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하늘가 훈훈한 바람이
버선발로 마중나오시더이다.
스포츠조선 마니산(강화도)=남정석 기자
입력시간 : 2007.02.15 14:43
▲ 백산찾사들이 마니산 정상으로 가기 위해 암릉을 오르고 있다.
속이는 것이 하나의 '재미'로 간주되고 내면보다는 번지르한 겉모습이 먼저 강조되는 요즘, 사람이나 사물의 진면목(眞面目)을 알아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번달 마니산 산행은 산의 높이(469m)도 그려러니와 수년전 비교적 쉽게 오르내렸던 경험 때문에 다른 때에 비해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지 않았던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한민족의 기원 설화가 담겨있는 마니산은 영산답게 산행의 진면목을 충분히 느끼게 해준 동시에 역시 산은 높이가 아니라 깊이로 가야 한다는 진리를 '백산찾사'(100대 명산을 찾는 사람들)의 가슴에 다시 한번 아로새기게 해줬다.
해발 0부터 출발한 산행길…산과 바다의 아름다운 조화에 감탄
'정상오르는 1.8km암벽' '섣부른 도전에 자연은 조용히 꾸짖고
입춘을 지난 지난 주말, 강화도까지 올라온 봄의 전령사는 다름아닌 훈풍이었다.
한 달전과 비교해 백산찾사의 옷차림은 한결 가벼워진 모습. 조선시대 승려 기화(己和)가 수도했다는 '함허동천'을 마니산 산행 들머리로 잡았다. 여름에는 빨래판 같은 너럭바위 위로 요란한 물소리에 귀가 얼얼하다지만 올 겨울 유난히 가뭄이 심해서인지 계곡수는 온데간데 없고 '구름 한점 없이 맑은 하늘에 잠겨있는 곳'이라는 뜻처럼 고즈넉한 분위기에 구름 없이 맑은 하늘이 백산찾사를 반긴다.
정수사로 이르는 능선에 오르기까지는 여느 산과 큰 다름이 없는 오르막 코스. 우리나라의 섬에 위치한 산은 한라산을 제외하곤 대체적으로 높이가 낮은데다, 산행을 하면서 바다까지 감상할 수 있어 최고의 등산지로 손꼽힌다. 하지만 대부분 해발 0m부터 출발해야 하기 때문에 그 난이도는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 잠시 정수사를 들른 후 다시 능선을 따라 정상으로 향했다. 한 눈에 참성단이 들어온다. 남은 거리 역시 1.8㎞. 하지만 진정한 마니산 산행은 이 때부터였다. 초입에 있는 암릉을 넘어 높은 곳에 오르자 정상까지 이어진 돌무더기가 한 눈에 들어온다. 툭 튀어나온 곳을 잡고 다리를 한껏 벌려 바위를 타지만 "휴~"라는 한숨 소리가 날만큼 쉽지 않다.
하지만 설악산 공룡능선처럼 사람을 위압할만큼의 암릉은 아니다. 인절미나 절편을 쌓아놓은듯 반듯반듯하다가도 때론 지그재그로 널려져 있는 바위는 자연과의 일체, 그 자체였다.
잠시 숨을 돌린 후 왔던 길을 돌아보자 "와~"라는 탄성이 절로 튀어나왔다. 일몰이 아름답기로 소문난 동막해수욕장과 갯벌, 염전, 그리고 영종도 등 서해 바다 앞에 점점이 박혀 있는 섬들이 360도 파노라마처럼 사방에 펼쳐진다.
힘겹게 바위를 탄 후 주어지는 선물이라지만 너무 푸짐하다. 정상을 지나 하산길인 단군로로 가는 능선길은 마치 바다 위를 걷는듯한 착각에 빠질만큼 매혹적이었다. 마니산의 숨겨진 매력을 발견했듯 앞으로의 100대 명산 찾기에서 또 어떠한 '진면목'을 찾아낼 수 있을까.
☞ 마니산은?
백두산과 한라산의 중간 지점에 위치한 해발고도 469m의 산. 산정에는 단군 왕검이 하늘에 제사를 지내기 위해 마련했다는 참성단이 있다. 등산과 함께 바다를 바라볼 수 있으며 산의 높이는 낮지만 주능선이 바위로 돼있어 등산의 묘미도 만끽할 수 있다. 산 넘어 떠오르는 일출뿐 아니라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몰을 감상할 수 있다. 1977년 3월 산 일대가 국민관광지로 지정됐다.
○…"세르파는 포터가 아닙니다."
네팔인 최초로 히말라야 8000m급 14좌 가운데 10좌를 등정하고 오는 3월 산악인 박영석 대장과 함께 에베레스트 남서벽 원정에 도전하는 유명 산악인 세랍장부 세르파(38ㆍ사진)가 지난달 덕유산 산행에 이어 마니산 산행에도 동참했다. 자신의 원정 경험과 세르파 족에 대해 설명한 세랍장부가 가장 강조한 점은 세르파의 진면목을 발견해 달라는 것.
세르파는 티벳에서 히말라야 산맥을 넘어 네팔로 600년전쯤에 이주한 종족으로, 평균 3000~4000m의 극한 고도에서 태어나 생활하기 때문에 일반인들에 비해 고산 산행에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세르파가 종족명인 동시에 성(性)이기도 하기 때문에 현재 네팔에 거주하는 4만명 정도의 세르파 종족민은 모두 같은 성을 쓰고 있다.
세랍장부는 "현재 세르파들은 고산 산행에 도전하는 전세계 산악인들에게 최고의 조력자인 동시에 자체로도 훌륭한 산악인으로 활동하고 있다"며 "단순히 짐을 들고 베이스캠프까지 오르는 포터들과는 다른 사람들이란 점을 꼭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텐징 노르게이가 지난 1953년 영국의 힐러리경과 함께 에베레스트에 처음 오름으로써 세계인들에게 세르파의 존재를 알렸다면 나는 세르파 최초로 14좌를 완등함으로써 세르파에 대한 편견을 깨고, 자랑스런 산악 민족임을 널리 알리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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