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수 이 베드로씨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성금
"자매님 사연에 왜 그리 눈물이 나던지…. 저는 철창 안 무기수라 이 우표로밖에 도울 길이 없습니다."
대전교도소에 수감 중인 무기수 이○○(베드로)씨가 본보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에 실린 이옥순(율리안나, 4월 8일자 29면)씨를 돕는 데 써달라며 기념우표 20여만원어치를 본사 오지영 사장신부 앞으로 보내왔다.
베드로씨는 4쪽 분량 편지에서 "기사를 읽고 눈물을 닦다 교도소에서 5년 반 동안 1000장 넘게 수집한 우표가 생각났다"며 우표를 돈으로 바꿔 끼니를 거르는 이씨에게 전해 달라고 부탁했다.
중풍으로 쓰러진 후 아들과 단 둘이 사는 이옥순씨는 생활고까지 겹쳐 끼니를 거를 정도로 어려운 형편이다. "아들하고 라면 하나를 물에 불려 몇날며칠을 먹었다. 추운 것과 아픈 것은 참겠는데 배고픈 건 도저히 못 참겠다"는 이씨 절규가 철창 안 무기수의 가슴에까지 메아리친 것이다.
기념우표는 난초ㆍ명산ㆍ전통생활문화 시리즈를 비롯해 한ㆍ인도수교 30주년기념, FIFA 창설 100주년 기념 등 120여종에 달한다. 1982년 소인이 찍힌 북한우표와 태국우표도 눈에 띈다.
"돈을 보내주는(영치금을 넣어주는) 사람도 없는 가운데 돈이 생길 때마다 한 세트씩 구입하고, 가끔 동료한테서 얻은 것을 모았습니다. 액수로 치면 보잘 것 없죠. 그러나 교도소(재활작업장)에서 한달 일해 받는 돈이 평균 2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1년을 꼬박 모아야 하는 액수입니다."
그는 영어(囹圄)의 몸으로 6년 가까이 수집한 우표를 전부 내놓는데 대한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다.
"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많이 고민했습니다. 오늘 오전에 주1회 하는 목욕을 한 뒤 몸무게를 쟀는데 그새 3㎏이 빠졌습니다. 세상에! 그 잘난 우표 때문에 살이 빠진 겁니다. 저 자신에게 화가 났습니다. '하느님이 사람답게 살라고 기회를 주셨는데 그 기회를 차버리고 있구나'하고 반성했습니다."
그는 이씨에게 격려의 말도 덧붙였다.
"죽어 마땅한 저 같은 죄인도 살려주신 하느님이 하물며 사흘을 굶고도 나쁜
짓 하지 않는 자매님을 버리시겠습니까? 하느님이 좋은 사람들을 보내 주실거예요. 저는 잊으셔도 됩니다. 하지만 이것만은 기억해 주십시오. 자매님과 아드님 행복을 위해 멀리서 누군가가 기도하고 있다는 것을…."
그는 "6년 전 재판 때 검찰에서 구형한 사형이 무기형으로 낮춰 확정되기까지 나를 지켜준 성물을 함께 보낸다"며 성화상본 1장, 스카풀라 1개, 묵주 2개를 소포에 동봉했다. 김원철 기자wckim@pbc.co.kr
**[사랑의 우표 경매합니다]**
베드로씨가 보내온 '사랑의 우표'를 독자 여려분에게 경매합니다. 시작 경매가는 30만원(액면가 23만원)입니다. 이달 31일까지 가장 높은 금액을 제시한 독자에게 판매하고, 판매대금은 이옥순씨에게 전액 전달하겠습니다. 우표수집에 관심있는 분들의 많은 참여를 바랍니다. 경매 신청: 02-2270-2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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