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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와 영성]/성서의인물(신약)

의로운 사람 요셉

by 세포네 2006. 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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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셉은 밤이 깊어도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이리저리 뒤척이며 잠을 청했지만 쉽게 잠을 청할 수가 없어 자리를 박차고 마당으로 나왔다. 밤하늘에 떠있는 별들이 마치 이마 위로 쏟아져 내릴 것 같았다. 요셉은 얼마 전 아는 이로부터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요셉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자신이 사랑하고 있는 마리아가 아이를 가졌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에 마치 혼이 달아난 느낌이었다.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하고 부정을 해봤지만 현실은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 한편으로는 배신감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그렇게 착하고 얌전한 약혼자, 마리아가 불륜을 저질렀다는 사실이 도무지 믿어지지 않았다.

요셉은 다윗 자손의 신앙심 깊은 가문의 의로운 사람이었다. 요셉의 아버지는 성조 요셉의 깊은 믿음과 착한 심성을 닮으라고 아들의 이름도 요셉으로 지었다. 요셉은 실제로 살아오면서 율법을 잘 지켜왔다. 유다인들에게 의롭다는 뜻은 단순히 흠이 없는 사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정의롭고 사랑을 지니고 있다는 뜻이다. 요셉은 또한 사려 깊은 사람이었다. 그래서 요셉은 자신의 약혼자의 문제를 곰곰이 생각하며 어떻게든 좋게 해결하려는 마음을 갖고 있었다.

요셉이 나자렛에 살고 있는 마리아와 약혼을 한 것은 반년 전이었다. 마리아의 가문도 신앙심이 깊은 집안이었다. 유다인의 관습에 따르면 약혼은 결혼과 동등한 법적 효력을 갖고 있으며 약혼기간은 대략 일년이었다. 만약 약혼기간 중에 부정이 드러나면 간음으로 취급하여 여자를 돌로 쳐죽였다. 그러니까 율법에 따르면 마리아는 죽음을 당해야 하는 것이다. 혼인날만을 기다리고 있는 요셉에게 약혼자가 임신 중이라는 사실은 그야말로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요셉은 화가 났지만 마리아가 죽기를 바라지는 않았다.

‘이 일을 그냥 율법대로 처리하도록 할까. 아니야 이 일이 드러나 봐야 나에게 좋은 일이 없어. 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겠군…. 그래, 조용하게 파혼하는 거야. 그렇게 되면 마리아는 어떻게 될까. 왜 내가 마리아 걱정을 하지. 그건 그녀가 해결해야 할 일이지 내가 걱정할 일은 아니야. 그래 내일 날이 밝으면 마리아의 집을 찾아가 조용하게 약혼을 물리기로 하자.’

그는 조용하게 일을 처리해 마리아의 목숨을 구해주려는 따듯한 마음을 지닌 청년이었다. 그리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주님의 천사가 꿈에 나타났다.
“다윗의 자손, 요셉아, 두려워하지 말아라. 그리고 마리아를 네 아내로 맞이하여라.”
“마리아는 결혼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를 가졌습니다. 그러니 모세 율법으로는….”
“그 아이는 하느님의 성령으로 잉태된 아이다. 아들을 낳을 터이니 이름을 예수라 하여라.”
“예수요?”
“그 아이는 자기 백성을 죄에서 구원할 인물이다. 하느님의 뜻을 받아들여라.”
꿈에서 깨어난 요셉은 더욱 더 혼란에 빠졌다. 솔직히 그는 천사의 말씀을 다 이해할 수도, 믿을 수도 없었다. 그러나 그는 인생의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때임을 절감했다.

요셉은 선택의 기로에 섰다. 천사의 발현은 그에게 새로운 삶에 대한 의미를 제시한 것이었다. 하느님이 자신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깨달음을 가지게 되었다.
“그래, 지금은 이해할 수 없지만, 여기에는 하느님의 깊은 뜻이 있으실 거야. 천사의 말대로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이자.”
요셉의 선택은 자신을 온전히 버림으로써 이루어진 것이었다. 자신의 생각과 판단을 버리고 하느님의 섭리에 모든 것을 의지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요셉은 실로 의로운 사람이었다.
성서에 기록된 요셉의 고뇌, 선택, 결단에 관한 짧은 에피소드는 우리의 삶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인간적으로나 신앙적으로나 사려깊고, 신앙에 바탕한 그의 삶은 무척 인상적이다.

오늘날에도 부인 마리아의 명성(?)에 가려 있지만 요셉은 마리아에 못지않은 신앙적인 인물이라는 사실을 기억하고 싶다. 보이지 않고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신앙의 삶을 걸어가는 많은 요셉들…. 그들은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는 의로운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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