마서는 갈라티아서를 확대, 보완한 것이라고 보는 학자들도 있지요. 또 죄, 은총, 의로움, 믿음 등 바오로의 주요 신학적 주제들이 상당히 체계적으로 진술되고 있는 것도 감지할 수 있습니다.
 (바오로의 주요 신학 사상에 대해서는 좀더 자세히 살펴볼 기회가 있을 것입니다.)
이창훈 기자 changhl@pbc.co.kr

※ '바오로의 서간과 신학 사상' 기사는 다음과 같은 자료를 참고하고 있습니다. 「바오로 서간과 신학」(바오로딸) 「서간에 담긴 보화」(생활성서) 「바오로에 대한 101가지 질문과 응답」 「바울로와 그의 서간들」(생활성서) 「바오로 스케치」(빅벨) 「바울로」(분도출판사) 「신약성서입문」 (분도출판사) 「한국 천주교회 200주년 신약성서」(분도출판사) 「신약성서 새번역」(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성서못자리 그룹공부 교재-나눔터」(기쁜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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