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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정원]/마음가는대로

봄이 오는 길목에서 / 이해인 詩

by 세포네 2008. 2. 27.

 

 


봄이 오는 길목에서

                                                          / 이해인 詩



        하얀 눈 밑에서도 푸른 보리가 자라듯
        삶의 온갖 아픔 속에서도
        내 마음엔 조금씩
        푸른 보리가 자라고 있었구나

        꽃을 피우고 싶어
        온몸이 가려운 매화 가지에도
        아침부터 우리집 뜰 안을 서성이는
        까치의 가벼운 발걸음과 긴 꼬리에도
        봄이 움직이고 있구나

        아직 잔설이 녹지 않은
        내 마음의 바위 틈에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일어서는 봄과 함께
        내가 일어서는 봄 아침

        내가 사는 세상과
        내가 보는 사람들이
        모두 새롭고 소중하여
        고마움의 꽃망울이 터지는 봄

        봄은 겨울에도 숨어서
        나를 키우고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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