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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과 교리]/가톨릭 소식들

"[특집/위령성월]새로운 장묘문화를 고민할 때(상) "

by 세포네 2007. 11. 4.

"[특집/위령성월]새로운 장묘문화를 고민할 때(상)"

 

 

▲ "영원한 하늘의 복락을 영원토록 누리소서!…" 위령성월을 맞아 서울대교구 용산본당 내 납골당을 찾아 한 여성 신자가 가신 님을 위해 애절한 기도를 바친다. 백영민 기자 heelen@pbc.co.kr


   "우리가 그리스도와 함께 죽었으니 그분과 함께 살리라고 우리는 믿습니다"(로마 6,8).

 11월 위령성월을 맞아 그리스도인의 죽음, 그 의미를 새기며 '새로운 장묘문화를 고민할 때'를 기획했다. 최근 들어 화장률이 매장률을 앞지르면서 국내 납골문화는 어디까지 왔는지 실태를 점검하고 가톨릭교회의 납골시설 현황을 살핀다. 또 바람직한 장묘문화를 일궈가는 본당과 외국 납골문화 및 사례, 장묘 문제에 대한 가톨릭교회의 가르침 등을 점검함으로써 참다운 납골문화을 향해 우리 사회가 나아갈 길을 모색한다.


   #우리사회 장묘문화 어디까지 왔나

   지난 9월 9일 서울대교구 태릉성당. 정진석(서울대교구장) 추기경이 탄 차량이 봉헌식을 앞둔 새 성전에 들어가려는 순간 노원구 공릉동 일부 주민들이 달걀과 페트 병을 던지며 저지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성당 내 '납골당' 설치 방침이 빌미였다. '장사(葬事)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종교시설 내 납골당 시설 마련도 '혐오시설'이 되기에 이르른 것이다.

 이같은 사태가 벌어진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해마다 새 묘지가 전국적으로 28만여 기 이상 생겨나 서울 여의도(793만3884㎡) 보다 큰 면적의 국토가 묘지로 잠식되면서 화장률이 급격히 높아진 데서 기인한다. 1955년 5.8%에 불과했던 화장률은 2006년 56.5%로 10배 이상 급증, 화장한 유해를 봉안할 공간이 부족해졌다. 수목장(樹木葬)이나 해장(海葬) 등 자연장이 대안 장묘문화로 떠오르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아직까지 납골시설 내 봉안이 힘을 얻고 있다.

 천주교회 또한 만장 상태다. 묘지 총면적이 49만5867㎡에 이르는 수원교구 안성공원묘원만이 향후 4000여 기를 매장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종교시설 내 납골당 조성은 물론 교회묘지 내 납골당 설치 조차 지역 민원으로 떠오르면서 지지부진해졌고, 일부에서는 아예 무산되기도 했다.

 따라서 장묘문화 전반에 대한 정부 차원의 다각적 제도 개선과 함께 화장장 시설 및 납골 시설 등에 대한 충분한 예산 확보가 절실하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다. 아울러 공공시설이나 공원, 대학 등지의 납골시설 조성을 통해 정부가 모범을 보이고, 장묘문화 전반에 대한 사회 인식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국교회 장묘문화는 어디로 가고 있나

 한국 천주교회 장묘문화는 '매장'에서 '납골'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성당 내 납골당과 성당묘지 납골당화가 대세다. 특히 성당 관할 묘지는 건물 내 납골당 설치나 야외 납골시설 설치, 개장한 유해를 층을 둬 다시 매장하는 유해봉안시설 등으로 다각화하고 있다.
 최근엔 평장 형태의 자연친화적 납골묘 구상도 구체화하고 있다. 청주교구는 지난 6월 교구 묘지관리위원회를 갖고, 만장이 다 돼가는 가덕 성요셉공원묘지에 평장 방식의 지하 납골묘를 조성키로 했다. 1~2년 내에 1인당 50×50㎝ 크기의 지하 납골묘를 설치할 방침이며, 화장한 유해를 담는 유골함도 나무 등 친환경 소재를 쓰기로 해 '자연으로 돌아가는 장묘문화'를 구체화하고 있다.

 서울대교구는 용산ㆍ신당동ㆍ종로ㆍ길음동ㆍ금호동본당 등은 본당 묘지, 성당 등에 납골당을 마련했고, 의정부교구의 경우 신곡2동본당이 2003년에 성당 내에 4700여 기를 봉안할 수 있는 납골당을 설치해 모범 운영사례로 꼽힌다.
 한국교회 최초로 1986년 설립 당시 이미 1만 기를 수용할 수 있는 납골당을 조성한 대구대교구 천주교 군위묘원에는 현재 1500여 기(예매분을 포함하면 8500여 기)가 봉안돼 있다.

 광주대교구도 1999년 전남 담양군 광암리 천주교묘원에 최대 1만4000여 기를 봉안할 수 있는 '부활의 집'을 마련, 현재 183기(예매분 포함하면 4500여 기)가 모셔져 있다. 또 인천교구도 2002년 12월 3094기(현재 예매분 포함 1839기 봉안)를 안치할 수 있는 외벽식 납골당을 설치한 바 있다.

 지난 3월말 축복식을 가진 전주교구 금상동성당은 1만1744기(현재 1100여 기 봉안) 규모 납골시설을 포함하는 이색 성당이다. 연면적 1022.5㎡의 성당은 지하와 지상1ㆍ층에 '하늘자리 납골당'을 뒀다.

 부산교구도 지난 5월 납골당(지하 1ㆍ2층)과 경당(3층)을 갖춘 '하늘공원'을 완공해 축복식을 가졌다. 1만4000여 기를 안치할 수 있는 납골당에는 현재 2000여 기가 모셔져 있다. 또 부산교구 밀양본당도 지난해 1월 죽은 이를 모셨지만 산 이를 위한 공간처럼 아늑한 경당(지상 1층)과 납골시설(2층)을 갖춘 건물 '천상낙원'을 성당 바로 옆에 지어 주목을 받았다.

 수원교구 안성공원묘원은 유해봉안소와 납골당이 함께 있는 특수한 사례다. 매장 뒤 20년이 지나면 개장, 유골만을 따로 안치하는 유해봉안소를 2002년에 설치했고, 4만2000기(현재 3000기 봉안) 규모 야외납골당은 2005년 10월에 준공했다.

 춘천교구도 2004년부터 3년에 걸쳐 교구 정종리묘원에 연고묘 1100여 기와 무연고묘 250여 기를 안치할 납골묘를 설치했고, 원주교구도 2003년 배론성지 내 대성당 뒤에 1296기(180여 기 안치)를 봉안할 수 있는 외벽식 납골시설을 조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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