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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과 교리]/가톨릭 소식들

교회론 해석에 관한 기준 명확하게 제시

by 세포네 2007. 7. 22.

신앙교리성 문헌 주요 내용과 각계 반응

 

가톨릭교회가 그리스도의 유일한 교회
교회일치와 단일성 수호의지 표명
사도계승과 성찬 거행 보존해야 교회

 

주요내용과 의미
교황청 신앙교리성이 10일 발표한 두 문서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특히 교회론에 대한 해석에 있어서 오류 소지가 있는 측면들을 5가지 질문과 답변 그리고 해설을 통해 명확히 하고 있다.
 첫 번째 물음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교회에 관한 이전 교리를 바꾸었는가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신앙교리성은 결코 바꾸지 않았으며 오히려 심화, 발전시키고 더욱 완전하게 설명했다고 밝힌다.
 두 번째와 세 번째 물음은 '그리스도의 교회가 가톨릭교회 안에 존재한다'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 「교회헌장」 8항의 표현과 관련된다. 전통적으로 가톨릭교회는 '그리스도의 유일한 교회가 가톨릭교회'이다'(est)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 표현은 그리스도의 교회와 가톨릭교회가 온전히 동일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제2차 바티칸공의회에서는 '이다' 대신에 '안에 존재한다'(subsistit in)이라고 표현함으로써, 그리스도의 교회와 가톨릭교회가 완전히 동일하다는 기존 입장에서 한 걸음 물러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되기도 했다.
 '가톨릭교회 안에 존재한다'(subsistit in Ecclesia Catholica)는 라틴어 표현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라는 두번째 물음은 바로 이와 관련된다. 이에 대해 신앙교리성은 "'존재한다'(subsistit)는 표현은 가톨릭교회에만 쓸 수 있다"면서 그 이유로 "이 표현은 신경에서 고백하는 일치('하나'인 교회를 믿나이다)를 가리키며, 이 '하나'인 교회는 가톨릭교회 안에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왜 공의회는 오해 소지가 있는 '안에 존재한다'(subsistit in)는 표현을 썼을까. 이것이 세번째 물음이다. 이에 대해 신앙교리성은 "공의회 교부들은 그리스도의 교회에 고유한 교회 요소들이 비가톨릭 그리스도교 공동체들 안에도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려는 단순한 의도에서 그렇게 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와 함께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일치교령」도 인용한다. "갈라진 이 교회들과 공동체들이 비록 결함은 있겠지만, 구원의 신비 안에서 결코 무의미하거나 무가치한 것은 아니다. 그리스도의 성령께서 그 교회들과 공동체들을 구원의 수단으로 사용하시기를 거절하지 않으시고, 그 수단의 힘이 가톨릭교회에 맡겨진 충만한 은총과 진리 자체에서 나오기 때문이다."(3항)
 네 번째 질문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동방교회들, 곧 정교회 등에 대해 '교회들'이란 용어를 쓴 이유에 관한 것이다. 이에 대해 신앙교리성은 정교회 등 동방교회들이 갈라져 있지만 무엇보다도 사도 계승의 힘으로 사제직과 성찬례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힌다. 그러나 베드로의 후계자인 교황을 수장으로 삼는 수위권 교리를 인정하지 않기에 이들 교회들은 결함을 안고 있다.
 마지막 질문은 곧 개신교 공동체들에 대해서는 왜 '교회'라는 명칭을 쓰지 않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한 답은 분명하다. 성품성사에서 사도 계승을 보존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교회'라는 명칭을 쓰지 않고 '교회 공동체'라는 명칭을 쓴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 교회 공동체들도 그들 안에 실제로 있는 성화와 진리의 다양한 요소들 덕분에 의심할 여지 없이 교회적 특성에 따라서 구원의 의미를 지닌다는 사실"을 신앙교리성은 다시금 밝힌다.

각계반응
 신앙교리성의 이 문서들이 발표되자 특히 개신교계에서는 "경악한다"는 반응과 함께 교회 일치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세계개혁교회연맹(WARC) 사무총장 세트리 니오미 목사는 10일 교황청 일치평의회 의장 발터 카스퍼 추기경에게 보낸 공개 편지에서 "로마 가톨릭교회를 예수 그리스도의 유일한 교회와 동일시하는 배타적 주장은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 되도록 부름받은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정신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카스퍼 추기경은 이튿날 성명을 통해 처음에는 화가 났겠지만 자세히 읽어보면 이 문서가 새로운 것은 전혀 없으며 가톨릭교회 가르침을 종합한 것도 아니라는 점을 알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교회 일치를 거스른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이 문서가 오히려 교회 일치를 위한 대화를 장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정교회의 일치 대화 사무국장인 키릴 대주교는 신앙교리성의 이 문서가 "정직한 문서"라면서 "이른바 '교회 외교'보다 훨씬 낫다"고 밝혔다.
 스위스 주교회의 의장 쿠르트 코흐 주교는 이 문서는 엄격하게 신학적 방식으로 읽어야 한다면서 가톨릭교회가 사도 계승과 성찬례가 그리스도께서 세우신 교회의 본질적 측면이라고 믿는다면, 이를 지니지 못한 교회 공동체들(프로테스탄트 공동체들)을 교회로 인정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흐 주교는 또 신앙교리성의 이 문서와 그에 대한 반응들은 가톨릭과 정교회의 교회일치 목표와 프로테스탄트의 교회일치 목표가 확연히 다르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면서 가톨릭과 정교회는 가시적인 완전한 일치를 바라지만, 프로테스탄트 공동체들은 교회들의 다양성에 대한 상호 인정을 위해 활동한다고 차이를 설명했다.

이창훈 기자 changhl@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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