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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와 영성]/성미술이야기

성화를 통해 본 성 니콜라오

by 세포네 2006. 12. 17.

한 평생 나눔과 선행 모범 보인

 

<=  (사진설명)
▲작가 미상, 성 니콜라오 주교 이콘, 13세기 작, 러시아 산페트르부르크 국립미술관.

▲로렌조 로토, 영광 속의 성 니콜라오 주교, 1529, 베네치아 까르미니 성모 마리아 성당.

▲젠틸레 다 파브리아노, 가난한 아버지에게 세 딸의 지참금을 주는 성 니콜라오 주교, 1425, 피렌체 산 니콜로 성당.

▲얀 스텐, 성 니콜라오 축제, 17세기,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

 

 

 

 거리 곳곳에서 캐럴이 울려퍼지는 이맘때쯤이면 모두들 산타클로스에게 받을 성탄 선물을 기대한다.

 '산타클로스'(Santa Claus)는 3세기말 소아시아(지금의 터키) 미라의 성 니콜라오(270?~341년) 주교 이름에서 유래한다. 라틴어 '상투스 니콜라우스'(Sanctus Nicolaus)를 네덜란드 사람들은 '산테 클라스'라 불렀다. 이 발음이 미국식으로 변해 오늘날의 '산타클로스'가 됐다.

 산타클로스로 더 친근한 성 니콜라오 주교는 남몰래 선행을 베푼 인물로 유명하다. 교회는 전통적으로 성 니콜라오 축일인 12월6일이 되면 가난한 이웃에게 자선을 베풀어왔다.

 아울러 한국 천주교회는 대림 제3주일을 '자선주일'로 정하고 특별히 가난한 사람, 병든 사람, 소외된 사람들이 그리스도 사랑을 느끼며 그리스도 평화 안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기도하고, 특별헌금을 통해 자선을 실천하도록 일깨워왔다.

 자선주일과 구세주 예수의 탄생을 고대하는 대림절을 맞아 평생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자선을 베풀며 살았던 성 니콜라오 주교의 삶을 성화를 통해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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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회는 "자선은 구체적 사랑의 표현이며, 성체성사의 나눔 신비를 실천하고 그리스도와 일치하는 체험을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신앙행위"라고 가르친다. 따라서 교회는 사랑의 구체적 실천을 통해 신자들이 아기 예수님을 기다릴 수 있도록 준비시킨다.

 성 니콜라오 주교는 가난한 이들에게 베푸는 자선을 통해 하느님 사랑과 형제애를 실천한 인물로, 교회 안팎에서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그래서 어린이와 러시아인과 항해사, 어부, 부두 노동자, 여행자, 누명 쓴 죄수, 양조업자, 시인, 구두닦이 등 다양한 계층 사람들이 그를 주보 성인으로 모시고 있다.

 성인은 우리에게 친숙한 빨간 옷의 산타클로스 이미지와는 사뭇 다르다. 러시아 산페트로부르그 국립미술관에 소장돼 있는, 13세기 중엽에 그려진 성 니콜라오 주교 이콘은 성인의 모습을 잘 나타낸다. 앞 이마가 벗겨졌고, 넓은 광대뼈에 뺨이 깊이 패어 있고, 입술은 굳게 다문 표정이다. 이는 전형적 비잔틴 초상 양식으로, 믿음에 대한 굳건한 '용기'와 박해를 이겨내고도 남을 '강인함'을 드러낸다.

 또 성인은 동방교회 제의인 '펠론'을 입고 주교의 예표인 '오모포리온'(서방교회에서는 '팔리움'이라 함)을 양 어깨에 걸치고 있다. 그리고 왼손엔 복음서를 들고, 오른손 검지와 중지 두 손가락을 세워 그리스도의 대리자인 주교로서 축복하는 모습을 취하고 있다.

 서방교회에서 표현한 성인 모습은 또 다르다. 말년에 수도자가 된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 화가 로렌조 로토(Lorenzo Lotto, 1480~1556년)의 '영광 속의 성 니콜라오 주교' 작품이다. 로토가 1529년 베네치아 까르미니 성모 마리아 성당에 그린 이 작품은 인물의 성격을 날카롭게 포착해 묘사하고 치밀한 구도와 강렬한 색채로 강한 신비주의적 분위기를 표현한다.

 '예수 그리스도의 영광스러운 변모'(마르 9,2-10)를 연상시키듯 성 니콜라오 주교는 구름 위에 앉아있다. 그의 발 아래에는 가죽 옷을 걸치고 있는 세례자 요한과 한 여인이 있다. 여인의 발치에 두 눈동자가 담긴 그릇이 있는 것으로 보아 이 여인이 성녀 루치아임을 알 수 있다.

 성인품에 오른 니콜라오 주교는 천사들의 호위를 받고 있다. 두 천사는 성인에게 영적 목자의 상징인 주교관과 목장을 건네고 있다. 또 한 천사는 오른손에 금 주머니 세개를 담은 접시를 들고 있다. 이 금 주머니는 성인이 사창가로 팔려갈 세 처녀를 구해내 결혼 지참금으로 몰래 준 것이다. 성 니콜라오 주교는 동방의 이콘과 마찬가지로 두 손으로 세상을 축복하고 있다.

 성인에 관한 전설은 많다. 15세기 초 중부 이탈리아 대표적 화가 젠틸레 다 파브리아노(1370~1427년)가 피렌체 울트라르노 산 니콜로 성당에 그린 프레스코화 '가난한 아버지에게 세 딸의 지참금을 주는 성 니콜라오 주교' 작품에는 그의 선행이 잘 드러난다.

 세 딸을 둔 아버지가 있었다. 하지만 너무 가난해 딸들을 시집보낼 수 없게 되자 사창가로 팔아버릴 결심을 했다. 우연히 이 소식을 들은 성인이 몰래 창문으로 세자루의 황금을 던져놓고 사라졌다. 이 돈으로 세 딸은 사창가로 팔려갈 위기를 모면했다.

 12세기 초부터 프랑스와 벨기에 플랑드르 지방에서는 수도자들이 성 니콜라오 주교 축일 전날인 12월5일 가난한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주는 풍습이 생겼다. 그래서 지금도 유럽에서는 12월6일이 되면 '니콜라스마스'라 해서 크리스마스처럼 성대하진 않아도 학교와 가정에서 초콜릿과 감귤같은 선물을 나눈다.

 17세기 중반 네덜란드 풍속화가 얀 스텐(Jan Havickszoon Steen, 1626~1679년)이 그린 유화 '성 니콜라오 축제' 작품은 당시 유럽 사회에 성행했던 '니콜라스마스'의 풍경을 잘 보여준다.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이 작품은 성 니콜라오 주교 축일을 축하하는 가족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그림 왼편 앞쪽에는 성 니콜라스 축일 이브를 준비하는 빵과 과자가 놓여있다. 빵과 과자는 축일에 아이들에게 줄 첫번째 선물이다.

 울고 있는 아이 뒤쪽에 있는 소년이 왼손에 든 자신의 구두를 어른 앞에 내밀고 있다. 지금도 신발과 양말은 산타클로스가 몰래 선물을 놓고가는 용기로 인식되고 있다. 또 회초리를 쥔 한 꼬마가 엄마에게 울고 있는 아이를 향해 손짓을 하며 익살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당시에는 말썽을 피우는 개구장이에겐 선물이 아닌 회초리를 주었다고 한다. 지금도 독일 지방에서는 이 풍습이 그대로 전해지고 있다. 그리고 그 뒤편에 어린 아기를 안고 있는 소년이 굴뚝을 가리키며 무언가를 설명하고 있다. 당시 사람들도 성 니콜라오 주교가 몰래 굴뚝을 타고 와서 선물을 주고 간다고 생각했다. 또 그림 앞 오른편 탁자 위엔 아이들에게 줄 선물로 과일과 돈이 놓여있다. 가난한 세 처녀를 구한 성 니콜라오 주교의 전설을 그대로 보여주는 모습이다.  

리길재 기자 평화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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