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와 영성]2468 72. 잘못을 회피하고 진리에 눈감은 빌라도 피에트로 로렌체티 우리나라 역사는 물론 세계사에서도 훌륭한 업적을 남긴 왕들도 많았지만, 잘못을 저지르고 역사의 역적이 된 왕들도 있다. 12세기경 영국의 존 왕은 왕위를 물려받기 위해 조카를 살해하고 왕의 자리를 빼앗았다. 좋지 못한 방법으로 왕이 되었기 때문에 국내외에서 많은 반대에 직면했다. 솔직하게 잘못을 시인하고 훌륭한 왕이 되려고 노력했다면 모를 텐데 그는 자신을 비난하는 프랑스와 전쟁을 일으켜 영국 국민에게 큰 피해를 남겼다. 또한 교회와 사이가 좋지 않아 왕위를 내려놓을 위기에 처하자, 교황 앞에서 무릎을 꿇고 사정하여 국왕의 체면을 잃었다. 올바른 길을 제시한 귀족들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척 법률을 제정했다가 곧 법률의 무효를 선언하여 나라를 혼란에 빠뜨렸다. 그는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 2025. 6. 1. 71. 몸과 마음, 영혼까지 치유된 태중 소경 엘 그레코 세계적으로 유명한 지휘자 카라얀(1908-1989)은 21세의 젊은 나이에 모차르트 관현악단을 지휘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 우연히 그날 연주회의 청중 중에는 울름의 시립극장 지배인이 있었는데, 그는 시립극장에서의 오페라 지휘를 카라얀에게 부탁했다. 이 제안은 그의 인생에서 커다란 전환점이 되었다. 카라얀은 최선을 다했고, 그가 세계적 지휘자가 되기까지에는 울름 극장 지배인의 도움과 결단이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그 지배인은 5년 동안 울름에서 지휘자 생활을 잘하던 카라얀을 갑작스럽게 해고했다. 울름에서 안주할까 봐 한 행동이었다. 카라얀은 새 직장을 찾으러 밤잠도 설치고 굶기를 밥 먹듯 했다. 그는 1년 만에 70여 명의 단원과 오케스트라가 있는 독일의 한 극장에 취직할 수 있었다... 2025. 6. 1. 30. 서울 청량리 홍릉 일제에 의해 피살된 명성황후, 2년 만에 국장 치르고 안장 노르베르트 베버, ‘홍릉 능역을 둘러보고 있는 선교사들’, 유리건판, 1911년 2월 25일 청량리 홍릉,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독일 상트 오틸리엔수도원 아카이브 소장 한국 사진 1909년 남자 수도회 최초로 한국 교회 진출 독일 성 베네딕도회 상트 오틸리엔연합회는 제8대 조선대목구장 뮈텔 주교 요청으로 한국의 사범학교와 실업학교 운영을 위해 1909년 남자 수도회 최초로 한국 교회에 진출했다. 당시 한국은 일제에 완전히 침탈됐고, 이듬해 1910년 경술국치로 나라를 잃었다. 정교 분리를 앞세워 신앙 공동체를 유지해온 한국 교회는 안중근(토마스) 의사의 의거로 더 이상 자유로운 선교 활동을 펼칠 수 없게 됐다. 일제 조선총독부는 여러 법령을 통.. 2025. 6. 1. 28. 프랑스 파리 생드니 대성당 순교자 디오니시오 피 위에 세워진 파리 생드니 대성당센강 운하에서 바라본 생드니 대성당. 파리 북쪽의 생드니는 순교자 디오니시오 성인의 무덤이 있는 순례지이자 프랑스 왕들의 묘지가 있는 국가 성지다. 센강과 연결된 운하가 도시 중심부와 생드니 대성당 방향으로 흐른다참수된 후 머리 들고 걸어간 성 디오니시오 저마다 아는 것만 본다는 괴테의 말이 있습니다. 생드니란 이름에 축구팬들은 그곳에 있는 월드컵 경기장 ‘스타드 드 프랑스’를 떠올릴 테고, 역사 마니아는 고딕 양식의 원조 생드니 대성당을 생각할 겁니다. 우리 가톨릭 신자들은 어떨까요? 생드니는 아주 오래된 과거에서 울려오는 신비롭고 경건한 울림이자 기적과 희망의 장소입니다. 생드니의 역사는 참수된 후 자기 머리를 손에 들고 걸어간 성 디오니시오의 성담.. 2025. 6. 1. (29) 알패오의 아들 야고보 사도 교회 전승은 작은 야고보로 불리는 알패오의 아들 야고보가 주님의 형제인 야고보와 같은 인물로 예루살렘 사도 회의를 열어 이방계 그리스도인들에게 할례를 받지 않고 신앙생활을 하는 길을 열어주었다고 한다. 페드로 오렌테 작 ‘작은 야고보 사도의 순교’, 유화, 1639년, 스페인 발렌시아 벨 예술 박물관 신약 성경에는 ‘야고보’라는 이름을 가진 이가 세 명 등장합니다. 이들 중 제베대오의 아들이며 요한의 형인 야고보와 알패오의 아들 야고보는 예수님께서 뽑으신 사도들입니다. 이 둘을 구분하기 위해 제베대오의 아들을 ‘큰(大) 야고보’라 하고, 알패오의 아들을 ‘작은(小) 야고보’라 부릅니다.(마태 10,3; 마르 3,18 ; 루카 6,15 ; 사도 1,13) 나머지 한 명은 예수님과 형제(마르 6,3; 마태 .. 2025. 6. 1. 29. 수원 화성 융·건릉 나라 빼앗기고 외롭게 버려진 정조와 사도세자 장조의 왕릉 노르베르트 베버, ‘화성 건릉 정자각’, 유리건판, 1911년 4월 2일 화성,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독일 상트 오틸리엔수도원 아카이브 소장 한국 사진 정조 때 조선에 가톨릭 신앙 들어와 “과인은 사도세자의 아들이다.” 1776년 3월 10일 25세 나이에 조선 제22대 임금으로 즉위한 정조는 왕위에 오르자마자 내린 첫 교지에서 이렇게 밝혔다. 어린 나이로 아버지의 비참한 죽음을 목격했던 정조가 임금이 되자마자 오랜 세월 응어리진 억울한 아버지의 죽음을 이젠 좌시하지 않겠다는 선포였다. 그는 왕권을 키우기 위해 인재를 양성했고, 문화를 장려해 조선의 르네상스 시대를 꽃피웠다. 가톨릭 신앙이 조선에 들어온 것도 정조 때였다. 한국의 문화와 전통에 .. 2025. 5. 25. 27. 룩셈부르크 주교좌 노트르담 대성당 ‘고통받는 이들의 위로자’ 성모 순례지 룩셈부르크 노트르담 대성당 룩셈부르크 대공국의 수도 룩셈부르크. 룩셈부르크 대공국은 단일 대교구이며, 오랫동안 트리어대교구의 관할 아래 있다가 1870년 교구로, 1988년 대교구로 승격됐고, 2019년 룩셈부르크 교회 역사상 최초로 추기경을 배출했다. 출처=shutterstock 오늘 소개할 곳은 수도와 나라 이름이 같은 룩셈부르크의 순례지입니다. 룩셈부르크는 963년 지크프리트 백작이 루실린부르후크(Lucilinburhuc) 요새를 건설하면서 역사의 무대에 등장합니다. ‘작은 성’이란 뜻의 이름처럼 우리나라 서울과 주변 도시를 합친 크기의 작은 나라로, 수도만 둘러봐도 이 나라 정수를 어느 정도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현재 68만 명 조금 넘는 인구의 약 47.. 2025. 5. 25. (28) 마태오·토마스 사도 죄인이지만 부르심 받은 마태오와 불신의 아이콘 토마스 복음서는 마태오 사도를 ‘레위’라고도 하고, 토마스 사도를 헬라어로 ‘디디모스’ 곧 ‘쌍둥이’라고 부른다. 루벤스 작 ‘ 성 마태오와 토마스 사도’, 1611년, 마드리드 프라도미술관 마태오 사도 마태오 사도는 세리 출신으로 마태오 복음서 저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마태오는 우리말로 ‘하느님의 선물’이라는 뜻입니다. 마태오 사도는 열두 사도 명단에서 7번째(마르 3,18; 루카 6,15) 혹은 8번째(마태 10,3; 사도 1,13)로 거명됩니다. 그런데 마르코와 루카 복음서는 마태오를 열두 사도 명단에 이름을 올리면서도 예수님께서 제자로 부르신 세리의 이름을 ‘레위’(마르 2,14; 루카 5,27)로 적어놓았습니다. 마태오 복음서에서는 당연히 세리 마태.. 2025. 5. 25. 70. 성령을 돈으로 사려고 했던 마술사 시몬 1980년대 중반 이스라엘의 마술사 유리 겔라는 우리나라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그는 방송에서 염력이나 텔레파시를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TV 앞에 아이들이 삼삼오오 앉아 숟가락을 들고 함께 구부리려 그의 말에 집중하는 장면은 지금도 생생하다. 유리 겔라는 숟가락을 구부리는 것뿐 만 아니라, 고장 난 시계 고치거나 손가락으로 사람을 들어올리는 등의 시연도 선보였다. 외국에서 마술사라는 말에는 ‘아티스트’란 의미가 있다. 마술사란 기묘한 현상처럼 보이는 속임수나 환상을 자연적인 방법으로 연출해 관객을 즐겁게 하는 일종의 공연 예술가란 의미다. 대부분의 마술은 마술사의 행동에 주의를 끌게 해 관객의 시선을 다른 곳에 집중시켜 눈속임을 눈치채지 못하게 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마술의 역사는 상당히 .. 2025. 5. 18. (27) 필립보 사도와 바르톨로메오 소아시아 지역에 복음을 전한 두 사도 안드레아와 시몬 베드로 사도 다음으로 주님의 제자가 된 필립보 사도는 나타나엘과 같은 인물로 추정되는 바르톨로메오 사도를 주님께 소개한다. 루벤스 작 ‘성 필립보와 바르톨로메오 사도’, 마드리드 프라도미술관 필립보 사도 필립보 사도는 요한 복음서에서 여러 차례 등장하지만 공관 복음(마태 10,3; 마르 3,18; 루카 6,14)과 사도행전(1,13)에선 열두 사도 명단에만 언급될 뿐입니다. 헬라어 ‘필리포스’(Φιλιπποs)는 우리말로 ‘말(馬)을 좋아하는 사람’이란 뜻입니다. 필립보는 시몬 베드로와 안드레아 사도와 함께 갈릴래아 지방 벳사이다 출신입니다.(요한 1,44) 요한 복음서를 보면 예수님께서 안드레아와 시몬 베드로를 제자로 삼은 후 이튿날 필립보를 만나 .. 2025. 5. 18. 69. 세례자 요한의 머리를 원한 악녀 헤로디아 중국사에는 3대 악녀(惡女)가 있다. 바로 한나라의 여태후(呂太后)와 당나라의 측천무후(則天武后), 청나라의 서태후(西太后)이다. 이들은 높은 권력을 쥐락펴락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무참히 죽였고 나라의 근간을 크게 흔들었다. 한나라의 초대 황제, 유방의 부인인 여태후는 유방의 소실, 척부인과 그녀의 아들인 유여의와 갈등이 심했다. 자신의 아들, 혜제가 왕위에 오르자 유여의를 독살하였고 척부인은 산 채로 손발을 자르고 눈을 뽑고 약을 먹여서 귀머거리로 만든 다음에 돼지우리에 던져버렸다. 중국사에서 유일한 여황제인 당나라 측천무후는 자신이 황후 자리에 오르는 데 반대한 공신들을 모두 무자비하게 숙청했다. 일설에 의하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아들과 딸마저 죽였다고 하니 악녀가 맞다. 청나라의 서태후는 3.. 2025. 5. 11. 28. 수원 화성 <하> 홍수로 유실되기 전 단아하고 아름다운 ‘화성의 무지개’ 노르베르트 베버, ‘수원 화성 화홍문’, 유리건판, 1911년 3월 29일 수원 화성,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독일 상트 오틸리엔수도원 아카이브 소장 한국 사진 키스가 수채화로 그린 화성 ‘화홍문’ 촬영 수원 화성은 아름다운 성이다. 지금도 많은 이가 찾아와 그 아름다움에 매료돼 사진을 남긴다. 일제강점기 일본인조차 화성의 풍경을 촬영해 조선 풍속 사진첩을 출간·판매했다. 또 영국인 엘리자베스 키스는 화성 화홍문을 수채화로 그렸다. 그녀는 한국을 그린 수채화 작품 38점을 엮어 「Old Korea: The Land of Morning Calm」을 출간했다. 이는 세계에 조선을, 우리나라를 알린 최초의 서양화로 평가받는다. 노르베르트 베버 총아빠스는 .. 2025. 5. 11. 이전 1 2 3 4 5 6 ··· 20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