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 떨쳐내니 자유, 행복의 향기 '솔솔'
▲예수살이를 실천하며 살고 있는 산위의 마을 가족들. 가운데 앉아있는 이가 박기호 신부다.
▲산위의 마을에 살고 있는 자매들이 산더덕을 다듬으며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다.
▲종치는 아이.
▲산위의 마을
21세기를 사는 지금, 옛 사도들이 이룬 초대 교회의 공동체 생활이 가능할까. 대답은 '그렇다'다. 예수살이 공동체 '산위의 마을'이 그렇다. 하루 일과를 미사로 시작해 기도로 끝내며 모든 재산과 생활을 공유하며 사는 이들. 이 시대의 예수살이 현장을 찾아갔다.
------------------
"오늘은 오리가 알을 4개밖에 안 낳았어. 좀 더 낳아야할텐데 말이야."
밀짚모자를 눌러쓰고 땀에 젖은 수건을 목에 걸친 강해성(토마스 데 아퀴노, 58)씨가 오리 우리에서 갓 꺼낸 알을 품에 안고 식당으로 들어섰다.
"요샌 닭들도 알을 낳는 게 예전만 못한 것 같아."
"사료값은 해야 하는데…. 우리가 얼마나 잘 먹여줘. 호호호~"
점심상에 올릴 산더덕을 다듬으며 한껏 수다를 풀어내던 자매들이 강씨 말에 한 마디씩 거들며 이내 웃음꽃을 피운다.
"식사하세요~! 식사하세요~!"
낮 12시가 되자 마을 귀염둥이 강선(베네딕토, 5)이가 냅다 식당으로 뛰어들어오더니 창문을 열고 마을을 향해 힘껏 외친다.
'무소유, 정직한 농업, 사랑과 배려의 공동생활로 참된 행복을 추구하는 가톨릭 신앙인 공동체'라 이름 붙여진 예수살이 공동체 '산위의 마을' 사람들의 한낮 풍경이다.
하나둘씩 식당으로 모여든 사람들에게서 밭일을 하고 온 터라 흙내음이 물씬 풍긴다. 저마다 산기운을 가득 담은 건강함이 넘쳐난다.
"경치 좋죠? 여기서 살고 싶지 않아요? 우리 기자분들도 다 정리하고 가족들과 함께 내려와요. 허허허."
소탈한 웃음을 지으며 말을 건네는 박기호(서울대교구) 신부가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풍경에 감탄하던 기자에게 말을 건냈다.
예수살이 공동체 창립자인 박 신부는 2004년 충청북도 단양군 가곡면 보발리 용봉산에 1만1000여평 터를 잡고 '산위의 마을'을 차렸다.
소유로부터 자유를 누리고, 함께한다는 것에서 즐거움을 찾고, 너를 위해 나를 기꺼이 내놓는다는 예수살이 공동체 정신을 몸소 실천하며 살기 위해서다.
"소유욕을 부추기는 소비문화가 인간의 삶을 지배하고 있어요. 대부분 사람들은 자기 생각대로 행동하지 못하고 주체적으로 살지 못하죠. 그래서 이 마을을 세웠습니다. 여기서는 복음에 충실하며 다른 생각을 하지않고 자연 그대로, 자기 생각 그대로 살면 됩니다. 모든 것을 비우고 서로 나누며 함께 사는 것이지요."
박 신부가 설명하는 산위의 마을은 복음에서 설명하는 초대 교회 공동체 생활이다.
'신자들의 공동체는 한마음 한뜻 되어, 아무도 자기 소유를 자기 것이라 하지 않고 모든 것을 공동으로 소유하였다. …. 그들 가운데에는 궁핍한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땅이나 집을 소유한 사람은 그것을 팔아 받은 돈을 가져다가 사도들의 발 앞에 놓고, 저마다 필요한 만큼 나누어 받곤 하였다'(사도 4, 32-35).
이 정신을 따라 마을에서 살고 있는 이들은 모두 4가족(16명). 자식들 출가시키고 온 부부부터 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가족까지 다양하다. 사실 초기에는 8가족이 함께했지만 4가족이 떠났다. 도시 생활에 젖은 이들이 산 속에서 농사를 지으며 사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기 때문이다.
"농사일이란게 호락호락하지 않거든요. 또 아파트에서 편하게 살던 이들이 재래식 화장실 사용에서부터 얼마나 불편했겠어요. 또 개인주의에 익숙한 이들에게 공동체 생활이 여간 어색한 게 아니거든요."
박 신부는 불편한 것을 즐기고 공동체를 먼저 생각하며 사는 삶을 강조했다. 박 신부는 이어 "사실 완전한 마을을 이루려면 이 안에서 아이들 교육도 함께 이뤄져야 하는데 사람들이 적어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며 좀더 많은 이들이 이 공동체에 관심을 가져주길 바라는 마음을 드러냈다.
마을 생활은 새벽미사, 오전 노동, 점심식사, 오후 노동, 저녁식사, 저녁기도와 나눔이 전부다. 군더더기 없이 소박하고 단순한 삶 그 자체다. 물론 사람 사는 곳이기에 의견 차이도 있고 충돌도 일어난다. 하지만 모두 용서와 배려가 몸에 배 있다. 아니, 밸 수밖에 없다. 한솥밥을 먹고 함께 기도하며 살기 때문이다.
이날 점심에 차려진 반찬은 산더덕과 상추잎, 치커리 등 각종 야채들. 그리고 곁들여진 생선 한토막과 고추장, 열무김치였다. 농약 한번 치지 않고 직접 재배한 것들이라 말그대로 자연이 살아있는 밥상이다.
식탁에서 오가는 대화도 영락없는 산(山)사람들만의 이야기. 산비탈에 땅콩을 심어볼까, 가물어서 물을 더 길어와야 하는데, 나무도 베어내고, 산 너머 밭에 거름도 좀 줘야할 것 같고….
컴퓨터 앞에 꼬박 앉아 자판을 두드리다, 화학조미료가 잔뜩 들어간 식사를 하고, 업무에 시달리다 집에서는 텔레비전과 인터넷에 매달리곤하는 우리네 일상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다.
글=박수정 기자 catherine@pbc.co.kr 사진=백영민 기자 heelen@pbc.co.kr
▨예수살이 공동체
예수살이 공동체는 1997년 박기호 신부를 중심으로 사제들과 수도자들이 소비사회 젊은이들에게 '복음주의 공동체 영성'을 교육하는 것에서 시작했다.
예수살이 공동체 영성은 예수의 인간성을 본받아 복음의 가르침을 따르며 지상에서 천국처럼 사는 것을 이상으로 한다. 일종의 대안사회운동으로 '소유로부터 자유, 이웃과 함께하는 기쁨, 평화를 위한 투신'의 정신으로 생활한다.
현재도 교육을 실시하며 예수살이 운동을 전파하고 있다. 문의 : 02-3144-2144, www.jsari.com
▨입촌하려면
가톨릭 신자로 농사를 지으며 함께 살 수 있는 건강한 가족이면 누구나 입촌 가능하다.
하지만 아무 때고 들어가 살 수는 없다. 매달 한 번씩 마을에서 함께 지내며 준비모임을 갖고 체험을 해야한다. 이후 1~3개월 정도 직접 마을에 살면서 공동체 생활을 탐색하는 기간을 갖는다. 그런 뒤 입촌을 결심하고 공동체 승낙을 얻으면 함께 살 수 있다. 문의 : 043-421-2144
'[가톨릭과 교리] > 가톨릭 소식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림동본당 소년 레지오 '자비의 모후' Pr 2000차 주회 (0) | 2007.05.27 |
---|---|
양떼를 찾아 험난한 밀림속으로… (0) | 2007.05.13 |
철창 안에서 피어난 사랑 (0) | 2007.05.13 |
대구대교구 최영수 대주교 착좌·조환길 주교 서품 이모저모 (0) | 2007.05.06 |
교황, 성소주일 사제서품식 주례 (0) | 2007.05.06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