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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와 영성]/성서의인물(구약)

[43] 믿음의 사람 ,나아만

by 세포네 2005. 6.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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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의 사람, 나아만 나아만은 시리아 왕의 군 사령관이었다. 그는 용맹스럽고 충직한 신하였다. 그런데 그는 불행히도 나병환자였다. 그의 집에는 이스라엘과의 전쟁때 데려와 몸종으로 일을 시키는 어린 소녀가 한명 있었다. 어느날 어린 하녀는 주인 나아만에게 이야기를 했다.
"주인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무엇이냐?"

"사마리아에 예언자 한분이 계시는데 그분은 엄청 용하신 분입니다. 주인님의 병쯤은 쉽게 고쳐주실 수 있는 분인데…."
"정말이냐? 그 말이."

물에 빠진 사람이 갈대라도 움켜잡는 심정으로 어린 하녀 말에 솔깃한 나아만은 입궐해서 왕에게 자초지종을 다 이야기했다. 나아만의 말을 들은 왕은 "정말, 그 소녀의 말을 믿을 수 있을까? 만약 그렇다면 무엇이든 못하겠느냐. 자, 내가 이스라엘 왕에게 친서를 써주고 금과 은, 옷을 싸 줄테니 병을 고치고 돌아오거라."
"예, 황송하옵니다."

그 길로 나아만은 이스라엘의 왕을 찾아가 시리아 왕의 친서를 내밀었다. 그 친서에는 다음과 같이 씌어 있었다. "…중략…. 본인의 충직한 신하 나아만에게 이 편지를 들려 귀하께 보냅니다. 그의 병을 고쳐주십시오."

이스라엘 왕은 친서를 읽고는 옷을 찢으며 화를 냈다.
"아니, 내가 무슨 능력이 있다고. 내가 사람을 죽이고 살리는 신인가? 분명히 나병환자를 고쳐내라고 떼를 쓰는 건 전쟁을 일으키려는 속셈이야."

이스라엘 왕이 옷을 찢었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엘리사 예언자는 전갈을 보냈다. 성서에 자주 옷을 찢는 것이 언급되는데, 이스라엘 사람들의 오랜 관습으로 애도와 슬픔의 표시다. 또 먼지나 흙을 뒤집어 쓰기도 했다.

엘리사의 편지에는 다음과 같이 씌어 있었다.
"이스라엘의 왕이시여, 나아만을 저에게 보내주십시오. 이스라엘에 예언자가 있음을 알려주겠습니다. 엘리사 드림."

드디어 나아만은 마차를 몰고 엘리사 집에 당도했다. 엘리사는 사람을 시켜 말을 전했다.
"요르단 강물로 가서 강물에 일곱번 씻으시오. 그러면 깨끗해질 것이오."

예언자 얼굴도 못 본 나아만은 화가 치밀었다.
"이거 무슨 소리야. 적어도 나에게 손을 얹고 야훼의 이름으로 기도를 해줄 것이라 생각했는데, 저 더러운 물에 들어가서 씻으라니. 내가 목욕이나 하자고 이 먼 길을 고생스럽게 왔나. 나 원 더러워서."
크게 화가 난 나아만이 발길을 옮기자 부하들이 막았다.

"장군님, 예언자가 어려운 일을 시켰으면 분명히 하셨을 겁니다. 그런데 요르단강에서 몸이나 씻으라고 했습니다. 너무 쉬운 일인데 못할 게 뭐 있습니까? 밑져야 본전인데 한번 해보십시오."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럴 듯했다. 일러준 대로 하니 정말 나병이 낫고 새살이 돋아 깨끗해졌다.

나아만은 부하들과 함께 엘리사에게 돌아와 감격해서 말했다.
"저는 이제 알았습니다. 이스라엘밖에는 온 세상에 신이 없습니다. 이제 저는 죽을 때까지 야훼의 이름을 찬양하겠습니다. 그리고 이걸 좀 받아주십시오."

"이게 무엇이오?"
"약소합니다. 병을 고친 것이 너무 고마워 드리는 촌지입니다."
"안됩니다. 야훼께서 하신 일을 내가 생색내고 선물을 받을 순 없습니다."
"그래도 섭섭해서…."

나아만이 나병을 고칠 수 있었던 것은 결국 교만과 자존심을 버리고 하느님의 예언자가 내린 말씀을 따랐기 때문이다.

자신의 생각, 판단을 버리고 하느님의 사람의 말에 순종했기에 치유받을 수 있었다. 또 훌륭한 장군에게 훌륭한 부하가 있게 마련이다. 부하들의 충고를 들을 줄 아는 넓은 마음이 나아만에겐 있었다. 그는 자신의 생각을 버리고 아랫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일 줄 아는 합리적이고 지혜로우며 겸손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었다.

당시 이스라엘에는 많은 나병환자가 있었지만 한사람도 깨끗하게 되지 못하고 오히려 이방인이었던 나아만이 유일하게 치유를 받았다. 하느님의 은총은 겸손하고 지혜로운 사람에게 내린다는 단순한 진리를 새삼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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