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학교 관련 법,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나 "
가톨릭학교법인연합회 연구보고서 '가톨릭학교 관련 법제의 현황과 발전 방향' 주요 내용
2005년 개방형 이사제 도입을 골자로 한 사립학교법 개정은 이후 한국교회를 뜨겁게 달구는 주요 이슈 가운데 하나가 됐다. 2005년 사립학교법 개정은 종교적 이념의 실현을 가장 중요시하는 종교계 사학의 존립 목적을 위태롭게 하는 개악이었다. 2007년 사립학교법이 재개정됨에 따라 문제점을 일부 해결하기는 했지만 완전한 해결이 아닌 미봉책에 불과했다. 양적ㆍ질적으로 우리나라 사학의 중심에 서 있을 뿐 아니라 특별히 '종교교육의 자유'를 추구하는 종교계 사학에 대한 배려는 너무나 미약한 것이었다.
사실 사립학교법 개정 논란 이전부터 우리나라 종교계 사립학교들은 잘못된 법령과 제도, 정책들로 종교계 사학으로서 특성을 살리지 못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즉 고교 평준화 제도 시행 대상에 종교계 사학까지 포함됨으로써 사학으로서 누려야 할 독자적 학생선발, 교육과정 운영, 교원 임용 등에 많은 제약을 받아왔다. 더불어 종교계 사립대학들도 지나친 국가 간섭과 통제로 인해 대학을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 가톨릭학교법인연합회(회장 이용훈 주교)가 펴낸 「가톨릭 학교 관련 법제의 현황과 발전 방안」(사진)은 이와 같은 현실에서 가톨릭학교가 가톨릭이념을 살릴 수 있는 교육을 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과 제도가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할지를 심도 있게 검토한 연구보고서다. 이 보고서는 무엇보다 가톨릭학교 관련 법이 나아갈 방향을 이론적으로 집대성했다는 점에서 앞으로 관련 법률을 제ㆍ개정할 때 교회가 한목소리를 내는 데 더할나위 없는 길잡이가 될 전망이다. 가톨릭학교 관련 법과 제도가 지닌 문제점과 그 해결방안을 담은 이 보고서의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우리나라 가톨릭학교 현황 2006년을 기준으로 할 때 종교계 교육기관(유치원, 초ㆍ중ㆍ고)은 개신교 461개교, 가톨릭 296개교, 불교 159개교, 기타 182개교 순이다. 이는 전체 교육기관의 5.7%, 사립 교육기관의 19.8%를 차지하는 수치다. 가톨릭계 교육기관 수와 전체 교육기관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유치원 224개(2.7%) △초등학교 6개(0.1%) △중학교 28개(0.9%) △고등학교 38개(1.7%) △대학 13개(3.5%)다. 이는 전체 학교의 1.5%, 사립학교의 5.4%에 해당한다. 가톨릭학교에 재직 중인 교원의 비신자 비율은 유ㆍ초ㆍ중ㆍ고등학교 경우 22.7%, 대학은 45.5%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톨릭학교 관련 법이 지닌 문제점
▲종교계 사학의 특수성이 고려될 수 없는 실정법
사학이 준(準)공립화되면서 개성이 사라진 현상은 종교계 사립학교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사립학교에서의 종교교육을 허용하고, 최근 사립학교법 개정을 통해 '종교지도자 양성만을 목적으로 하는 대학 및 대학원 설치ㆍ경영 학교법인'에 한해 개방형 이사 추천위원회 위원의 1/2을 종교단체에서 추천하도록 한 것 이외에는 종교계 사립학교의 특수성에 대한 배려가 없다. 공립과 사립을 망라하는 획일적 법령과 제도로 인해 가톨릭교육만의 특수한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토대를 찾기 어렵다.
▲평준화 제도로 인한 중등 종교교육의 파행
고교 평준화 제도 시행 이후 종교계 학교를 포함한 모든 사립학교들이 지역 학교화되고, 평준화 지역에 사는 학생과 학부모는 학교 선택권을 상실했다. 좋고 싫음은 물론 종교적 신념조차 완전히 무시된 채 교육당국이 배정하는 학교에 입학해야 하는 현실이다.
▲종교계 사립대학의 특수성을 인정하는 데 소극적인 법 적용
사립대학은 현행 법령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다양한 선발방법을 특별전형으로 활용할 수 있다. 종교계 사립학교는 학생 선발시 신자 또는 신자자녀에게 소극적 또는 적극적 특례를 부여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종교계 사립대학이 동일 종교 신자나 신자 자녀에게 특례를 부여하거나 비신자의 입학을 제한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항상 초미의 관심으로 떠오른다. 이는 현행법의 소극적 태도가 법현실에서 법적 갈등을 야기하는 사례라고 하겠다. ▨가톨릭학교 관련 법이 나가야 할 방향
▲교육기본법을 헌법 정신에 맞게 개정
가톨릭학교를 비롯한 사립학교들이 건학이념을 구현할 수 있도록 법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즉 사립학교에서의 종교교육이 국가 권력 등에 의해 부당하게 제한되지 않도록 실정법으로 명문화해야 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교육기본법에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종교단체와 사립학교 관계의 특수성 존중 의무' '종교계 사립학교에서의 종교교육 보장' 규정을 신설함이 마땅하다.
▲종교계 사립학교 특수성을 살리는 방향으로 사립학교법 개정
개방형 임원제는 사학의 자율성과 특수성 등 사학교육의 본질과 상치될 뿐 아니라 그 자체로 위헌적이다. 일부 수정을 하더라도 위헌성을 벗어날 수 없으므로 완전히 폐지하는 것이 옳다. 특히 가톨릭 사학의 개방형 임원제는 일반인들이 추천한 비신자와 성직자를 동등하게 취급함으로써 종교적으로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크다. 반대 세력의 저항 때문에 개방형 임원제를 완전 폐지하는 것이 어렵다면 다음과 같이 문제점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첫째, 종교계 학교법인을 현행 사립학교법 제14조와 같이 '종교지도자 양성만을 목적으로 하는 대학 및 대학원 설치ㆍ경영 학교법인'에 한정하지 않고, 최소한 종교단체가 학교법인 운영에 직접 개입하는 학교법인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둘째, 종교계의 경우 문제를 일으킨 학교법인에 한해 사립학교분쟁위원회 심의를 거쳐 개방형 임원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셋째, 개방형이사추천위원회를 학교운영위원회 또는 대학평의원회에 두지 않고 학교법인 소속으로 바꾼다.
▲종교계 사학 발전을 위한 법적 토대 구축
평준화제도 때문에 특정 종교교육을 받고 싶지 않은 학생이 종교계 학교에 입학함에 따라 학생은 신앙의 자유를, 종교계 사립학교는 설립 목적인 종교교육을 하는 데 많은 제한을 받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가장 바람직한 방안은 종교계 사립학교를 평준화 대상에서 제외하고 자율적 선택에 의해 자율형 또는 자립형 사립학교로 전환토록 허용하는 것이다. 아울러 △종교계 사립학교의 '종교' 수업 실시와 신앙의 자유를 이유로 하는 전학을 법적으로 보장하고 △종교적 소양 확인을 위한 수습교사제도를 도입하며 △해당 종교의 특수성을 반영할 수 있도록 종교교사 자격을 완화하는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종교계 사립대학의 경우, 현행 법제 아래서도 특별전형을 통해 일정 종교적 경력이 있는 자나 신자, 그리고 그 자녀들의 특례입학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되려면 학생 선발시 신자 및 신자자녀 우대 제도를 법제화하는 것이 좋다. 또 종교교육 참여를 졸업요건으로 의무화하고, 교수 채용시 특정 종교를 채용 조건으로 하는 것을 법적으로 보장받아야 한다. 정리=남정률기자 njyul@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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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종교계 사립학교가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 가운데 하나는 종교계 사립학교를 평준화 대상에서 제외하고 자율형 또는 자립형 사립학교로 전환토록 하는 것이다. 사진은 서울대교구가 운영하는 동성고등학교 개교 100주년(2007년) 미사 장면. |
▲ 한국교회는 가톨릭학교에서 가톨릭 이념을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할 것을 지속적으로 주문해왔다. 사진은 2005년 12월 주교회의 사회주교위원회와 가톨릭학교법인연합회 관계자들이 개악된 개정 사립학교법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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