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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와 영성]/성서의인물(신약)

예수님을 받아들인 자캐오

by 세포네 2006. 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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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캐오는 세리였다. 세리란 유다인 사회에서는 배척을 받는 직업이었다. 세리들은 유다인들에게 두배 내지 세배의 세금을 징수하는 등 부당한 이익을 취해서 백성들의 원성을 샀다. 로마제국의 앞잡이와 같은 일을 하는 세리들은 유다인 사회에서는 그야말로 ‘왕따’를 당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유다인들은 그들을 이방인과 같이 취급했다. 겉으로는 내놓고 표현하지 못했지만 마음속으로는 경멸을 했다.

“저 세리, 로마의 앞잡이, 이방인과 같은 개 같은 놈이 지나간다. 야 소금 뿌려라!”
유다인들은 이방인을 ‘개’라고 부르곤 했다. 자캐오도 돈을 많이 벌고 호의호식했지만 마음속에는 해결할 수 없는 고민이 있었다.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는 양심의 소리를 거역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인간에겐 돈과 재물보다도 중요한 것이 많다. 명예와 평화로운 마음을 회복하고 싶은 것은 인간 모두의 본성이다.

욕심이 많은 자캐오는 적당히 법을 이용하여 재물을 많이 축적했던 인물이다. 그러나 그 마음속에는 여전히 양심의 불씨가 남아 있었다. 자캐오는 자기 동족들이 자신을 보는 시선을 견딜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동족속에 섞이지 못하고 이방인처럼 살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사람들은 돈이 급하거나 용무가 있는 경우에만 자캐오를 찾았다. 인격적인 만남을 가져 본 적이 없었다. 그것이 자캐오로 하여금 외롭고 고독하게 했다. 자신을 도둑과 개처럼 멸시하는 사람들 속에서 산다는 건 정말 힘든 일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예수가 자신이 살고 있는 곳의 옆을 지나간다는 소문을 들었다. 예수는 세간 사람들의 비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세리와도 잘 어울린다는 이야기도 들은 터였다. 자캐오는 먼 발치서나마 예수의 모습이 보고 싶었다.

일을 끝내고 서둘러 길가로 나가니 사람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키가 작은 자캐오는 아무리 ‘까치발’을 해도 잘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을 헤치고 나가고 싶었지만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냥 돌아서려다 사람들이 ‘와’하고 환호성을 지르는 바람에 다시 걸음을 멈췄다. 예수의 얼굴을 보려고 나무 위로 올라갔다. 간신히 나무 위에 올라가 보니 예수의 일행이 지나가고 있었다. 흰옷을 입은 인자한 얼굴을 한 사람을 보자 자캐오는 그가 예수라는 것을 직감했다. 그런데 그가 마침 나무 위에 올라가 있는 자캐오를 바라다보았다. 마치 그는 자캐오의 마음을 다 알고 있는 듯이 바라보며 그에게 다가왔다.

“당신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자캐오인대요….” “어서 내려오십시오. 오늘은 당신 집에서 묵으려고 합니다. 그래도 되겠지요?” “여부가 있습니까. 저야 영광입니다.”
주위 사람들이 수군거렸다. 제자 중에 한 사람이 예수께 말씀을 드렸다.
“선생님, 저 사람은 세리입니다.” “나도 이미 알고 있다네. 그게 무엇이 문젠가?”
예수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자캐오는 그런 예수의 태도가 눈물이 나도록 고마웠다.
자캐오는 발이 안보이게 뛰었다. 그의 목소리는 상기되어 있었다.
“여보, 여보, 귀한 손님 오셨소. 어서 어서 음식과 술을 준비하구려.”
자캐오는 진수성찬을 차려 예수와 제자들을 대접했다.
“오랜만에 아주 잘 먹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저희가 감사해야지요.”
“선생님은 저희 집에 오신 분 중에서 가장 귀한 손님이십니다. 친척들도 다른 사람들의 눈을 의식해 밤중에 찾아오곤 합니다. 저는 아시다시피 세리입니다. 그러니 사람들이 저를 인간 취급을 하지 않습니다. 전 그게 몹시 섭섭하고 속상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은 저를 한 인간으로 생각해주셨습니다. 그게 전 고맙습니다.”
예수의 따뜻한 손길은 자캐오의 마음을 변화시켰다.
“선생님, 가난한 이들을 위해 재산의 반을 내놓겠습니다. 그리고 또다시 세금을 착복하는 일이 있으면 그 네배로 물어내겠습니다.”
자캐오는 예수를 만난 뒤 인생의 보람을 되찾게 되었다. 사람은 마음이 변화될 때 진정한 변화를 이룰 수 있다. 그 마음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따뜻한 사랑과 정이다.

키가 너무 작아 나무 위에 올라가서 예수를 볼 수밖에 없었던 자캐오. 그러나 그는 예수와의 만남을 통해 진정으로 ‘큰 사람’이 되었다.

 
허영업신부(서울대교구 성서못자리 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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