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포자기 심정 투매로 값 폭락… 고급화·유통구조 개선을
국내 쇠고기 시장이
'무제한 개방 시대'를 맞았다.
4월 17일(미 현지시각) 미국산
쇠고기 수입개방 합의 이후
소 사육농가는
막다른 길목에 내몰렸다.
무제한 수입 자유화는 한우와
비육우 '홍수 출하'로 이어졌다.
그야말로 '비상구'가 없다.
정부의 '선개방 후대책' 조치로
소 사육농가는
자포자기에 빠졌다.
대책 또한 사후약방문 격이다.
기로에 선 국내 소사육 실태를
긴급진단하고,
소 사육 희망 찾기를 위한
대안은 뭘까,
그 비전과 제언을 살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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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쇠고기 시장이 무제한 개방시대를 맞으면서 축산농가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경기도 안성시 미양면 상고지리 우리농장에서 만난 최현주 대표 또한 시름에 잠겨 있다. |
#소 값은 떨어지고, 축사는 비고…
경기도 안성시 미양면. 너른 평야 여기저기 축사가 널려 있고, 풀 향기가 소똥 냄새와 함께 어우러진다. 전국 육우 두수 24만두 중 2만4000여 두(10%)를 비육하는 국내 최대 소 사육 농가 밀집지역 가운데 한 곳이다. 4월 29일 미양면 상고지리 '우리농장'을 찾아갔다. 소 사육 경력만 16년째인 최현주(세례자 요한, 39) 가톨릭농민회 수원교구연합회 미양분회 부회장은 이날도 어김없이 우리농장에 나와 있다. 3곳으로 분산돼 있는 축사를 돌아가며 한우 50여 두와 비육우 750여 두 등에 옥수수와 콩껍질, 목화 등이 섞인 수입사료를 주느라 여념이 없다. 그의 첫마디에 '답답한' 심경이 그대로 묻어났다. "억울합니다. 이명박 대통령도 소를 키워봤다고 하는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습니까? 우리도 (쇠고기) 수입개방에 무작정 반대만 하는 게 아닙니다. 안전 검증이 이뤄진 쇠고기에 대해서만 수입을 하라는 것이죠. 세계화시대인데, 어떻게 무작정 막을 수 있겠습니까? 이 정부는 국민 건강과 안전을 담보로 수입 개방을 한 것입니다." 사료 값은 1㎏당 270원 하던 게 400원에 육박한다. 소 한 두가 먹는 사료는 8㎏으로, 하루 3000원 꼴로 매일 800여 두에 240만 원씩 들어간다. 사료비로 쌓인 빚만 5억6000여만 원, 그간 축산을 하며 누적된 빚이 18억 원이다. 농협에선 독촉장이 날아오지만 뾰족한 대책이 없다. 그런데 소값은 추풍낙엽처럼 떨어지고 있다. 쇠고기 수입 개방에 '투매 출하'가 이뤄져서다. 육우 값이 30~40만 원 가량 떨어져 230만 원밖에 안 된다. 정부측은 시설자금이나 사료비를 연리 3% 장기저리로 1조 원을 외상구매자금으로 빌려주겠다고 하지만 빚은 이미 쌓일 대로 쌓였다. 그래도 '울며 겨자먹기로' 급한 불을 끄고자 축협에 1억 원 대출을 신청했다. 안성축협에 배정된 자금이 200억 원인데, 신청액은 700억 원이나 된다니 대출이 이뤄질지도 가물가물하다. "다들 이제 더 이상 '소를 사육하지 않겠다', '사육하면 빚만 쌓인다'고들 합니다. 정말로 정부에서 국내 소사육 농가를 살리고 싶다면 자금을 무이자로 빌려줘야 합니다. 물론 소값 안정이 전제지요. 또 소 사육과 관련 직접지불제를 실시해야 합니다."
#"국민건강권 담보 쇠고기협상은 원천무효"
그렇다면 한ㆍ미 쇠고기 수입 협상 결과는 어떻게 나왔을까. 4월 18일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한ㆍ미 양측은 1단계로 30개월 미만 소 가운데 뼈 포함 쇠고기 수입을 허용했다. 2단계로 미국이 지난해 5월 '광우병 위험 통제국가'로 평가받을 당시 국제수역사무국(OIE)이 광우병 교차 위험 방지를 위해 권고한 사료조치를 공포할 경우 OIE 기준에 따라 30개월 이상 소에서 생산한 쇠고기도 수입을 허용키로 했다. 수입 허용부위도 특정위험물질(SRM)과 머리뼈, 등뼈 등에 남아있는 고기를 기계적으로 회수해 생산한 고기 등 모든 부위가 포함됐다.
이에 온 국민이 불안에 떨고 있다. 광우병에 걸린 소뼈로 화장품을 만들면 광우병에 걸린다고 하고, 라면 수프나 학교 등 단체급식에 언제 광우병 쇠고기가 공급될지 불안하기만 하다. 수입 소 연령 제한을 풀고 뼈 있는 쇠고기까지 수입하면서 달랑 동물사료 금지 강화를 위한 노력을 하겠다는 약속만 받아낸 데 정부측에 분노하고 있다.
가톨릭농민회(회장 배삼태 토마스) 등 11개 단체로 구성된 농민연합은 4월 18일자 성명을 통해 미국산 쇠고기 개방 즉각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쇠고기 수입 협상에 임하는데 있어 고려해야 할 것은 '수입하려는 쇠고기 안전성 여부'와 '축산농가 등 피해를 입을 부문에 대한 대책'뿐이다며, "국민 건강권과 생존권을 담보로 타결된 쇠고기 협상은 원천무효"라고 주장했다.
(사)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전국농민단체협의회 등도 "4월 11일 미국 버지니아주에서 인간광우병(크로이츠펠트-야콥병)을 앓던 22살 여성이 사망한 충격적 사건이 발행했고, 4월초 스페인 정부도 인간광우병으로 2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는 것을 상기시켰다. 이어 "지난해 OIE가 '광우병 위험통제국'로 지정한 미국은 생산이력제와 동물사료 금지조치를 철저히 실시하지 않고 있고 도축과정에서 광우병위험물질(SRM) 통제 지침을 지키지 않아 심히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대안은 순환적 유기축산과 유통구조 개선
그렇다면 대안은 있나. 4월 25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국민농업포럼(공동대표 정재돈 비오, 전 가농 회장)이 주최한 제1차 국민농업포럼에서는 갖가지 제언이 쏟아졌다. △농업ㆍ농촌 가치의 재발견 △농업의 공익, 환경 기능이 살아날 수 있는 종합대책 마련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수익을 얻는 경제계와 농촌의 이익 나눔 등이다. 김성훈(아우구스티노, 전 농림부장관) 상지대 총장은 이 포럼에서 "새 대통령이 캠프데이비드 1박 2일 숙박비와 국민 건강권과 검역주권을 맞바꾸는 바람에 온 국민이 광우병 의심 쇠고기 앞에서 불안에 떨고 있다"며 "농업의 다원적 공익기능 의제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쌀과 한우가 겨레의 피요 살이요 혼이라는 최소한 인식도 찾아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특히 '기업형 축산생산농가'들이다. 쇠고기 수입개방조치로 국내 한우 및 비육우 생산 기반이 붕괴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고, 소 사육농가 줄도산 또한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350만 농업인의 생존권과 국민의 식품안전권을 희생하며 '한ㆍ미 FTA 비준 및 조속 발효'를 빌미로 '묻지마 식 전면 수입개방'을 추진하는 정부에 비판의 날이 서고 있다. 현재 정부측이나 농업계에서 나오는 대안은 대체로 △품질 고급화 및 생산성 향상 △유통 차별화에 모아진다. 수입 쇠고기 원산지가 국내산으로 둔갑하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2005년부터 시행된 원산지 표시제를 강화하고, 소비자들이 한우를 쉽게 구별하도록 '쇠고기 이력 추적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 등이 그것이다. 한우 품질 고급화를 통해 순수 한우 혈통 인증 및 우량 송아지 생산 지원, 유기ㆍ무항생제 한우 생산농가에 대한 직접지불제 시행 등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본부장 김시영 신부)는 벌써부터 '순환적 유기축산'사업을 통해 수입 쇠고기 문제에 대응하고 있다. 유기축산은 1차적 목적이 자가 퇴비 생산에 있지만, 유기축산이 쇠고기 수입 문제에 대한 대안이 될 수도 있다는 입장에서다. 농가 자체 입식소 사업으로 우리농에 공급되는 자가입식소가 현재 105두에 이르고 있고, 가농 분회와 도시본당간 한우 입식도 23두(이미 도축한 소 5두 제외)에 이른다. 특히 도ㆍ농간 한우 입식사업은 서울대교구 목동ㆍ화곡본동ㆍ목3동ㆍ홍은3동본당과 의정부교구 주엽동본당, 가농 안동교구연합회 쌍호공소간 8두 입식 사례에서 보여지듯 수입 쇠고기 문제에 대한 대응으로서 순환적 유기축산을 구현하는데 일정한 이바지를 하고 있다. 배삼태 가농 회장은 "축산문제에 관한 한 그간 정부의 대책이 근시안적이었기에 답이 없다"면서도 "수입사료에만 의존한 사료작물 자급, 유기축산 실현 문제, 쇠고기 유통 구조 개선 등을 해결해야 그나마 FTA로 피폐해진 농가에 숨통을 틔울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오세택 기자 sebastiano@pbc.co.kr사진=전대식 기자 jfa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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