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마음의 정원]/마음가는대로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 도종환

by 세포네 2007. 1. 25.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도종환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저녁 숲에 내리는
        황금빛 노을이기보다는
        구름 사이에 뜬 별이었음 좋겠어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버드나무 실가지 가볍게 딛으며 오르는
        만월이기보다는
        동짓달 스무날 빈 논길을 쓰다듬는
        달빛이었음 싶어

        꽃분에 가꾼 국화의 우아함보다는
        해가 뜨고 지는 일에
        고개를 끄덕일 줄 아는
        구절초였음 해

        내 사랑하는 당신이 꽃이라면
        꽃 피우는 일이 곧 살아가는 일인
        콩꽃 팥꽃이었음 좋겠어

        이 세상의 어느 한 계절
        화사히 피었다 시들면
        자취 없는 사랑말고
        저무는 들녘일수록
        더욱 은은히 아름다운
        억새풀처럼 늙어 갈 순 없을까

        바람 많은 가을 강가에
        서로 어깨를 기댄 채
        우리 서로 물이 되어 흐른다면
        바위를 깎거나 갯벌 허무는
        밀물 썰물보다는
        물오리떼 쉬어가는
        저녁 강물이었음 좋겠어

        이렇게 손을 잡고
        한세상을 흐르는 동안
        갈대가 하늘로 크고 먼 바다에 이르는
        강물이었음 좋겠어



        x-text/html; charset=iso-8859-1" EnableContextMenu="0" autostart="1" loop="1" volume="0">.
        Giovanni Marradi/Eternally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