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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와 영성]/성서의인물(구약)

[12] 즉흥적이고 무지한 에사오

by 세포네 2005. 6. 3.

즉흥적이고 무지한 에사오 이사악의 아내 리브가는 결혼한 지 30년이 되도록 아이를 낳지 못하다가 드디어 임신을 하였다. 그녀는 하나도 아니고 쌍둥이를 잉태했다. 그런데 뱃속에서부터 두 아이는 자주 다투었다.
놀란 리브가가 하느님께 물어보니 ?네 뱃속에는 두 민족이 있다. 한 민족이 다른 민족보다 강할 것이며, 형이 동생을 섬길 것이다?라고 하셨다. 드디어 아이들이 태어났다. 형은 온 몸이 붉은 털로 덮여있어 ?에사오?라고 했고, 동생은 형의 발꿈치를 잡고 나왔다고 해서 ?야곱?이라 이름지었다. 형 에사오는 씩씩하고 사냥하는 것을 좋아했다. 그는 사나이다운 기백은 있었으나 깊은 생각, 자제력은 없었던 것 같다. 그리고 즉흥적이고 감정적인 성격이었다. 어느 날 에사오는 들에 나가 사냥을 하다 배가 고파 돌아왔다. 그런데 마침 그때 동생 야곱이 팥죽을 쑤고 있었다. 허기에 지친 에사오가 구수한 냄새를 맡고 군침을 흘리며 야곱에게 다가갔다.

?야곱아! 배가 고파 죽겠으니 죽 한 그릇만 주겠니?? ?형, 죽 한 그릇 줄 테니… 그 대신 조건이 있어.? 장난기 어린 말이었다. ?뭔데?? ?형이 가진 장자권을 내게 줘.? ?장자권? 그래 네가 가져라. 야, 빨리 죽 한 그릇 주렴. 나는 배가 너무 고파.?

에사오는 허겁지겁 팥죽 한 그릇을 얻어 허기진 배를 채웠다. 에사오는 장자권이란 자신이 당연히 누리는 권리기에 별로 생각이 없었던 것 같다.

아니면, 설마 말 한마디로 자신의 권리가 정말 동생에게 넘어가겠느냐고 가볍게 생각하지 않았을까. 중요한 것은 에사오는 깊은 생각 없이 즉흥적으로 말하고 행동했다는 것이다. 장자권의 중요성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중요한 것을 중요하게 보존하지 못하고, 가치를 절실하게 느끼지 못하면 인생에서 낭패를 보는 수가 많다. 신중하게 생각지 않고 말과 행동을 하여 뒤따르는 엄청난 결과에 대해 후회를 할 수도 있다. 우리 주위에서 자신의 전 인생을 망치는 예도 흔치 않게 볼 수 있다.

세상에는 그 어느 것도 하찮은 것은 없다. 다만 사람들이 하찮게 생각하는 것뿐이다. 에사오는 인생에 대해 너무 쉽게 생각했던 것이 분명하다. 그는 힘과 능력이 있었고 아버지의 사랑을 독차지한 장남의 위치에 있었다. 부족함도 없었고 모든 게 갖추어져 있었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만만하고 방심하기 쉽다.

사람은 살면서 계약이나 거래를 할 때 조건이나 예의규정을 중시해야 한다. 아무 생각 없이 쉽게 결정내려 큰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동생 야곱은 어머니 리브가와의 연합작전으로 결국 아버지 이사악의 축복을 받아냈다. 나중에 이 사실을 알게 된 에사오는 너무 분하고 억울해 길길이 뛰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 여우같이 교활한 야곱, 이 놈을 잡기만 해봐라. 죽여 버릴 테다…. 이놈 어디 갔어?"
동네를 이 잡듯이 뒤졌지만 이미 야곱은 그곳을 피한 뒤였다. 아마 그 순간에 에사오 손에 야곱이 잡혔으면 죽이고도 남았을 것이다.
"사기를 칠 게 따로 있지. 장자권을 가지고 사기를 쳐. 팥죽 한 그릇에 장자권을 파는 놈이 어디 있어. 농담도 구별 못하나…."
에사오는 큰 손해를 본 원인을 자신의 어리석음이나 진지하지 못함에서 찾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 밖에서 찾으려 했다. 그러니 당연히 야곱을 붙잡아 해치려 혈안이 되었다. 야곱을 놓쳐 버리자 그는 부모에게도 자신의 원망과 섭섭함을 토로했을 것 같다. 마음 속으로라도 이렇게 생각하지 않았을까. "아버지, 아니 눈이 안보이신다고 해도 저와 야곱을 구별하지 못하십니까? 야곱이 아버지를 속인 것도 나쁘지만, 아버지도 책임이 없진 않다고요…."

"어머니, 해도 너무하십니다. 저는 자식이 아닙니까? 어째서 야곱만 싸고 도십니까? 야곱이 저렇게 된 것도 다 어머니의 탓이라고요…."
에사오는 순식간에 자신의 모든 것을 잃었다. 다혈질적인 그는 쉽게 흥분하여 냉정한 판단이나 신중한 행동이 어려웠을 것이다.
우리도 살면서 하찮은 실수 때문에 흥분해서 큰 낭패를 본 적은 없었는가 한번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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