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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과 교리]/가톨릭교리

[위령성월 특집] 임종에서 장례까지...간추린 가톨릭 상장예식

by 세포네 2006. 11. 19.

장례, 영원한 생명에 대한 희망 표현

 

 

◀ 교회는 장례를 통해 그리스도의 파스카 신비를 드러내며 영원한 생명에 대한 희망을 강조한다. 사진은 연령회원들이 정성껏 고인의 시신을 염습하는 장면. 

◀ 신자는 빈소에 도착하면 먼저 성수를 뿌린 뒤 분향하고 조의를 표한다. 사진은 돌아가신 영혼을 기억하며 매달 연도를 바치는 서울 대치동본당 신자들이 차례로 분향하는 모습.

 
 
 

 연령회 봉사활동을 많이 한 사람조차도 막상 자신이 상(喪)을 당하면 당황한다. 슬픔 속에서 준비없이 장례를 치러야 하는 이유도 있겠지만 절차가 실제 복잡하고 까다롭기 때문이다.

 임종에서부터 장례까지 준비절차와 유족들이 이 과정에서 흔히 소홀히하는 사항을 「가톨릭 상장예식」에 근거해 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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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종과 운명

 임종이 가까워오면 깨끗한 옷으로 갈아 입힌 뒤 임종 장소로 옮긴다. 평소 사용하던 방이나 편안하게 여기던 곳이면 된다.

 죽음을 앞둔 이는 불안 때문에 용기를 잃거나 흔들리기 쉽다. 따라서 가족과 신자 공동체는 임종자가 하느님 안에서 새로운 삶으로 옮겨가는 것이라는 확신을 갖도록 기도와 사랑의 표현을 해줘야 한다. 임종자가 충분히 죽음을 준비할 수 있을 때는 임종예식(상장예식 제1장)을 거행한다.

 특히 가족은 임종자와 화해 시간을 갖는 게 좋다. 얼마 남지 않은 짧은 시간을 마냥 울면서 보내기 보다는 용서를 청하거나 감사해야 할 일들을 고백하면 임종자가 기쁜 마음으로 눈을 감을 수 있다. 가족이 경황이 없어 그 생각을 못하면 주위 사람들이 화해 시간을 갖도록 권유해야 한다.

 임종자가 숨을 거두면 너무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 김종호(사도요한) 서울대교구 연령회연합회장은 "심지어 시신 체온이 식지 않았는데도 영안실로 옮겨가는 경우가 있다"며 "고인을 위해 기도하면서 시신을 2~3시간 정도 임종 장소에 모셔두는 게 적당하다"고 말했다.

 ▨ 장의용품과 묘지

 장례를 치르려면 수의와 관 외에 이런저런 소모품이 많이 필요하다. 유족들은 경황이 없어 일반적으로 장례식장에서 권하는 용품을 일괄 구입해 쓰기 마련인데 간혹 일부 중소규모 장례식장에서 터무니 없는 가격을 요구해 문제가 되고 있다. 고급 수의나 관이 효심의 척도가 될 수는 없다. "마지막 효도" 운운하며 고가품을 권하는 장례식장의 상술을 경계해야 한다.

 장지 확보는 본당 연령회원들 도움을 받는 게 편리하다. 소속 본당 공동묘지가 없을 경우 연령회원들에게 부탁하면 타 본당 또는 교구 공동묘지나 봉안당(납골당)을 운영하는 본당을 쉽게 물색해 준다. 서울대교구 용인 천주교 묘지는 만장됐으며 현재 공사 중인 납골묘는 내년부터 이용이 가능하다.

 ▨ 위령기도

 신자는 빈소에 도착하면 먼저 성수를 뿌린 뒤 분향하며 조의를 표한다.

 연도는 죽은 영혼을 위해 바치는 노래기도인데 소리가 지나치게 크거나 빠르면 '노래'가 된다. 연도는 기도하는 마음으로 바쳐야 한다. 문상객이 한꺼번에 몰려 들어 빈소가 혼잡하면 잠시 기다렸다가 바친다. 일반 병원이나 장례식장 빈소는 비좁기 때문에 연도를 바치러 온 사람이 많으면 나눠서 하는 게 좋다.

 연도 호칭기도 뒤에 '일반 문상객의 기도' '자녀의 기도' '친구의 기도'가 있는데 대부분 상주를 불러 '자녀의 기도'를 바치게 한다. 하지만 연도 바치는 사람들이 고인과 비슷한 연배라면 '친구의 기도'나 '일반 문상객의 기도'를 바쳐도 좋을 듯하다.

 ▨ 염습과 입관

 염습(殮襲)은 시신을 깨끗이 씻긴 다음 수의를 입히는 것을 말한다. 염습 봉사자는 예식에 들어가기 전에 준비물을 제대로 갖췄는지 확인한다. 시신을 씻기거나 수의를 입힐 때 시신 알몸이 드러나지 않도록 주의한다.

 가족은 염습과 입관, 그리고 하관예절(또는 화장) 때 슬픔이 최고조에 달한다. 슬픔에 북받친 통곡은 자연스런 감정표현이기는 하나 봉사자들을 방해할 정도의 지나친 통곡을 자제해야 한다.

 입관예식이 끝나면 가족은 촛불을 끄고 시신에 성수를 뿌린다. 상주와 유족은 상복으로 갈아 입는다. 그리고 고인 영정에 검은 리본을 두른 뒤 상주가 분향 재배하고 연도를 바친다.

 ▨ 장례와 화장

 장례미사 때 세례를 받은 가족은 모두 영성체를 하는 것이 마땅하다. 하느님과 고인, 그리고 가족이 성체성사 안에서 일치할 수 있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앙생활을 소홀히 해서 성체를 모시지 못하는 가족을 흔히 보게 된다. 따라서 연령회원들은 장례절차 논의 단계에서 2~3일 장례기간을 이용해 고해성사를 볼 것을 가족에게 적극 권유해야 한다.

 화장장은 공동 이용시설인 관계로 소란스럽다. 경기도 벽제 서울 승화원의 경우 공간이 좁아 관이 화로에 들어갈 즈음이면 가족들의 통곡과 연도소리뿐 아니라 불경과 찬송가 소리가 뒤섞여 정신이 없을 정도다.

 유골이 화로에서 나오는 시간은 약 1시간30분. 시간이 충분하기 때문에 옆 상가의 종교예식이 끝나길 기다렸다가 차분한 분위기에서 연도를 바치는 것도 지혜다.

 ▨ 우제(虞祭)

 우리나라에서는 전통적으로 시신을 묻고 돌아온 다음 영혼을 달래어 안정시키려고 초우(初虞, 장례를 치르고 집에 돌아와 갖는 예식)ㆍ재우(再虞, 장례 다음날 예식)ㆍ삼우(三虞, 사흘째 되는 날 묘소에 찾아가 갖는 예식)를 지낸다.

 가톨릭 상장예식에도 우제예식(제5장)이 있지만 이를 모르는 사람이 많다. 재우 때는 가족이 미사에 참례해 고인을 기억하며 그분과 통공을 다진다. 삼우날에는 미사에 참례한 다음 묘소에 가서 예식을 갖는다. 가족이 요청하면 본당 연령회원들도 우제예식에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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