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교회와 영성]/가보고싶은 성당

[청주교구] 충주 교현동성당

by 세포네 2005. 6. 15.

◀ 1. 메리놀외방전교회 건축 양식이 그대로 이식된 충주 첫 본당 교현동성당(오른쪽)과 사제관. 오른쪽으로 해성유치원이 설핏 보인다.      

  2. 88년에 지어진 성모당에서 기도를 마치고 걸어오는 임숙희 에밀리아나씨와 다섯살배기 원준이.

  3. 충주 첫 본당 교현동성당으로 향하는 길목에 만개한 복사꽃 마을. 오는 7월쯤이면 주렁주렁 매달릴 복숭아를 고대하며 복사꽃을 수정하는 농부의 얼굴이 평화스럽기만 하다. 

 

 

순교로 씨뿌린 중원지역 신앙 모태... 한반도 한복판에 자리한 해방둥이 본당
 우리 강토 한복판에 자리하고 있어 중앙탑(국보 제6호)이 있는 충주 첫 본당인 청주교구 교현동성당은 충주 도심 한가운데 야트막한 야현 언덕에 자리하고 있다. 충북 충주시 교현2동 640의2. 언덕받이를 따라 수평으로 널따랗게 펼쳐진 가톨릭회관과 성모당, 교육관, 사제관, 성당, 해성유치원, 청각장애자 교육시설 성심학교가 한눈에 들어온다. 어쩜 이렇게 고즈넉하게 아름다울까 싶다. 꽃이 떨어져 푸르른 벚꽃나무와 사시사철 붉은 적단풍, 측백나무가 성당을 아늑하게 둘러싼다.

 대지 면적만 8475평에 이를 만치 널따란 공간엔 불과 149평 크기 성당이 자리한다. 1961년부터 5년간 재임한 8대 주임 강 미카엘(한국명 강덕구) 신부는 이 성당을 짓고자 매일 아침, 저녁으로 타이프를 두드려야 했다. 미국 은인들에게 본당 실정을 설명하고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서다. 성당 안에 들어서니 성서를 형상화한 유리화 사이로 빛이 얕게 비껴든다. 절로 기도에 젖어들고 만다.

 성당을 나와 왼쪽 편으로 들어서니 성당과 유사한 건축양식의 사제관(90평)과 교육관(200평)이 나오고, 그 옆에 서 있는 성모당(20평)이 아주 인상적이다. 대구대교구청내 성모당을 빼닮았다. 붉은 벽돌로 뼈대를 세우고 한옥 지붕으로 마무리한 성모동굴엔 원죄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가 모셔져 있고, 마침 성모당 앞엔 요셉어린이집에 들러 손자를 데려가던 임숙희(에밀리아나, 59)씨가 잠시 기도를 바치고 있다. 손자와 함께 기도를 바치는 모습이 아주 푸근해 보인다.

 성당을 안내하던 총회장이 말을 건넨다. "본당 공동체의 뿌리는 장호원본당(현 감곡본당)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감곡본당 충주공소로 설정된게 1928년입니다. 공동체가 형성된 걸로 따지자면, 올해로 77년째죠. 해방이 되면서 그해 11월15일 서울대목구 노기남 대주교님께서 충주본당으로 설정하셨지요. 해방둥이 본당인 셈입니다. 이후 음성본당을 비롯해 총 11개 본당을 분가시켰지요. 교현동본당은 한마디로 중원지역 본당공동체의 뿌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총회장 말을 들으며 다시 성당을 돌아본다. 성당 오른쪽에 위치한 종탑에선 금세라도 청아한 종소리가 들려올 것만 같다. 그 종소리를 신호삼아 성당으로 향했을 그 많은 신자들의 얼굴이 새록새록 떠오를 것만 같다. 지금도 삼종 때면 종을 친다는데 그 종소리를 듣지 못하고 떠나는 게 못내 아쉽기만 하다.

 충주는 순교자만 112위에 이르는 순교의 땅이기도 하다. 특히 교현동성당이 자리한 야현 풀무고개에서 동쪽으로 2km 남짓한 '마즈막재'는 순교자 전설이 자리한 현장. 경상도와 강원도에서 잡혀온 신자들은 마즈막재를 넘어와 숲거리에서 처형됐고 그 순교의 피는 진리의 빛이 충주에 전해진 씨앗이 됐다.

 이같은 순교 신앙은 교현동본당에서 한국 가톨릭 교회 최초의 성 빈첸시오 아 바오로회 설립으로 꽃을 피웠다. 본당 6대주임 메리놀회 선교사 옥보을 신부는 전쟁 참화가 그대로 남아있던 1955년 빈첸시오회의 전신 '성 요셉협의회'를 설립, 전후 가난한 이들에게 의복과 식량을 전해주며 사랑을 펼쳤고, 이 협의회는 1961년 파리에 있는 빈첸시오회 총이사회로부터 공식 인준을 받아 한국 빈첸시오회 발전 초석을 놓게 됐다. 현재 교현동본당 빈첸시오회는 남성 빈첸시오회(12명)와 여성 빈첸시오회(11명)으로 각각 나뉘어져 활동하고 있다. 주된 활동은 정부 혜택을 받지 못하고 사각지대에 놓인 소년소녀가정과 홀몸노인, 치매환자 등에 집중돼 있다. 남성 빈첸시오회 배경택(요셉, 56) 회장은 "국내 최초 빈첸시오회이기에 긍지도 갖지만 한편으로는 조심스럽기도 하다"면서 "요즘 들어 가족이 없는 홀몸노인이나 가족이 있어도 점심 때 집에 들어가기가 불편해 굶는 어르신들이 많아 이분들을 위한 무료급식소를 설립하는 게 꿈"이라고 털어놓는다.

 2005년으로 본당 설정 60주년을 맞는 교현동본당 공동체는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도심 공동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면서 본당 공동체가 노령화되자, 노인사목에 관심을 갖고 퇴직한 60대 전후 어르신들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또 교육관을 아예 주일학교 어린이들만을 위한 공간으로 꾸미기로 하고 장학회 설립도 준비 중이다. 본당내 가톨릭회관 옥상을 공원화해 지역주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쉼터로 만들고자 본격적 조경 준비에 들어갔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