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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정원]/마음가는대로

여리지만 아름답습니다

by 세포네 2006. 5. 24.

 

  




여리지만 아름답습니다

자주 옷을 빨면 쉽게 해진다는 말에
빨려고 내놓은 옷을 다시 입는
남편의 마음은
여리지만 아름답습니다.

일어나야 할 시간인데도
곤히 자고 있는
남편을 보면서 깨울까 말까 망설이며
몇번씩 시계를 보는 아내의 마음은
여리지만 아름답습니다.

꽃 한 송이 꺽어다 화병에 꽂고 싶지만
이제 막 물이 오르는 나무가 슬퍼할까
꽃만 쓰다듬다 빈손으로 돌아오는
딸아이의 마음은
여리지만 아름답습니다.

옷가게에 가서 어울리지 않는 옷
한 번 입어 보고는
그냥 나오지 못해 서성이며 머리를
긁적이는 아들의 마음은
여리지만 아름답습니다.

봄비에 젖어 무거워진 꽃잎이
불어오는 바람에 떨어질까 봐
물기를 조심스럽게 후후 불어내는
소녀의 마음은 여리지만 아름답습니다.

'사랑한다'고 말해 버린
그 한마디 말 때문에
헤어지고 싶지만 떠나지 못한채
약속 장소로
향하는 여인의 마음은
여리지만 아름답습니다.

아이의 거짓말에 회초리를 들었지만
매 맞는 아이보다 가슴이 더 아파
회초리를 내던지고 아이를 끌어안는
어머니의 마음은
여리지만 아름답습니다.

가볍게 업을 수 있지만 업어 주면
몸이 더 약해져
다시는 외출을 못하실까 봐,
등굽은 어머니의 작고 힘겨운
보폭을 맞추어 걷는
아들의 마음은 여리지만 아름답습니다.

   - 좋은 생각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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